경제학 콘서트 – 팀 하포드
Undercover Economist – Tim Harford
출근길에 들르는 목좋은 스타벅스의 커피는 왜 비쌀까 –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높은 임대료가 형성되는 이유는 가격에 둔감한 스타벅스의 고객들 때문이다.
게임을 할 때, 포커를 칠 때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짐나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게임참가자들의 행동과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대응할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게임의 법칙은 전자오락에도, 경매에도, 국가간의 통상 마찰에도, 그리고 사랑에도 적용된다. 게임을 알면 세상이 보인다.
중고차 시장에는 왜 쓸 만한 중고차를 찾기 어려운 것일까? 몸이 아픈 사람일수록 의료보험을 타기 어려운 이유는?
서평
정통적인 경제학을 맛이라도 본 사람은, 이 책이 실전적인 느낌을 주는 유익한 책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마치 소설과 같은 흥미진진함을 주기는 하지만, 어떤 단편적인 지식이 될 뿐이다. 저자는 이론적인 토대를 가지고, 그것을 현실 생활에 적용하는 탁월한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가 거론하는 예들이 바로 우리 옆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경제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원래 스티븐 레빗의 ‘괴짜의 경제학’을 먼저 올리려고 했는데, 서가의 어느 쪽에 박혔는지 찾기 힘들어 우선 소개하는데, 이 책이 더 재미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모두 정독해 본 뒤의 소감으로, 경제학 원론 정도를 수강한 사람이라면, 쉬운 개념들이 많이 나와서 술술 읽어나가 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 개념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새로운 지식, 새로운 정보가 약간씩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엄청난 도움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1990년 이후, 노벨 경제학상은 교환 비율이나 비즈니스 사이클 이론같이 확실히 경제학적인 연구에 수여되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보다는 경제학과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인간개발, 심리학, 역사, 투표, 법률 등에 상을 수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1. 스타벅스의 경영전략
스타벅스에서 팔고 있는 2.55달러짜리 라지 카푸치노는 결코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침 8시 반에 몇 푼을 아끼기 위해 좀더 싼 커피숍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커피숍은 매장의 위치가 아주 중요하다.
브라이언 맥매너스에 의하면, 커피에 붙는 마진율은 약 150퍼센트다. 1달러짜리 드립커피를 만드는 비용은 40센트이며, 2.55달러짜리 스몰 라테의 원가는 1달러 미만이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소유주 하워드 슐츠가 많은 돈을 버는 것일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 잔에 2.55달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주변에 2달러를 받는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장점은 출퇴근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큰 마진은 커피나 직원들이 아니라 매장의 위치 때문이다.
무엇이 커피 가격을 결정하는가
1817년에 출판된 리카르도에 의하면, 희소성이 높은 지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차액지대론##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 – 런던, 뉴욕, 워싱턴, 도쿄의 커피는 비쌀까? 흔히 높은 임대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리카르도의 모델은 그러한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보여준다. 최고의 자리에 대한 임대를 결정하는데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리카르도의 이론에 의하면, 목초지와 한계 토지 사이의 농업 생산성의 차이와 농업 생산성 그 자체의 중요도에 대한 차이가 있다. 목초지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차이가 높아야만 목초지의 임대료가 비싼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들이 커피에 대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에만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좋은 입지의 가게를 중고차 전시장이나 중국음식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그런 자리가 팔기에 적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임대료가 싸면서도 국수나 자동차를 팔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고객은 조금 걸어가면 되지만, 커피숍의 경우 저렴한 임대료가 있는 지역으로 걸어오지 않는 손님을 잃게 되는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희소성에 촛점을 맞춘다. 대신 10기압을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 기계의 구조나 커피숍의 내부 색상, 기타 다른 요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비싼 값에 팔린다. 그것은 희소성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뉴욕에서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나 런던에서 하아디파크가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는 많지 않다. 이런 아파트가 비쌀 것은 좋지만, 극장에서 파는 팝콘은 왜 그리 비싼 것일까?
그린벨트라는 것이 지정된다면, 한계 토지에 경작이 금지되어 목초지의 지대는 급상승할 것이다. 런던은 1930년대에 만들어진 그린벨트에 둘러싸여 있어 부동산의 구매 가격이나 임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 그린벨트의 한가지 효과는 런던이 주변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고, 막대한 돈이 런던 거주자로부터 런던의 지주들에게 흘러들어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런던의 웨스트엔드는 전 세계에서 사무실 임대료가 가장 비싼 지역이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7천만 파운드짜리 집도 이곳에 있다.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도처에 존재하는 ‘그린벨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금융업을 예로 들면, 기업의 높은 수익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훌륭한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있을 때와 금융ㅇ업에 그린벨트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존 케이는 콘돔과 탐폰 같은 ‘민망한’ 제품들의 수익성이 높은 이유는 이러한 제품에 열광하여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진입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생회사가 비교적 쉽게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산업이라면, 그것은 높은 수익이 자연적인 희소성에 연유한다는 의미이므로 바가지를 쓰지는 않은 것으로 본다.
1973년까지 세계 석유 공급은 대부분 중동의 석유목초지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OPEC-가 석유 생산을 제한하여 10달러에서 40달러까지 유가가 폭등하자, 석유대신 석탄을 이용한 발전, 연비가 우수한 자동차 생산, 앨버타와 알래스카 같은 지역에서의 석유 생산이 이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유전에서는 1배럴당 생산원가가 3달러에 불과해 판매가의 대부분이 순수익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폭력을 이용한 것은 주로 마약밀매상이나 조직 범죄자에게 자주 나타난다. 마약밀매상은 경쟁자가 마약 가격을 떨어뜨리기를 원치 않는다. 스티븐 레빗과 수디르 벤카데시의 연구에 의하면, 땅개라고 불리는 마약 판매상은 시간당 1.7달러를 벌고 있었다. 갱단조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시간당 10달러 미만이었다. 4년 동안 갱단 조직원들이 총에 맞을 횟수는 평균 2번, 체포될 횟수는 6번이었고, 살해될 확률도 4명중 1명 꼴이었다.
진입 장벽을 높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이다.
경쟁을 차단하는 교묘한 방법 – 노조연맹은 집단적으로 계약을 하는 역할, 한편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노조연맹이 몇 가지 장애물이 있는데, 대중들이 받아 들이기 힘들 정도의 임금인상이 되면, 대중들은 노조연맹을 규제하라고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과 국제적인 경쟁으로 인해 희소성에 도전을 받게 된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 노조들은 효율적인 생산 방식으로 무장한 일본의 자동차 산업으로 와해되고 있다. 고사해 버린 영국의 조선산업이나 미국 자동차 산업 처럼 희소성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4년 봄에 월마트는 노조가 월마트의 비즈니스 모델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이유로 퀘벡 지점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에는 교사가 부족한데도 교사들의 봉급이 아주 낮다. 고용주가 독점적이므로 막강한 협상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은 자격을 얻기까지 매우 오랜 기간이 걸리게 하는 것과 새롭게 자격을 취득하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여 ‘그린벨트’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이민자들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신규 이민자로 인해 임금이 곤두박질하는 기존의 이민자들이다.
보호무역 법률은 선진국 국민들이나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희생으로 보호무역 압력을 가하고 있는 특정 집단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2. 슈퍼마켓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
런던아이 근처에서 유일하게 장사를 하고 있는 코스타 커피점 – 한동안 공정무역 Fair Trade 마크가 찍힌 커피를 판매했다. 이 커피는 카페 다이렉트라고 불리는 주요 공정무역 브랜드에서 나오는 커피다. 카페 다이렉트는 가난한 나라의 커피 농부들에게 좋은 가격을 지불할 것을 약속한다. 추가로 18센트를 더 받는다. 카페 다이렉트는 커피 1파운드당 1달러 정도의 프리미엄을 지불했다. 그러나 카푸치노를 만들 대 필요한 커피 원두의 양은 4분의 1온스이기 때문에 농부들에게 지급되는 프리미엄은 한 잔에 1페니가 채 안된다. 여러분이 지급한 돈중 90%는 사라진다. 이러한 점이 지적되자 코스타는 2004년 말부터 공정무역 커피에 추가요금을 붙이지 않고 판매했다. 코스타가 이용한 것은 공정무역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타당한 이유만 있다면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할 고객들에게 공정무역의 이상을 이용한 결과이다.
스타벅스의 핫 초콜릿과 카푸치노는 품종이 다르므로 정상유통이라고 보면, 카페모카, 화이트 초콜릿모카, 20온스 카푸치노는 가격이 올라간다. 이 들이 가격이 오르는 것에 비해 원가의 차이는 아주 미미하다. 스타벅스는 생산원가가 모두 비슷한 제품에 다양한 가격을 매겨놓음으로써 가격에 덜 민감한 고객과 민감한 고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가격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고객을 발견하는 데에는 세 가지 전략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1차 가격 차별화라고 부르지만, 개별 표적화 전략이 좋을 것같다. 이는 중고차 세일즈맨이나 부동산 중개인이 사용하는 전략이다.
그룹 표적화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린이와 노인에게 버스 요금을 할인해 주는 것이다. 커피숍이 인근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할인을 제공하고, 구간열차 이용자들에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슈퍼마켓에 들어갈 때 우리가 어떤 물건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들의 길목에 매력적이면서도 수익성이 높은 물건을 세심하게 배치하는 슈퍼마겟의 노력의 결과다. 같은 브랜드 슈퍼마켓이라도 매장의 위치에 따라 저렴한 것을, 혹은 비싼 것을 비치하게 된다. 그런데 막스앤스펜서는 매장의 위치에 따라 같은 상품을 아예 다른 가격에 판다.
자연스레 가격을 높여 돈을 갈취하는 방법 중 인기있는 방식은 유기농 식품의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다. 영국의 슈퍼마켓에서는 흔히 유기농 식품들을 한곳에 모아 진열하는데, 겉으로는 유기농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기농 고객들이 일반 대체 식품의 가격과 비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세이프웨이는 상품의 종류가 적고 조악한 실내장식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소비에트 세이프웨이라고 부르고 있다. 유기농 식품 슈퍼마켓임을 자처하는 홀푸즈와 비교하면, 같은 상품은 가격이 같다. 그러나 홀푸즈는 자사 고객들이 품질 프리미엄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기꺼이 선택할 수 있는 비싼 대안을 추가로 제공하므로, 비싸다는 인식을 준다.
물건을 싸게 사고 싶다면 싼 가게를 찾으려 하지 말고 쇼핑을 싸게 하라.
가격을 혼동시켜라 – 슈퍼마켓이 세일을 하는 이유는, 가격을 교란시키기 위함이다. 특정 품목을 세일하기 보다는 예측불가능한 세일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가격을 조금 올리는 것보다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가격을 크게 인상하는 것이 수익성에 좋다.
일반적으로 작은 분량만 사는 고객들은 5센트의 가격 차이는 잘 헤아려 보지 않기 때문에 묶음보다 낱개가 훨씬 비싸다. 채소 가격을 무작위로 3배 올리는 것도 흔히 쓰는 전략이다.
열차의 일반석을 너무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 일등석의 잠재 고객이 일반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이 먼저 탑승하고 내리게 하는 것은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불쌍하고 애처로운 모습을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 보고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IBM의 저가 레이저 프린터 모델 레이저라이터 E는 고급모델인 레이저라이터와 똑같은 부품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단 싼 모델에서는 속도를 늦춰주는 칩이 추가로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소프트웨어 패키지에 있어서도 전문가용이 먼저 만들어지고, 추가 비용을 들여 일반용을 만든다.
그룹 표적화 전략이 실패하는 또 하나는 가격 할인을 받아 구매하는 고객이 높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고객에게 이익을 붙여 되파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격 트릭이 가장 훌륭하게 적용되는 곳이 항공사, 레스토랑 및 칵테일바, 슈퍼마켓 등이다.
비싸고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쉽게 부패하지 않는 제품은 누수가 발생한다. CD, DVD, 소프트웨어 같은 제품과 약품 등이 대표적인 예다.
3. 완전시장
경찰은 시장 시스템이 아닌 세금으로 운영된다. 당신이 구조요청을 할 때 누구도 당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묻지 않는다. 단점은 경찰관이 당신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무능하게 행동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다른 경찰관을 고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없다. 더 많은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돈을 주고 추가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다.
영국에서는 기독교계 국립학교들의 학업 성적이 가장 좋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목사들에게 추천장을 받아서 그런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일요일이면 자녀들을 교회로 보낸다.
효율성 대 공정성 – 완전경쟁적인 시장은 완전히 효율적인 반면, 효율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공정한 사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보조금이 노인의 난방비를 도와주지만 비효율적인 것이 된다. 세금도 비효율성의 흔한 원인이다. 세금은 완전히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에서 가격이 전하고 있는 정보를 파괴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정부는 가솔린과 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과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솔린이 필요하고 담배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찌 됐든 담배를 구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케네스 애로 -Kenneth Arrow는 유리한 출발원리 head start를 주장 – 판매세와 달리 정액세는 누군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소득세나 판매세는 잘 달리는 선수에게 천천히 뛰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세금이 불정해지는 이유 – 정액세가 이상적으로 부과되려면 타이거 우즈가 태어나기 전에 세금이 결정되어야 한다. 타이거 우즈가 자신의 성공으로 인해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예견했더라면 그는 차라리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겨울철이면 2만 5천 명의 노인들이 부적절한 난방으로 인해 숨을 거둔다. 이를 위해 가정용 연료에는 낮은 세율을 매긴다. 그러나 유리한 출발이론에 따라 연료에는 세율을 높이고, 노인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4. 출퇴근의 경제학
시장은 희소성의 힘이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또 의사결정자에게 정보가 부족할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관계가 없는 자에게 영향을 주는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는데 실패한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사면 운전자나 주유소에 모두 이로운 일이지만, 다른 운전자를 포함한 비관계인들에게 일산화탄소를 주므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외부효과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는 1천 명당 1명꼴인 7천 명의 사람들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미환경보호국은 매년 1만 5천명의 사람들이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로 조기 사망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교통정체로 시간의 소모, 생산성 손실, 생활의 즐거움도 빼앗기고, 사람들이 좀처럼 길 건너 이웃들과 만나지 않게 되는 장벽효과가 발생한다.
매년 자동차세와 연료에 대한 많은 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다. 영국의 운전자들은 매년 자동차 및 자동차 연료에 붙는 세금으로 200억 파운드를 내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1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일단 세금을 내고 나면, 더 주행을 한다하더라도 추가 세금을 내지 않는 문제가 있다.
교통정체는 자동차를 아무리 더 주행하더라도 언제나 무료라는 사실 때문이다. 자동차 연료에 높은 세금이 있으므로 운전자들이 주행거리만큼 세금을 납부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비운전들에게 끼치는 손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다. 즉 러시아워에 운전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더 큰 해를 입히므로 대가를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 외부효과로 인한 손해에 부과하는 요금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져야 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운전자들은 석유회사에 시장 비용을 지불했지만 추가로 외부효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외부효과 비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입히는 손해이면서도 운전자나 석유회사에 부과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비효율을 바로 잡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면, 평균 가격이 아닌 한계 가격을 다루어야 한다.
혼잡세가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을까 – 외부효과에 대한 청구가 가난한 집단을 겨냥한 불공정한 세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부자들은 자동차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효과에 부과되는 요금은 흔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돈을 재분배한다. 영국에서 가난한 살마들은 운전을 하는 대신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버스를 탄다. 소득수준 하위 10% 사람들의 소득 대비 자동차 연료비는 소득 상위 10% 사람들보다 7배 적다. 즉 혼잡세는 효율성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부자들의 세금을 올려서 부를 재분배하는 역할도 한다.
정부가 모든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30키로미터를 운전할 수 있는 바우처를 준다면,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바우처를 팔려고 할 것이다. 이는 결국 혼잡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다.
주차료를 높게 부과하는 방법은 직접 상관관계가 없을 것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무료 주차공간을 찾아서 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값비싼 자동차에 사치세가 부과된다면, 그것은 분명 환경 면에서 역효과를 낼 것이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낡고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는 자동차를 몰고 다닐 것이다. 세금의 목적은 더 싼 자동차를 몰고 다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작고 가볍고 연비가 좋은 자동차를 운전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시간, 건강, 평화, 심지어 죽음 같은 측정하기 어려운 많은 외부효과가 외부효과 비용과 연관되어 있다.
당신이 아파트나 호텔 방을 빌릴 때 소란스러운 지역을 피하기 위하여 더 많은 돈을 지불한다면, 당신은 평화와 고요함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당신은 조용함, 시간, 생명에 대해 자신이 부여한 가치에 대해서 다른 누구에게, 심지어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관적인 가치를 추정하는 최선의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드러나 선호(현시선호 – revealed preference) 이론이 있다. 사람들의 선호에 대해 알 수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정보 원천은 주택가격과 임금이다. 주택 가격에는 사람들이 상점, 녹지, 낮은 범죄율, 조용함, 아침 햇살 등의 쾌적함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 그 정보가 내재되어 있다.
뉴올리언스에는 ‘낙타 등’ 모양의 독특한 건축양식의 집들이 있다. 19세기 말에 주택은 입구에서 보았을 때 몇 층이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었는데, 낙타 등 주택은 입구에서 보았을 때는 1층이고, 뒤에서 보았을 때는 여러 층이다.
2003년 초에 런던은 혼잡세 과세 지역을 지정했다. 1년이 지난 후 자동차를 몰고 오는 사람의 수는 거의 3분의 1로 줄었다. 세금을 물지 않는 교통수단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 버스 승객이 15% 늘었고,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이 20% 늘었으며, 자전거 이용자가 30% 증가했다. 운전자들중 4분의 1은 과세 지역을 피해 다녔고, 55%는 대중교통을 선택했으며, 20%는 자전거, 카풀 등의 대안을 선택하거나 걸어다니는 방법을 선택했다.
대기오염 허가티켓 – 1990년대에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산성비에 대처하고자 산성비를 만드는 이산화황의 배출권(주로 발전소에서 부산물로 많이 나온다)을 경매에 부쳤다. EPA는 업체들의 주장에 근거하여 이산화황 배출을 줄이는 비용이 1톤에 250달러에서 700달러, 경우에 따라서 1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EPA가 1993년에 경매를 진행했을 때 이와 비슷한 높은 그맥으로 입찰한 업체는 거의 없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비용을 과장해 왔던 것이다. 1996년에 배출 허용권의 가격은 톤당 7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많은 업체들은 계속 오염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대신 깨끗한 석탄을 구입하거나 탈황장치를 설치했다. 규제 당국은 이산화황 배출권을 사는 데 아무도 많은 돈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것은 이산화황을 줄이는 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임을 알았다.
이 경매를 통해서 전세계 입법자들이 실제로 탈황에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 진정으로 알게 되었고, 이는 많은 입법을 하는데 기반이 되었다.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에 똑같은 종류의 경매를 설계하고 있다.
환경 문제가 단순히 도덕적인 주제로 국한되어 다루어지는 세계에서는, 환경주의자들도 일상적인 결정을 할 때 환경의 영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일회용기저귀를 쓰는 것과 빨아 쓰는 기저귀(세탁과정에서 전기를 사용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비눗물을 배출) 중에 어는 것이 더 나쁠까?
외부효과란 시장 거래의 외부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외부효과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비효율적이다. 정부는 이익집단에 휘둘려 공익을 위해 행동하지 못할 수도 있고, 과잉투여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부보다도 자신들의 비용과 이득에 대해서 진실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외부효과 세금은 교통정체와 기후 변화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 아주 잘 작용한다. 개별 협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부효과에 대한 세금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와 또 이를 실행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모두 제공한다.
5. 좋은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팔지 않는다.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험에 당장 가입하려는 경우, 누가 그들에게 보장을 제공하려 하겠는가?
경제학자들은 거래의 한쪽이 내부정보를 갖고 있고 다른 한쪽은 갖고 있지 않을 경우,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학자인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가 1970년에 혁명적인 논문을 발표하고 나서야 이 문제가 얼마나 심오하고 드라마틱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면서 시장이 아무리 경쟁적이라고 해도 판매자는 자동차의 품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반면, 구매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면 중고차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중고차 시장의 절반이 복숭아(훌륭한 차)이고, 나머지 반은 레몬(결함있는 차)이라고 하자. 복숭아는 판매자보다 잠재 소비자들에게 더 가치가 있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팔고 있는 차가 레몬인지 복숭아인지 알고 있는 반면, 구매자들은 추측할 뿐이다. 2500달러에 차를 구하러 다닌다면, 확실히 레몬을 만나게 될 것이고, 4001달러로 구매하려고 해도, 레몬일 확률이 여전히 50%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시장은 붕괴하고 말 것이다. 어떤 판매자도 복숭아를 4천달러 미만으로 판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어떤 구매자도 레몬일 확률이 50%인 자동차에 그렇게 많이 지불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판매자는 복숭아를 팔려고 내놓지 않고, 구매자는 판매자가 그러하리란 사실을 알기 때문에 결국 거래되는 차량은 오로지 가치가 거의 없는 레몬들 뿐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제품의 품질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다면, 고품질의 제품은 전혀 거래되지 않거나 많이 거래되지 않을 것이다.
중고차 시장은 본래의 역할만큼 기능하지 못해서, 중고차의 가격은 낮게 형성되고 질은 낮다. 판매자는 그 차가 진정 복숭아라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어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므로 내놓지 않는다. 내부정보로 판매자가 이득을 볼 것 같지만, 사실상 승자는 없다. 현명한 구매자는 부정하게 조작된 게임에 참가하지 않는다.
애컬로프는 구매자는 증거없이 구매하지 않으려 하는 한편, 판매자는 증거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창조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임대아파트에도 적용된다. 왜 임대 아파트의 가구는 오래가지 않을까? 아파트는 임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확실하고 눈에 띄는 특성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알아채기 어려운 품질도 있다. 가구의 내구성이다.
또한 내부정보는 런던의 레스터 스퀘어나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아테네의 플라카 등과 같이 관광객이 북적대는 곳에서 훌륭한 식사를 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관광객은 근처에 탁월한 식당이 있어도, 어느 식당이 그런 곳인지 모르기 때문에 실제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의료보험 시장에도 피해를 입힌다. 툭 하면 아픈 사람은 레몬이고, 건강을 잘 유지하는 사람은 복숭아라고 가정하자. 복숭아는 일반 보험 시장에서 만족하지 못하지만, 레몬은 일반보험시장을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그 결과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지 않을 것같은 고객은 놓치게 되고, 많은 보험금을 청구할만한 사람들만 가입자가 된다. 결국 보험 수혜는 낮아지고 보험료는 오르게 된다. 건강 상태가 중간인 사람은 보험료가 비싸서 점차 해약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회사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를 또다시 인상한다. 또 해약자가 늘게 되고, 결국 레몬만 보험에 남게 된다.
보험이란 상호무지에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보험의 의미는 사라질 것이다. 보험회사가 고객보다 화재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화재보험이 필요없는 고객에게만 보험을 팔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우리는 더 적게 보장을 받게 된다.
에컬로프는 정보의 비대칭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2001년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부분적인 해결책을 제안한 두 명의 경제학자, 마이클 스펜스와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공동으로 수상했다. 스펜스는 정보를 가진 사람은 정보가 없는 사람에게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티글리츠는 정반대로 관찰하여 정보가 없는 사람이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낸다고 보았다.
판매자는 값비싼 자동차 쇼륨을 구비해 놓고, 장기간 그 지역에서 영업을 계속할 계획인 경우에만 감당할 수 있는 투자를 한 뒤에, 고객들이 믿을 만하고 쓸모있는 자동차를 샀다는 사실을 입소문내줄 것을 기대한다. 레몬판매자는 몇 대 팔고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다.
은행이 언제나 근사한 빌딩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펜스의 이론은, 정보 내용이 없는 매우 비싼 광고를 설명하는 데도 사용했다. 코카콜라 리얼(Coca-Cola, Real)이란 광고는 무엇인가? 잠재고객들이 엿볼 수 있는 정보라고는 광고비가 비쌀 것이라는 것 뿐이며, 언제나 그렇듯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계속 생산할 것이라는 추측을 준다.
스펜스는 이를 이용하여 왜 경제학이나 마케팅 학위처럼 특정한 경력 기회를 잡기 어려운, 철학을 전공으로 택하는 학생들이 있는지 설명했다. 철학 학위를 받은 사람은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며, 게으르고 아둔한 사람은 철학 학위를 따기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한다.
스펜스는 이것이 기존에 내부정보로 인해 기능이 저해되었던 시장에서 단절된 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임을 증명했다. 고급의 일자리 지원자, 은행, 중고차 판매원, 청량음료 제조업체들은 다른 업체들과 단순히 차별화하는 일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에컬로프는 내부정보가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거래를 발견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스펜스는 그러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보여주었지만, 그기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높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티글리츠는,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낮추되 공제를 늘려 여러 형태의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보장의 수준을 낮추는 효과를 지닌다.
미국정부는 노년층과 일부 저소득층에게만 의료보장을 하면서도, 1인당 지급하는 비용은 미국 정부가 지출하는 돈만 따져도 영국의 공공 및 민간 지출 금액보다 많다. 미국의 공영 및 민영 시스템의 행정 비용이 1인당 1천 달러가 넘는다. 세금, 보험료, 직접 부담 의료비 등을 모두 계산했을 때 미국인들이 일반적으로 병원 수납처에 내는 비용은 싱가포르와 체코에서 지출되는 총 의료비와 맞먹는다. 이들 두 나라는 미국과 보건 수치가 비슷한 나라들이다. 미국의 보건행정비용은 1인당 307달러로 미국보다 보건 지수가 월등히 높은 캐나다의 보건 행정 비용보다 3배 이상 높다.
미국 의료보험은 흔히 직장과 일괄 계약이 되어서, 근로자들은 의료보장을 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 다른 직장을 구해 놓기 전에는 직장을 그만두지 못한다. 그런데도 미국인의 15%는 어떤 형태의 의료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독일이 전체 인구의 0.2%만이 의료보장에서 제외되어 있고, 영국과 캐나다는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치료를 선택할 수도 없다. 보험회사가 협상을 통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도덕적 해이는 실제 경제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보험회사들은 파면이나 임신 등에 대한 보장은 제공하지 않는다. 짜고서 파면당하거나 임신하기 쉽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계획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돈을 지불해 주는 보험이 있다면 이들은 열심히 보험에 가입할 것이다.
실업보험은 존재한다. 실업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시업수당을 없앤다 하더라도 여전히 실업자는 있을 것이며, 실업자를 지원하는 것은 문명사회가 해야 할 일이다.
사회보험의 문제점 – 영국의 경우, 진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이 초만원이어서, 환자들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뿐 아니라 선택의 여지도 없다. NICE가 직면한 문제점은, 사고 후 다시 걸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치료법과 실명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의 우선순위를 비교할 수 없지만, NICE는 비교를 해야 한다. 이때 NICE의 방법은 질보정 생존연수(Quality-Adjusted Life Years)에서 각 치료법의 영향을 계산한다. 10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은 5년을 더 살 수 있게 해주는 치료법보다 우선한다. 그런데 실명 치료를 위해 우선 순위를 두게 되면, 이미 실명한 사람이 다른 치료를 받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2002년 NICE는 양쪽 눈 모두 병변이 있을 때 덜 손상을 입은 눈에만 광역학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극단적인 내용의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는 NICE 재정상황으로 선택할 다른 옵션이 없었다.
복강경 수술(keyhole surgery)은 아주 작은 절개부를 통해 수술함으로써 합병증과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술 방식이다.
영국에서는 일반의 1명당 환자가 약 1,500명이다. 그러므로 주민 9천 명의 작은 마을이 6명의 의사를 지원할 수 있으며, 인구의 90퍼센트가 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 나라에서 진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기에 적당하다.
문제가 되는 해결책은, 정보가 널리 확산되도록 한다. 다른 의사의 진단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전화 상담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하며, 도서관, 의원, 인터넷, 심지어 슈퍼마켓에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환자들에게 이러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고의 시스템은 커다란 비용은 정부나 보험회사가 지불하면서도 환자들에게 비용의 많은 부분을 내도록 만들어서, 자기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선택을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찾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값비싼 특정 치료를 받게되는 경우에만 의료비를 지급받는 보험은 아주 싸다. 각 개인들의 세금 청구서에 1년에 1,500달러를 저축계좌에 넣어준다. 젊은 시절에는 의료비가 적게 나오고, 그러므로 당신이 의료비를 적게 사용하고 이자가 계속 늘어간다면, 40세가 될 때 3만 달러 정도의 돈이 남게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었는데 의료 저축계좌에 여전히 많은 돈이 남아 있다면, 여분의 돈을 연금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전인생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의료보험에 돈을 내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생길 것이다.
어느날 노화에 따른 근육 퇴화를 겪고 있는데, 광역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으면, 시력을 몇 년간 더 유지할 확률이 높다고 하면, 이 때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약물 비주다인을 한 번 치료하는데, 1,500달러가 소요되므로, 당신이 남은 돈과 앞으로의 편익을 위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의료 상품과 서비스는 분배가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싱가포르 정부는 강제적인 저축과 함께, 치료비가 너무 많이 나올 경우 환자들이 일부 비용만 내면서도 선택의 권한을 지니게 해주는 보험제도를 이용해 그러한 문제를 방지한다.
6. 주식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주식시장은 추세를 지닌 랜덤워크로 보인다. 완전한 정보를 가진 투자자들이 무작위한 시장을 만들어내지만, 무작위한 시장은 완전한 정보 소유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슈퍼마켓에서 줄을 설 때도 어느 줄이 가장 빠를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어떤 줄이 가장 빠를 것인지 확실하다면, 사람들은 이미 그 줄로 갔을 것이며, 더 이상 그 줄은 가장 빠른 줄이 아니다. 그냥 아무 줄에나 서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주가는 미래 수익에대한 권리다. 투자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 회사의 미래 수익을 판단해야 한다.
오늘날 투자자들은 ‘그롤쉬’ 방식으로 주식을 고른다. 런던 인근에서 열리는 수많은 파티에서 어김없이 그롤쉬 맥주가 제공된다. 스텔라 아르투아, 하이네켄처럼 과걱에 명성 높은 맥주들은 파티 장소에서 사라진 듯 보였다. 런던에서만 팔리는 것을 보지 말고 전세계에서 잘 팔리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런던에서 잘 팔리면, 런던의 투자자들이 그 회사 주식을 사서 올라가기 때문에 그 주식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수익은 희소성에서 나온다. 희소한 토지의 소유권, 희소한 브랜드, 고유한 능력을 지닌 조직 등이다.
경제적 변형이 기업의 희소성 통제 수준을 높일 것이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찾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경제적 변형이 일반 기업의 수익을 증가시킨다는 확실한 연관성은 존재하지 않고, 그 반대가 사실일 경우가 많다. 기존 기업의 수익성을 파괴하는 한편, 이들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업들은 실패율이 높을 뿐 아니라 사업을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그 사이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과, 낮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새롭고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이 향유한다. 2003년도에 아마존의 수익은 3천만 달러였던 반면, 전 세계 음악산업의 수익은 다운로드와 저작권 침해로 급격히 하락하여 25억 달러에 그쳤다.
최초가 아닌 최고를 찾아라 – 닷컴 및 기타 하이테크 기업의 경우에는 희소성을 갖기 어렵다.
주식 투자에 대한 교훈은 분명하다. 슈퍼마켓에서 가장 빠른 줄을 찾으려는 노력을 떠올리고, 모든 주가에는 막대한 전문지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명심하라. 많은 돈을 벌고자 한다면, 당신은 알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확실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은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어떤 능력에서 나온다. 보수적인 시장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표준의 지배, Ge처럼 전문성의 단순한 우위 등이다.
7. 인생도, 세상도 게임이다.
폰 노이만은 논리학, 집합론, 기하학, 기상학, 그리고 수학의 여러 영역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으며, 양자물리학, 핵무기, 컴퓨터의 개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 게임이론의 기초를 닦은 사람이다. 포커에 관심이 많았던 폰 노이만은 게임에 자신이 개발한 수학적 도구들을 적용했다.
포커를 칠 때 당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도전은 게임을 계속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확률 이론은 당신이 극단으로 흐르지 않게 한다. 각자 쥐고 있는 패를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큰 돈을 거는 이유는 좋은 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 아울러 다른 사람들도 당신이 거는 돈에 대해 해석하려 한다.
폰 노이만은 경제학자 모르겐슈테른과 같이 게임 이론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을 저술했다.
경제적 게임의 사례로는 지주와 소작인, 정부와 노동조합, 중고차 판매원과 고객 사이의 협상을 보면 된다. 원유생산국이 OPEC의 감산규정을 따를 것인가 여부도 이와 관련된다.
게임이론은 폰 노이만과 내시처럼 초인적인 지성을 가진 사람들이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게임 이론은 수학 방적식의 답처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풀어낸다. 게임 이론은 플레이어가 매우 까다로운 문제를 즉각적으로 풀 만한 능력이 있다고 가정한다.
폰 노이만은 최악의 패를 가졌을 때 허세를 부리는 것이 옳은 플레이임을 보였다. 이는 폰 노이만의 제자 크리스 퍼거슨이 2000년 포커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증명했다.
비크리 경매는 차점 가격 봉인입찰 경매다. 최고액을 적어낸 자가 낙찰되지만, 낙찰 금액은 차점자가 적어낸 금액이다. 뉴질랜드 주파수 경매에서 10만달러를 적어낸 입찰자가 4달러만 내면 되었고, 700만달러(미화 500만달러)를 적어낸 낙찰자가 5천달러만 내어도 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 의미에서 경매시장은 허세를 부릴 수 없기 때문에 포커와 전혀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클렘페러와 제레미 뷜로는 단순한 경매 방식이 진지한 입찰자 한 명을 추가로 끌어들일 경우, 다른 어떤 종류의 가격 협상보다 가격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논문을 제출했다.
영국의 주파수 경매 – 과열된 경매 가격에 대해, 게임이론가들은 입찰자들이 다른 회사로부터 3세대 통신사업의 가치에 대해 서로 배우면서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 93라운드까지 탈락자 없이 이어 지던 경매는 3일 동안 8개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5명의 입찰자가 떨어져 나갔다. 왜 그럴까? 또 개방된 경매에서는 모두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더 올라갔어도, 각 입찰자들은 다른 12명의 경쟁자들이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면허게 커다란 가치가 있다는 자신감을 공유했던 것이다. 각 회사는 저마다 사업계획, 기술 파트너, 판매 예상치를 가지고 있었다. 투기적인긴 해도 투명한 경매는 이러한 계획들의 신호를 모두 모아서 모든 입찰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로 제공되었다. 크레센트의 입찰포기는 면허에 더 높은 돈을 걸 가치가 없다는 신호였다.##246면##
면허 비용으로 요금이 올라갔다는 주장에 대하여 – 만약 3세대 통신 면허가 매우 싸다면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비용을 덜 청구할 것인가? 만약 정부가 면허를 공짜로 주었다면 기업은 고객들에게 아무 것도 청구하지 않을까? 영국에서는 면허의 숫자가 5개로 한정되니, 그 희소성의 원칙에 따라 통신 요금이 정해진다.
8. 정부가 도둑인 나라
국제 투명성기구에 의하면 카메룬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 가운데 하나다. 1999년에 이 나라는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부패한 나라였다. 2001년에는 세계에서 50번째로 부패한 나라였다.
수확체감의 법칙 – 가난한 나라에 몇 개의 도로만 새로 놓아도 완전히 새로운 상업지역이 열리는 반면, 부자나라에서는 도로가 몇 개 더 생겨도 교통 체증이 조금 풀리는 데 그치고 만다. 가난한 나라에 전화가 몇 대 설치되면 아주 긴요하게 이용되지만, 부자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문자 메시지 보내는 데 쓰인다. 가난한 나라에서 교육이 조금 늘어나면 큰 차이가 생기지만, 부자 나라에서는 학위를 갖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부자 나라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느 것보다 가난한 나라들이 기술을 베끼는 것이 더 쉽다.
10년마다 소득을 두 배 이상 늘려 온 대만, 한국, 중국을 보면 이런 따라잡기 이론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가난한 나라들은 부자 나라보다 빨리 성장하지 않는다. 이들의 성장은 더욱 느리거나 카메룬처럼 오히려 점점 더 가난해진다.
경제학자들은 여기에 수확체증의 법칙을 추가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것이다. 전화는 다른 사람도 전화를 가지고 있을 때 더욱 유용하고, 도로는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있을 때 더욱 유용하며, 기술은 예전에 많은 것을 발명해 놓았을 때 이를 기반으로 더 쉽게 새로운 기술을 발명할 수 있다.
수확체감의 세계에서는 가난한 나라들이 새로운 기술, 인프라, 교육으로부터 가장 많은 것을 얻게 된다. 한국은 회국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거나 라이선스 사용료를 지불함으로써 기술을 습득했다. 라이선스 사용료에 덧붙여 투자기업들은 수익을 본국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통해 한국 노동자들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이득은 사용료와 수익으로 한국에서 빠져 나간 돈보다 50배는 더 컸다.
교육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 이익은 매우 크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돈을 대거나 학생들, 혹은 무상 교육을 제공하려는 정부에 돈을 빌려주려는 투자자는 끊이지 않는다.
수확체증 모델은 가난한 나라가 상품을 제조해서 수출할 수 있는 공장, 도로, 전기, 항만 등에 많은 보완적 투자를 하게 될경우 부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빅푸시(big push) 투자이론은 폴 로젠스타인 로댄이 발전시켰다.
경제학자 맨커 올슨(Mancur Olson)은 정부를 커다란 총을 가지고 나타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도적에 비유했다. 도적이 정착지를 건설하고 군대를 보유한다면, 그가 그 지역경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주민들을 굶어 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자원을 소진하게 되면 다음 해에는 훔칠 것이 없기 때문이다. 20년간 선출된 독재자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가 20년간 연달아 쿠데타가 터지는 나라보다는 나을 것이다. 올슨의 이론은 안정된 독재가 이롭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불안정한 것보다는 경제에 덜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실제로 카메룬에서 발생하는 것은 올슨의 이론과 훨씬 다르다.
세계은행은 카메룬에 대해, 기업가가 조그만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평균 카메룬인들의 2년치 소득에 해당하는 돈을 관리들에게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동산을 팔거나 사기 위한 비용은 부동산 가격의 거의 5분의 1에 달한다. 법원을 통해 미수금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2년이 걸리고, 받을 돈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이 들며, 58개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표준프로세스가 많아질수록 공무원이 돈을 뜯어먹을 기회가 많아지며, 비야 대통령은 수많은 공무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권좌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카메룬의 문제는, 부정부패이다. 전화요금을 내지 않아도 법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으므로 아무도 전화요금을 내지 않는다. 그래서 전화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교육을 많이 받는다고 직업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므로 교육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은행은 돌려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기피하고, 정부는 좋은 학교를 세우지 않는다. 사업을 해도 세무공무원들만 수지가 맞으므로 기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
카메룬은 60%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 장벽 속에 고립되어 있다.
9. 다 함께 잘사는 방법
브뤼헤(브루게)라는 상업도시는, 브뤼셀에서 기차로 지중해 쪽으로 가면 있다. 플랑드르 공국의 설립자가 9세기 말에 축조한 성곽 주변에서 형성된 도시로, 1세기 후 플랑드르의 수도가 되었고, 북유럽 전역으로 무역을 확장하면서 부유해졌다. 직조산업의 중심지가 되었고, 섬유를 사기 위해 즈웨인 강 어귀로 몰려든 배들은 영국 치즈, 울, 광석, 에스파냐 와인, 러시아 모피, 덴카크 돼지고기, 그리고 베네치아와 제노바에서 거래된 동양의 비단과 향신료 등을 싣고 왔다. 브뤼헤의 넘쳐 나는 부는 250년간 계속되었고, 한자동맹의 중심지였고, 예술이 번창했고, 인도에서 들어온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 신규 산업이 발달했다. 인구는 런던의 2배가 되었다.
15세기 들어 즈웨인 강 어귀가 막히기 시작했다. 커다란 배는 브뤼헤 부두에 올 수 가 없었다. 한자동맹은 안트베르펜 해안으로 옮겨갔다. 물길이 막혀버린 브뤼헤는 빠르게 침체되어 갔다. 생명력을 잃은 브뤼헤는 죽음의 브뤼헤로 불렸다.
서유럽 경제의 강자 자리를 새롭게 넘겨 받은 곳은 스헬데 강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어 있던 안트베르펜이었다. 당시의 부유함은 오늘날에도 확연히 남아 있다. 안트베르펜의 대성당이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으며, 조약돌 도로 위에 5, 6, 7층으로 지어진 마르크트 광장의 길드 하우스는 뾰족한 지붕과 좁은 창문의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현재는 지리적 이점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이아몬드의 도시이며, 스헬데 강의 항구는 24시간 쉼 없이 운영된다.
브뤼헤와 안트베르펜의 이야기는 “부자가 되고 싶으면 세계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아무런 변화도 원하지 않는다면 막혀버린 강가에 있는 것이 좋다. 부유해지고 싶으면 변화를 피해 갈 길은 없다.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의 가장 뚜렷한 징후는 외국제품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축복이자 저주다. 저주인 이유는 외국을 여행하면서도 외국의 풍물이 이국적인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는 너무 익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모스코바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상하이에 있는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너무 닮은 꼴로 변해가고 있다. 과거 피렌체, 베네치아, 브뤼헤에서 이루어지던 외국과의 교역은 이제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 되었다.
통섭이란 책을 쓴 윌슨은 경제학 저자로 남을 필요가 없다. 자기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남들과 비교해서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미국의 자동차 생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음으로 관찰했다. 하나는 디트로이트에서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오와에서 ‘기르는’ 것이다. 아이오와에서 기르는 방법은 밀을 도요타로 바꾸는 특별한 기술이 사용된다. 밀을 배에 실어 태평양 건너로 보내는 것이다. 얼마 뒤 그 배는 토요타를 싣고 돌아올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노동자들은 아이오와의 농부들과 직접 경쟁 속에 있다. 일본 차에 대한 수입 규제는 자동차 노동자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농부들에게는 해가 된다.
1993년과 2002년 사이 미국에서는 거의 3억 1천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3억 2,7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주식, 통화, 채권에 대한 투자와는 달리, 외국인 직접 투자는 혼란기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 경제 저널리스트 마틴 울프는 “공장에 발이 달려 걸어 나갈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막강한 중국은 세계 수출의 4퍼센트 미만을 생산할 뿐이다. 북미의 전체 수입액 중 최저 개발국가들로부터의 수입은 1980년 0.8%에서 2000년도 0.6%로 떨어졌다.
환경주의자인 반다나 시바는 “오염은 부자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로 이동한다. 그결과 세계적인 환경 차별이 생겨 난다”고 한다. 그러나 환경 규제는 주요 비용이 아니다. 인건비가 주요 비용이다. 최신 제조기술은 대개 저렴하면서도 오염이 적다.
오염산업에서의 외국인 투자는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의 해외투자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은 청정산업이다. 즉 외국인들은 더러운 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지만, 미국 기업들은 깨끗한 산업을 세계에 가져가고 있다.
1998년 미국 내 설탕 생산자들은 1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이 중 절반은 단 17개의 농장에 돌아갔다. 보호무역은 콜롬비아에 있는 설탕 생산자가 설탕 대신 코카인을 재배하게 만드는 피해도 주었다.
에너지 소비, 이산화탄소 배출 및 기후 변화는 1인당 소득이 5천 달러에 이르고 난 뒤에는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다.
우리는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부터 중단시켜야 한다. 독일은 환경보호에 열심이며 기업들조차 기후 변화에 대한 성명서인 교토 의정서를 지지하고 있지만 국제경쟁으로부터 석탄 산업을 보호하기 위하여 광부 한 명당 8만 6천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한국은 다국적 기업을 받아들임으로써 천천히, 하지만 확실히 부자가 되었다.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소득은 25년 전 부모 세대보다 4배 이상 올랐다. 노동력 착취 공장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좌파 정치평론가 윌리엄 그라이더는 경찰 및 소방관 근무복을 ‘많은 임금과 훌륭한 노동환경을 제공하는 공장 이외의 곳에서는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2001년도 뉴욕시의 결정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은 노동력 착취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물론 이는 부자 나라의 섬유 노동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뉴욕시 위원회의이런 결의안 초안이 섬유제품 수입이 줄어들면 반사이익을 얻게 되는 집단인 전미봉제섬유노조에 의해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커피 재배업자들은 희소성이 없기 때문에 가난하다. 커피를 재배할 수 있는 곳은 많다. 커피의 대량생산은 노동이 많이 들지만 기술은 별로 필요없다. 커피 생산국가연합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생산 가격을 올리는데 성공할 때마다 다른 국가의 농부들이 재빨리 매력적인 기회를 포착하여 커피를 재배하곤 했다. 베트남이 좋은 사례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베트남에서는 커피가 거의 재배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커피생산국이 되었다.
프랑스나 플로리다에서 커피를 재배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가난한 농부들이 쉽게 커피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자 나라 농부들은 커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미가공 커피는 비교적 무역장벽으로부터 자유로운 반면, 쇠고기, 쌀, 곡물에는 무역 장애물이 있어, 가난한 나라의 농부들은 커피 같은 작물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커피 농부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전에는 부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노동력 착취 공장의 노동자들이 커피 재배에 관심을 두지 않을 만큼 높은 임금을 받는 숙련 노동자가 되기 전까지는 높은 커피 가격은 항상 붕괴될 수밖에 없다.
커피 농사가 조금이라도 수지맞는 기미만 보여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사람들이 즉각 커피 농사에 뛰어들 것이다.
10. 중국, 무엇이든 기회가 되는 곳
마오쩌둥이 국민들에게 엄청난 죄를 저지른 후 1976년에 사망했다. 1978년 12월 덩샤오핑이 집권하여 중국경제는 놀랄만큼 바뀌었다. 농업 생산량이 40% 증가했다. 중국에 경쟁시장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1978년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그릇된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국가였다. 1979년에 집단농장의 1%가 ‘가구 책임제’를 실시했지만, 1983년에는 98%가 이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1980년대 전반기 농업 생산은 연간 10% 확장되었다. 개혁이 시작된지 5년 만에 농부들의 평균 실질 소득은 2배로 늘었다.
국유기업이 지닌 희소성의 힘을 빼앗는다면 그 수익률이 감소하리라 예상한다. 1980년대 중국 기업의 수익률은 여러 부문에서 5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경제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자 수익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평균 수익률은 3분의 1 이상까지 낮아졌고, 가장 수익이 높은 부문에서도 최소한 절반 정도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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