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 리처드 도킨스
The Blind Watchmaker – Richard Dawkins
우리가 다윈주의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뇌가 진화가 일어날 만큼 긴 시간 척도에 비하면 너무도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 사건에만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과학의 위대한 진보중 상당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일부 사람들이 이미 밝혀진 문제와 아직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다른 문제 사이에 비유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종의 기원의 초판이 여섯번째 개정판보다 더 뛰어났다는 사실은 종종 역설로 지정된다. 다윈이 초판 출간 후 쏟아졌던 비판에 대해 개정판에서 어쩔 수 없이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비판들은 지금와서 보면 터무니없는 것이어서 거기에 답변하는 것은 원래의 논점을 흐리고 부분적으로 핵심을 빗나가게 한다.
서평
앞서 이기적인 유전자가 1977년경에 출간되어 세상을 경도시켰지만, 이 책은 그 10년 뒤 나온 것으로 앞서의 이론들을 재점검하고, 창조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책이다. 다시 10년 뒤에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이 출간되는데, 도킨스의 이론을 일관되게 정리하는 책이다. 이 눈먼 시계공은 누군가가 길을 걷다가 정교한 시계를 발견했을 때, 신이 아니면 누가 이런 정교한 시계를 만들겠냐는 논의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즉 인간과 같이 정교한 존재는 오직 신만이 창조한다는 논리가 창조론자의 이야기인데, 이를 반박하는 많은 이론적 귀결을 여기서 맡볼 수 있다.
도킨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제일 힘든 종교와의 싸움을 과학적 견지에서 전혀 굴하지 않고 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논리와 행동이 일관된 학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진화론에 관한 책들을 종결하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도 진화와 유전자에 관한 많은 책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진화와 유전자에 관한 책은 이 책으로 만족하고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읽어 가면서 계속 생각해야 하는 논리들이 많고, 기본적인 과학 지식, IT 프로그래밍에 관한 이해도 있어야 납득하면서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완독한다면 세상의 생물들, 인간들이 다른 관점으로 보이고,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과학 한방으로 날려 버릴 수 있는 후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1.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일
복잡한 물건은 그것이 어디에 있든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들은 그것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어한다.
생물학은 어떤 목적을 위해 고안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대상에 대한 학문이다. 물리학은 설계란 말이 좀체로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단순한 대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는 사고의 도구이지 주인이 아니다. 다른 목적을 위해서는 단어들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편리할 때가 있다. 요리에서 바닷가재는 물고기로 분류되지만, 물고기는 바닷가재보다 사람 쪽에 훨씬 가깝다.
기계들은 살아있는 대상이 만든 직접적인 산물이다. 그것들의 복잡한 얼개는 살아있는 대상으로부터 유래되었고, 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징표이다. 화석들과 유골, 시체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들의 뇌는 사냥하고, 채집하고, 짝짓기를 하고, 자식을 기르는 일을 이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즉 보통 크기의 물체가 3차원에서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그런 세계에 익숙해 있다. 우리는 매우 작거나 매우 큰 것, 위치가 일정하지 않은 입자, 보거나 만질 수 없는 힘과 장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책의 ‘시계공’이라는 말은 19세기의 신학자 윌리엄 페얼리의 논문에서 빌려온 것이다. 1802년에 출판된 그의 논문 ‘자연신학 또는 자연현상에서 수립된 신의 존재와 속성에 대한 증거’는 창조론의 해설서이며, 신의 존재에 대한 가장 영향력 있는 주장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가 말하는 내용은, 풀밭을 걸어가다가 돌 하나를 발견했다면, 그 돌은 항상 거기에 놓여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시계를 발견했다면, 그 시계가 항상 거기에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대상 자체의 정밀함과 내부 얼개의 복잡함 때문에 ‘시계는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 말로만 보면 아무도 이견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무신론자도 자연에 대해서 내리는 결론은 똑같다. 다만, 무신론자는 시계보다, 자연의 작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안다.
페얼리는 인간의 눈을 찬미하면서, 눈은 망원경 같이 인간이 고안했고, 어떤 것을 본다는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눈도 반드시 설계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망원경과 눈을 비교하는 것, 시계와 생명체를 비교하는 것은 오류이다. 모든 자연현상을 창조한 유일한 시계공은 맹목적인 물리학적 힘이다. 실제의 시계공은 앞을 내다볼 수 있다. 그는 마음의 눈으로 미래의 결과를 내다보면서, 톱니바퀴와 용수철을 설계하고 그것들의 조립방법을 생각한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미리 계획한 의도따위는 들어 있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며 계획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자연의 시계공 노릇을 한다면, 그것은 눈먼 시계공이다.
복잡함이란 무엇인가? 둘로 자르면 잘라진 두 부분이 동일한 내부 구조를 가질 때 단순하다고 한다. 시계, 자동차는 균일하지 않다. 다만 균일성을 넘어선 것은 필요조건이다. 몽블랑의 바위들이 내부구조가 서로 같지 않다. 몽블랑의 바위는 이렇게 쌓아야만 바위라고 정해놓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행기의 쓰레기 더미와 비행기는 확연히 다르다. 즉 복잡한 물건은 사전에 규정된 어떤 성질, 즉 단순한 우연만으로는 매우 얻기 힘든 성질을 가지고 있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다면 단계적 환원주의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 먼저 큰 영역에서의 작동원리, 그 다음 세부 부품들의 구성원리, 그리고 부품이 만들어지는 물리적 수준까지로 파악의 단계가 있다.
복잡한 물건이란 그것이 너무나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 존재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 물건을 말한다. 그것은 일회적인 우연으로 생겨날 수 없다. 최초의 물체가 점차적으로, 누적적으로, 단계적으로 더 복잡한 물건으로 변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물리학자들의 과제는 궁극적인 기원과 궁극적인 자연법칙의 문제이다. 생물학자들의 과제는 복잡한 것의 문제이다.
그림의 제일 위는 카메라와 닮은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눈의 홍채는 카메라의 조리개에 해당한다. 수정체는 초점을 맞추는 렌즈에 해당하고, 초점은 근육으로 수정체를 잡아당겨 바꿀 수 있다. 상은 뒤쪽에 있는 망막에 맺혀 망막에 있는 시세포를 자극한다.
그림의 중앙부에 있는 것은 망막의 일부를 확대한 것이다. 빛은 그림의 왼쪽에서 들어온다.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는 빛을 최초로 접하는 부분이 아니다. 그것들은 안쪽에 묻혀 있어서 빛을 직접 받지 않는다. 연락신경이라 되어 있는 곳은 일종의 중계센터로서, 이 전기적인 접속부에는 간상체가 1억 2천만개, 추상체가 600만개로 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3백만 개가량의 신경절 세포가 있다.
그림의 맨 아래에는 크게 확대한 하나의 시세포, 간상세포가 있다. 망막에는 이 복잡한 구조의 세포가 1억 2500만개 있다. 몸 전체에는 그만큼 복잡한 세포가 몇조 개나 된다. 시 시세포의 수는 양질의 인쇄 사진에 있는 색점의 5천 배의 숫자이다. 시세포의 오른쪽에 있는 주름진 막은 실제로 빛을 모으는 기관이다. 이러한 다층구조로 인하여, 광자가 첫번째 막에 걸리지 않으면 두번째에 걸리고, 그 다음으로 걸리는 형태이다. 사진가들이 사용하는 가장 빠르고 민감한 감광용액이라도 한 점의 빛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약 25배의 광자가 필요하다. 미토콘드리아는 700개 이상의 다른 종류의 물질들에 의해 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화학공장이다. 핵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약 30권의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디지털 신호로 저장되어 있다.
맨 아래의 그림이 하나의 세포이다. 인간의 몸 전체의 세포수는 약 10조개이다. 스테이크 하나를 먹으면, 백과사전 천억 개에 해당하는 정보를 찢어 없애는 셈이다.
2. 훌륭한 설계
자연선택은 눈먼 시계공이다. 눈이 멀었다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절차를 계획하지 않고, 목적을 드러내지 않는데, 자연선택의 결과 생명체는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설계하고 고안한 인상을 준다. 이 책은 이런 역설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다.
박쥐는 어둠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그들은 밤에 사냥을 한다. 빛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야행성 곤충, 심해의 물고기나 고래 들이다.
랜턴이나 서치라이트를 사용하여 빛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반딧불이나 일부 물고기들이 스스로 빛을 만든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반딧불은 배우자를 유인하는 데 불빛을 사용하므로 그다지 큰 에너지가 필요치 않다. 그런데 빛을 만들어서 길을 찾는 방법은 몸을 떠난 빛이 반사횐 다음 다시 눈에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큰 밝기를 필요로 하고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든다.
맹인들이 느끼는 안면시(facial vision)는 실제로는 귀로 느끼는 것임이 밝혀졌다.
물 속에서 초음파를 탐지하는 소나 기술, 소리 대신 전파를 사용하는 유사한 기술인 레이더(미국), RDF(영국) 이 사용되었다.
박쥐가 사용하는 것은 전파가 아닌 소리이기 때문에 레이더라기 보다는 소나의 일종이다.
미국의 동물학자 도널드 그리판은 동물이나 기계가 사용하건, 소나이건 레이더이건 간에 반향위치측정법 echo-location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박쥐는 종류에 따라 각기 전혀 다른 방법으로 소나를 사용한다. 박쥐들은 종류마다 각기 독립적으로 그 기술을 발명했던 것같다. 박쥐들 모두가 반향위치측정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구대륙의 열대 지방에 사는 과일을 먹는 박쥐들은 훌륭한 시각을 가지고, 오로지 시력에만 의지하여 길을 찾는다. 그러나 그들 중 한두 가지 종류는 다르다. 루세투 Rousettus 박쥐속은 소나를 사용한다. 그런데 그들의 소나는 온대지방의 소형박쥐들이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조잡한 것이다. 루세투 속은 나는 동안 크고 리드미컬한 혀차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각각의 소리와 그것의 반향 사이의 시간차를 측정하여 방향을 잡는다. 루세투 속의 혀차는 소리는 사람에게도 또렷이 들린다.
박쥐들은 주파수가 너무 높아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사용한다. 소형의 박쥐들은 기술적으로 고도로 진보된 음파탐지기술을 사용한다. 그들은 메아리의 세계에 살고 있고, 그들의 뇌는 화상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로 반향을 이용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주파수보다 약간 높은 super dog whistle의 소리 따위와는 전혀 다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보다 월등히 높은 주파수이다.
박쥐의 얼굴은 괴물처럼 일그러져 있어서, 왜 그런 모습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일그러진 얼굴은 원하는 방향으로 초음파를 발사하기 위한 절묘한 형태이다. 박쥐탐지기라는 bat detector를 사용하면, 일상적인 비행을 할 때 초당 10회의 비율로 펄스를 내는 것을 들을 수 있다.이것은 표준 텔렉스나 브렌 기관총의 속도와 비슷하다.
곤충을 찾거나 장애물을 피해 비행할 때면 그 비율이 올라간다. 그 속도는 기관총보다 빨라서 박쥐가 움직이는 목표물에 최종적으로 접근할 때면 초당 200회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면 스쿼시나 탁구와 같은 운동을 하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계속 초당 200회의 펄스를 유지하지 않는 것은, 에너지도 많이 소모되고 그에 따라 목청과 귀가 상하며, 뇌의 용량도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쥐의 입은 매우 큰 소리를 내는 반면, 그들의 귀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매우 민감하다. 마이크나 귀가 극도로 민감하다면, 스스로 내는 커다란 소리에 손상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소리를 작게 만드는 것은 되돌아 오는 반향이 더욱 작아지기 때문에 좋은 해결책이 못된다.
송신/수신 전환기술은 송신할 당시에 수신기는 꺼지도록 하는 것이다. 박쥐는 고막의 진동이 마이크와 같은 청세포에 전달될 때 세 개의 작은 뼈, 망치뼈, 모루뼈, 등자뼈를 거치게 된다. 어떤 박쥐들은 등자뼈와 망치뼈에 부착된 잘 발달된 근육을 가지고, 이들 근육이 수축하면 그 뼈들은 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마치 떨고 있는 진동판에 손가락을 대면 소리를 죽이는 것과 같다. 귀는 메아리가 돌아올 때를 맞춰 본래 가진 고도의 민감성을 회복한다. 박쥐는 이 근육을 초당 50회씩 수축시키고 이완시킬 수 있다.
소나에서 소리의 방출과 복귀 사이의 시간차로 목표와의 거리를 측정한다면, 그 소리는 매우 짧은 스타카토 펄스가 되어야 한다. 이상적이 되려면 박쥐가 내는 펄스는 매우 짧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리가 짧을수록 알맞은 강도의 반향이 만들어질 만큼 충분히 힘있는 소리가 생성되기 힘들다.
기술자들에게 알려진 짹짹거리는 레이다 chirp radar 기술이 있다. 박쥐의 펄스는 각각의 반송주파수가 있으므로, 각각의 펄스는 높은 피치의 비명이다. 레이다 또한 반송주파수를 가진 전파의 비명이다. 그런데 이 레이다는 고정된 반송주파수를 갖지 않고, 1옥타브 가량 오르락내리락하는 반송주파수를 가진다. 일종의 늑대울음같은 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되돌아오는 메아리와 방금 레이더에서 나간 소리가 뒤섞인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데 수많은 종류의 박쥐들이 매번 울 때마다 1옥타브 가량을 오르내리는 울음소리를 낸다. 이러한 늑대 울음같은 소리는 주파수변조 즉 Fm기술이다. 다만 박쥐들은 보낸 소리와 돌아오는 소리를 구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반향과 다른 반향을 구분하는 더 정밀한 작업을 위해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기술은 도플러효과라고 부르는 원리를 이용하는 레이더이다. 관박쥐라고 하는 작은 박쥐들은 스타카토의 짹짹거리는 소리나 늑대 울음처럼 피치가 내려가는 소리 대신, 경적소리 같은, 고정된 피치의 길게 뽑는 소리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길다고 하지만 10분의 1초보다 짧은 소리다. 그리고 그 소리에 늑대울음같은 소리가 각각의 경적소리 끝에 붙는다. 박쥐가 움직이면서 나무를 향해 소리를 내면, 이중의 도플러효과가 발생하여, 상대속도를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리고 박쥐는 곤충을 향해 부딪쳐 오는 소리를 분석하여, 내는 소리를 다시 조정함으로써 피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박쥐들은 이 두 가지 기술중 하나에 특화했고, 어떤 박쥐들은 두 가지 기술을 모두 취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신기술은 관박쥐가 사용하는 것으로, 귓바퀴를 앞뒤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 추가동작은 또다른 도플러 효과를 일으켜 추가정보를 얻는다.
박쥐들은 다른 박쥐들이 내는 소리, 즉 방해전파를 극복하는 문제가 있다. 인공적인 초음파로는 박쥐들이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주파수 할당의 방법이 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쥐 자신의 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면 박쥐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완전한 시각을 갖춘 동물이기 때문에 보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 작업인지 거의 깨닫지 못한다. 물체는 단순히 ‘거기에 돌출해 있고’, 우리는 거기에 있는 물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관념은 그곳에서 온 정보를 기초로 우리의 뇌 속에서 형성된, 하지만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뇌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로 변형된 정교한 모형이다. 뇌 속에 있는 컴퓨터는 빛의 파장의 차이를 색깔의 차이로 처리한다. 시각이 청각과 후각과 다른 이유는 뇌가 내부 모형을 사용할 때 보이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 냄새나는 세계에 각각 다른 종류의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시각과 청각이 다른 것은, 우리가 시각 정보를 청각 정보와는 다른 목적과 방법으로 내부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밍엄의 주교 휴 몬테피어가 쓴 ‘신의 존재가능성’이라는 책. 그는 거미가 거미줄을 무작위적인 변이에 의해 만들리가 없다는 회의가 들고, 사람의 눈이 어떻게 그렇게 복잡한 기관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답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이런 사람의 밑바닥에는 이런 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는 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 거대한 시간에 대해 즉각적인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종류의 나방이 어두운 색깔로 진화했다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방이 그 변화를 이룩하는데 백년의 시간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눈은 화석으로 남지 않는다. 현재의 눈으로 진화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알 수가 없다. 수억년이라고 보인다. 선택교배로 늑대를 개로 변화시키는 데 들인 훨씬 짧은 시간을 생각해 보라.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에 우리는 늑대로부터 발바리, 불독, 치와와, 세인트 버나드를 만들어왔다.
인간의 눈이나 박쥐의 귀 같은 매우 복잡한 기관의 진화에 대해 쉽게 의심하는 두 번 째 근거는 확률이론을 즉자적으로 적용한 데 있다. 위의 주교는 레이븐의 논문을 인용하여, 뻐꾸기가 다른 새에 기생하기 위해서는 어미새가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는 습성과 새끼가 원래 둥지에 있던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습성이 있어야 하므로, 이런 완벽함이 동시에 이루어질 확률은 천문학적 수준이다는 비판을 한다. 이 주장에는 자연선택과 무작위성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이다. 그러나 자연선택은 무작위성의 정반대편에 있다. 전체로서의 완벽함이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단순하고, 덜 발달된, 반만 완성된 눈이나 귀, 음향탐사체계, 뻐꾸기의 기생생활 방식 등은 전혀 없는 것보다 낫다. 눈이 절반만 있어도 비록 촛점이 맞지 않는 정확한 영상을 얻지는 못해도 적이 움직이는 대강의 방향은 탐지할 수 있는 것이다.
3. 작은 변화의 축적
누적적인 자연선택을 상상하라. 바닷가를 거닐면 큰 자갈들과 작은 자갈들이 띠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도는 목적도 의도도 갖고 있지 않을뿐더러 단지 자갈들을 이리저리 굴렸을 뿐이며, 큰 자갈들과 작은 자갈들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응답한 것이 해변에서 각각 다른 위치에 있게 된 것이다. 태양계는 우주에 무수히 널려있는 궤도 시스템 중의 하나이다. 태양의 중력에 맞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려면 태양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더 빨리 운동해야 한다. 행성이 정해진 거리에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하며 운동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한 가지 속도만을 취해야 한다. 이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체이다.
헤모글로빈 한 분자는 아미노산들로 이루어진 네 개의 사슬이 함께 얽혀서 만들어진다. 사슬 중 하나는 146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아미노산은 20가지이다. 20가지 물건으로 146개의 고리가 있는 사슬을 만드는 경우의 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숫자이다. 146개의 고리로 만들어지는 경우의 수는 20을 146번 곱한 것과 같다. 1뒤에 0을 190개 붙인 것과 같은 숫자이다.
구름은 종종 눈에 익은 어떤 물체의 형상을 띤다. 구름이 어떤 형체를 닮는 것은 일단계 자연선택에 의해 생겨한 것이다. 단 한 번의 우연의 일치로 생겨났다는 뜻이다. 별들이 전갈, 사자를 닮았다는 것도 시시하다.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결과인 생물의 적응과 비교할 때 그런 시시한 유사성을 보고 놀랄 사람은 없다.
무작위적인 변화가 완성된 생성물을 한번에 만들어낼 확률은 너무 작다. 누적적 자연선택이라면 어떨까?
진화에는 장기적인 목표 따윈 없다. 진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인간이라는 터무니없는 신념, 즉 인간의 허영심의 산물에 불과하다. 선택의 기준은 항상 단기적이다. 그것은 단순한 개체의 생존이거나 아니면 성공적인 번식이다. 누적적인 자연선택은 미래를 알지 못하며 장기적인 목표 따위는 갖고 있지 않다.
컴퓨터로 문장을 만드는 대신에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컴퓨터가 쉽게 따를 수 있는 간단한 그림그리기 규칙을 만든다. 그런 다음 그것이 유전자의 영향으로 변화되도록 한다.
유전자는 배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또한 다음 세대로 이동한다. 실재하는 동물과 식물은 수만 가지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모델에서는 아홉 개로 제한할 것이다. 어떤 유전자는 가지를 뻗는 각도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 유전자는 특정한 가지의 길이를 변화시키고, 반복횟수의 제한을 유전자 9가 담당하도록 프로그램화한다. 그림2를 볼 때(그림2생략), 그려진 7개의 그림이 서로 동일한 연관된 생물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림3에서,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기본이 되는 나무인데, 그 주위에 여덟 개의 다른 종류가 있다. 그것들은 기본이 되는 나무와 비교할 때 유전자 하나가 다르다. 즉 한 가지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것 빼고는 가운데 있는 나무와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 가운데 오른쪽 나무는 기본나무에서 유전자 5의 값이 +1만큼 증가한 것이다.
이들 각각의 나무들은 모두 고유의 단일한 유전형식, 즉 9개 유전자가 갖는 고유의 값을 갖고 있다. 가운데의 오른쪽과 왼쪽 나무를 비교해 보면 유전자 5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유추할 수 있다. 앞으로 이것을 나무가 아니라, 신체 body, 혹은 바이오모프 biomorph라고 부를 것이다.
바이오모프라는 말은 데즈먼드 모리스가 자신의 초현실주의적 그림 속에 있는 동물을 닮은 형태를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그림3에는 가능한 18개의 돌연변이들 중 대표적인 8개가 그려져 있다. 발생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번식프로그램이라는 작은 프로그램이, 진화라는 큰 프로그램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번식프로그램은 성별 구분이 없다. 돌연변이는 항상 한 번에 하나씩만 일어나도록 했다. 자식들의 형태는 부모의 형태에서 직접적으로 유래되지 않는다. 자식들은 각자 그들이 가진 아홉 개의 유전자의 값으로부터 자신의 형태를 얻는다. 그리고 자식들이 가진 9개 유전자는 부모가 가진 9개 유전자로부터 얻은 것이다. 이것은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신체는 세대에서 세대로 유전되지 않는다. 유전자가 유전되는 것이다. 유전자의 특성은 그들이 자리잡은 신체의 발생과정에 그들이 참여했는가 하지 않았는가에 의해서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세대로 유전될 가능성은 그들이 만든 신체의 성공 여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컴퓨터 모델에서 발생과 번식이라는 두 개의 독립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가 이것이다. 발생프로그램은 절대로 유전자 값을 번식프로그램에 되돌려주지 않는다.
번식프로그램은 유전자들과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을 함께 다음 세대로 물려준다. 발생프로그램은 어떤 주어진 세대에서 번식프로그램에 의해 주어진 유전자들을 받아서, 그것들을 그림을 그리는 동작으로 번역한다. 이 두개의 프로그램을 진화프로그램으로 합친다.
진화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번식프로그램의 끝없는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세대에서 유전자들은 재생산될 뿐만 아니라 발생프로그램으로 넘겨진다. 발생프로그램은 고유의 엄격한 규칙에 따라 화면 위에 적절한 신체의 모양을 그린다. 매세대에서 자식들 전체가 화면에 나타난다. 자식들 모두는 같은 부모에서 나온 돌연변이들로 부모와 하나의 유전자가 다르다. 물론 높은 돌연변이율은 과장된 것이다. 실제 하나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은 대개 100만분의 1보다 작다. 그리고 어떤 것이 살아나갈 대상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 한다.
바이오모프는 원래의 조상으로부터 100단계의 돌연변이를 거친 셈이 된다.
그림4는 기껏 29세대로만 이루어진 특정한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그림에서는 모두를 보여줄 수는 업고, 성공한 세대와 성공하지 못한 그것의 자매들 중 하나 또는 두 개를 그려놓았다. 이 그림은 기본적으로 저자가 심미안으로 선택한 세대들의 진화이다. ##구체적인 세대의 설명은 92면 참조##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이것들이 나무 모양 이상의 무엇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수양버들이나 레바논의 삼나무, 양버들, 해조류, 사슴뿔 모양 정도를 기대했다. 생물학자의 직관, 20년의 프로그래밍경험 등으로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나왔다. 이것이 진행되는 동안 곤충과 같은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그림4의 맨 아래쪽을 보면, 곤충처럼 다리가 여섯 개가 아니라, 거미처럼 다리가 여덟 개이지만 어쨋거나 곤충을 닮았다.
그림5는 모두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모프들이다. 이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건드리거나 수정된 적이 없다. 정확히 컴퓨터가 진화시켜서 만들어낸 것이다. 바이오모프 모델의 결함은 있다. 이것은 누적적인 선택의 힘이 무한한 종류의 의사생물 형태를 만들어내었지만, 자연선택이 아닌 인위선택이었다. 그런데 자연선택은 조금 어려운 일
자연선택은 유전자를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들이 신체에 미친 효과, 표현형에 미치는 효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수많은 품종의 개, 젖소, 비둘기를 번식시킬 때 입증된 것처럼, 사람의 눈은 표현형에 미치는 효과를 선택하는 데 익숙해 있다. 형태인식 프로그램으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두뇌가 더 좋을 것이라 본다.
자연선택은 단도직입적이고 명확하며 단순하다. 바이오모프들은 컴퓨터 속에 조성된 혹독한 환경 조건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들이 가진 형태의 어떤 점이 그 환경 조건에서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할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그 환경 조건에는 포식자, 먹이, 기생체, 경쟁자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림6을 보면, 3각형의 3개의 꼭지점에는 임의로 택한 3개의 바이오모프가 있다. 맨 위 꼭지점이 기본형의 나무다. 왼쪽 아래에 있는 것이 저자의 곤충이다. 오른 쪽 아래에 있는 것은 이름이 없다. 그것을 ‘예쁜 것’이라 이름 붙이겠다. 이들 3개의 바이오모프들은 각각의 고유한 유전 형식이 있다. 그것이 9차원의 공간에서 각자의 고유한 위치를 결정한다. ##앞서 유전자 9개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므로, 각각의 특성을 표시하려면 9차원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공간에서 거리가 의미하는 것은, 가까운 이웃은 유전적으로 비슷한 바이오모프이고, 멀리 떨어진 이웃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많은 바이오모프라는 뜻이다. 이 그림에서 삼각형의 안이나 밖에 불구하고, 그것에 상응하는 유전 형식은 세 개의 고정 바이오모프가 가지고 있는 유전 형식의 가중평균으로 산출한다.
그림7은 삼각형을 뺀 상태에서 그림 6의 다른 평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림의 척도가 달라져 있다.
그림8은 모든 것을 고려한 이미지이다. 3개의 바이오모프는 전갈과, 곤충, 설명하기 힘든 맨 위의 바이오모프이다. 이들 세 개의 바이오모프는 모두 30회의 돌연변이를 거친 것이다. 아래쪽의 작은 눈금들은 유전적인 거리를 나타낸다.
실제의 진화에서 이것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변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는 것이다. 진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곤충에서 여우나 전갈로 직접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이웃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완전히 무작위적인 도약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곤충에서 전갈로의 도약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어떤 동물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부모라면, 그 동물은 최소한 완전히 다 자랄 때까지는 충분히 살아남을 정도로 훌륭한 자질을 갖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동물이 낳은 돌연변이 자식이 부모보다 더잘 살아남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자식이 큰 돌연변이를 일으켜 멀어지면, 살아남을 확률은 아주 작다.
죽어 있는 방법의 수는 살아있는 방법의 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유전자공간에서 아무렇게나 크게 도약한 결과가 죽음으로 끝날 확률은 매우 높다.
우리들이 살고있는 세계는 아홉개가 아닌, 수만 개의 유전자를 가진 세포 수십억 개로 이루어져 있다.
4. 동물 공간에 만든 경로
사람의 눈이 수많은 부품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고, 복잡하고 훌륭하게 설계된 기관인데, 처음엔 작고 단순한 것에서 출발하여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일련의 변화를 거쳐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바이오모프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직관의 등불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자.
사람의 눈이 전혀 눈이 아닌 것에서 시작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발생할 수 있는가?
사람의 눈이 그것과는 약간 다른, 우리가 편의상 X라 부를 수 있는 어떤 것에서 바로 발생할 수 있는가?
앞의 1이 아님은 분명하고, 뒤의 2에서 X가 충분히 눈에 가깝다면 그렇다라는 대답이 가능하다.
지금의 인류가 갖고 있는 눈과 결코 눈이라고 볼 수 없는 상태의 어떤 것을 연결하는 일련의 연속적인 X시리즈가 있는가?
우리와 우리의 가장 오래 된 조상의 세대 차이는 수십억 세대이다. 만약 1억 개 정도의 X가 주어지면, 아무 것에서나 시작하여 아주 조금씩 변화해 가서는 결국 사람의 눈에 이르는 그럴싸한 계통을 만들 수 있다.
1982년에 출판된 프랜시스 히칭의 책 “기린의 목, 다윈은 어디서부터 잘못 생각했나”는 오류투성이다. 이 책에 보면, ‘눈이 어떻게 다윈의 이론처럼 느리고 꾸준하며 무한한 개선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겠는가? 수천에 수천을 곱한 행운의 돌연변이가 동시에 일어나서 수정체와 망막이 동시에 진화하는 일이 가능할까’라고 적혀있다.
남자가 색맹일 확률은 12분의 1이고, 난시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눈이 부옇게 보인다고 하여, 누군가가 이제부터 눈을 꼭감고 눈이 좋아질 때까지 주위를 더듬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는 어불성설이다. 그는 수정체와 망막중 하나라도 없으면 눈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눈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수정체 없는 눈이나마 있는 편이 훨씬 낫다. 수정체가 없어도 지금 자신이 벽을 향해 가고 있는지 사람을 향해 가는지는 구분이 가능한 것이다.
막대기 대벌레가 5%만 닮았다는 주장이 오류라는 논의에서, 도킨스는 곤충의 의태가 서투른 모방에서 지금과 같은 완벽한 형태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어떤 포식자는 색깔만 가지고 먹이를 식별하고, 다른 포식자는 모양을, 또다른 포식자는 질감만을 구별하는 식이다. 막대기의 어떤 한 가지 특징만을 닮은 곤충은 다른 포식자에게는 잡아먹힐지라도 한 종류의 포식자는 속일 수 있을 것이다. 진화가 진행됨에 따라 곤충은 의태의 레퍼터리에 다른 특징들을 하나둘씩 추가한다. 여러 종류의 포식자들에 의해 수행된 총체적인 자연선택에 의해 결국 모든 특징들을 흉내낸 완벽한 의태가 만들어진다.
어떤 단세포 생물들은 작은 색소막이 깔린 빛을 감지하는 점(안점)을 갖고 있다. 그 색소막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 중 어느 한 쪽을 막아서 빛이 어디서부터 오는가에 대한 어떤 관념을 만든다. 다세포 생물 중 여러가지 형태의 기어다니는 벌레들과 몇 종류의 달팽이 종류들이 유사한 눈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색소가 밑에 깔린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은 작은 컵의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빛의 방향을 탐지하는 능력면에서 약간 개선된 형태다. 빛을 감지하는 세포들이 ㅍ녀평한 면에 배열된 것에서부터, 얕은 접시 모양으로 배열된 것, 그리고 바닥이 깊은 컵 모양으로 배열된 것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인 단계가 있다고 할 때, 각 단계는 작든 크든 그 전단계보다는 광학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만약 컵의 바닥을 아주 깊게 만들어 옆으로 뉘면, 그것은 렌즈 없는 바늘구멍사진기가 된다.
바늘구멍사진기는 또렷한 영상을 만든다. 구멍이 작을수록 영상은 더 선명해지며 어두워진다. 구멍이 크면 영상은 밝아지고 흐려진다.
앵무조개는 한 쌍의 바늘구멍사진기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정체가 없고, 동공은 단지 구멍에 불과해서 바닷물이 눈의 안쪽으로 드나들 수 있다. 왜 렌즈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 정말 좋은 코멘트 하나 합니다. 조개는 몸의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외부를 선명하게 보면 즉각적 반응을 하지 못하니 스트레스만 가중될 것이다 ##
컵처럼 생긴 눈이, 입구에 조금이라도 볼록하고 빛을 조금이라도 통과시키는 성질이 있는 물질 또는 반투명물질이 있다면, 좀더 향상된 눈이 될 것이고, 점차 더 두꺼워지고 빛을 더 잘 투과시키고, 매끈한 형태로 개선되어 갈 것이다.
오징어와 문어는 완전한 수정체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것과 흡사하지만, 그들의 조상은 인간과 무관하게 완전히 독립적으로 카메라 눈의 원리를 발견하고 진화시켜 왔다.
마일클 랜드는 눈이 영상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리는 9가지가 있으며, 그 대부분이 여러 차례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구면반사경의 원리는 인간이 가진 카메라 눈의 원리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현생 어류의 대부분이 아가미를 가지고 물 속에서 호흡한다. 그러나 많은 종이 더러운 늪에서 살며 부조한 산소를 수면에 주둥이를 내밀고 공기를 들이켜서 보충한다. 이러한 종들은 구강은 확장되어 숨쉬는 주머니가 되며 그 내부에는 모세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한다. 현존하는 많은 물고기들은 그 주머니를 단 하나로 놔둔 채 살고 있으며, 완전히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처음에 그것이 허파로 사용되었겠지만, 지금은 부레가 되었다. 물 속에서 부력의 평형을 유지하게 해 주는 기발한 장치이다.
몸 속에 부레가 없는 동물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상어는 가라앉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헤엄을 쳐야 한다. 몸 속에 커다란 공기주머니를 가진 동물, 인간과 같은 동물은 물 위에 뜬다.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을 만큼 적당한 크기의 부레를 가진 동물이 힘들이지 앟고 부력의 평형을 유지해서 꾸준하게 물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상어류를 제외한 현생 어류가 완성한 기술이다. 그들은 부레를 채우는 데 더 이상 외부의 공기를 이용하지 않는다. 몸 속에 기체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샘을 갖게 되었다.
나무를 기어오르는 물고기 폐어는, 허파를 독자적으로 진화시켜 왔다. 그들이 가진 허파는 아가미를 둘러싼 공기주머니 형태다.
반쪽 날개와 완전한 날개 사이의 동물들을 보자. 발가락 사이에 있는 커다란 비막으로 활강하는 개구리가 있는가 하면,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바람을 받는 면적을 넓혀 활강하는 날뱀 tree-snakes이 있고, 체축을 따라 비막이 달린 도마뱀이 있다. 또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에 있는 비막으로 활강하는 여러 종류의 포유류가 있어서, 이것들을 보면 진화 초기에 박쥐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추축할 수 있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물고기는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바닥에 엎드리는 편이 유리하다. 상어와 가까운 종류인 홍어와 가오리는 몸을 양 옆으로 늘려서 커다란 ‘날개’를 만들었다. 마치 압착기를 통과한 상어와 같다. 그러나 그것들은 여전히 몸이 좌우대칭이며 ‘바로 서있는 형태’이다. 가자미, 혀가자미, 헬리벗(북태평양산 넙치), 그리고 다른 종류들은 다른 방식으로 몸을 납작하게 만들었다. 이것들은 청어, 송어와 같이 부레가 있는 경골어류로서 상어와는 유연관계가 멀다.
청어는 좌우의 폭보다 상하의 높이가 훨씬 더 크다. 이 물고기는 세로로 납작해진 몸 전체로 물을 밀어내면서 헤엄친다. 가자미나 넙치의 조상이 바다 밑바닥에 엎드릴 때 몸을 한쪽으로 눕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경우 한 눈이 모래 속에 파묻히게 되므로, 아래로 내려간 준이 위쪽으로 돌아가게 된다.
눈이 돌아가는 과정은 어린 새끼가 자라는 동안 재현된다. 가자미나 넙치는 유년기를 해수면 근처에서 보내는데, 성장함에 따라 차츰 두개골이 비대칭적으로 변모하여 기이한 형태의 뒤틀림이 생긴다. 그 결과 왼쪽 눈이 머리의 앞끝을 거쳐 오른쪽으로 옮겨간다. 넙치와 가자미의 비틀린 두개골은 출발점이 잘못 선정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발점부터 미리 설계한 우아한 역사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단계적인 변화를 거쳐온 왜곡된 역사인 것이다.
인간의 눈을 보면, 시신경은 여러 개의 신경섬유들이 뭉친 신경다발이다. 대략 3백만 개의 신경섬유가 모여서 시신경을 이룬다. 3백만 개의 신경섬유들은 망막의 시세포들과 일대일로 대응하고 시세포의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시세포는 망막 전체에 분포하고, 따라서 신경섬유도 망막 전체에서 뻗어 나와 하나의 다발로 묶여 시신경을 형성한다.
공학자에게 눈을 설계해 보라고 한다면, 시세포를 빛이 들어오는 쪽에 놓고 거기서 나온 정보를 전달할 신경을 시세포 뒤로 배서 뇌로 연결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척추동물의 망막은, 시세포가 신경섬유의 뒤로 연결되어 있고, 빛을 먼저 받는 것은 이 시신경이다. 즉 이 신경은 망막 표면을 따라 이어져 맹점에 모인 다음 망막을 뚫고 안구의 뒤쪽으로 나가 뇌로 연결된다. 빛은 신경들의 숲을 먼저 통과하여 시세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기이한 눈의 형태가 물리 법칙에 맞는 적절한 형태로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실제의 진화경로와 연관이 있다. 그 경로란 실제 생명체와 동등한 것들을 통과하는 경로를 말한다. 눈의 기원이 되는 기관이 무엇이든간에 거기서 출발하여 망막의 방향을 바른 쪽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경로가 이 실제의 경로이다.
달로의 법칙 Dollo’s Law은 진화가 비가역적이라고 한다. 사슴의 뿔이 잠시동안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면, 그것이 다시 작아지는 쪽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처음부터의 진화를 거스러는 퇴보로 표현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진화 경로는 여러 세부 지점에서 각각 독립적인 기원들을 가지고 있다. 문어의 눈은 우리 인간의 눈과 매우 흡사하지만, 신경이 들어오는 방향에서 시세포보다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뒤로 빠져 나간다. 문어의 눈이 인간의 눈보다 더 합리적으로 설계되었다.
진화의 경로는 독립적이다. 일단 어떤 설계가 진화하기에 훌륭하다면, 동물계의 다른 영역에서, 다른 출발점에서 다른 진화경로를 거쳐 독립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음파탐지법
대부분의 박쥐가 음파탐지법을 사용하지만, 박쥐와 관련이 없는 다른 여러 동물 집단 또한 이 방법을 사용한다. 조류 중에는 최소한 두 그룹이 이 방법을 사용하며, 돌고래와 고래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교한 음파탐지법을 사용한다. 또한 최소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박쥐 집단에서 각각 독자적으로 발견되었음이 거의 확실하다.
남미산 오일버드와 둥지를 가지고 수프를 만들기도 하는 극동의 바다제비가 있다. 이 둘은 모두 둥지가 동굴 깊숙한 곳에 있어서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 새들은 자기가 지저귄 소리의 메아리를 이용해서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다. 이 새들의 소리는 초음파가 아니라 사람의 귀에도 들린다. 즉 박쥐와는 상관없이 개발한 것이다.
뾰족뒤쥐, 시궁쥐, 물개 등이 어느 정도 반향을 이용하긴 하지만, 박쥐 정도의 정교함은 고래 뿐이다. 고래는 크게 이빨고래와 수염고래가 양쪽 다 육상 생활을 하던 조상에서 유래한 포유류다.
이빨을 갖고 있는 고래에는 향유고래, 범고래,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돌고래가 포함되며, 모두 물고기나 오징어 따위의 입으로 잡을 수 있는 비교적 큰 먹이를 먹고 산다. 돌고래는 정수리에 정교하게 발달된 음파탐지 장치를 가지고 있다. 돌고래의 머리에 돔처럼 툭 불거져 나온 혹은 조기경보기의 기묘한 형태로 불거져 나온 레이더 돔처럼 보인다. 대서양에 사는 주둥이가 뭉툭한 돌고래는 원, 사각형, 삼각형을 구별할 수 있다. 두 개의 목표물중 어느 것이 가까운지도 구분하는데, 1과 1/4인치에서 7야드 까지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으며, 70야드 이내에 있는 골프공 절반만한 크기의 강철구를 찾아낼 수도 있다.
곤충과 물고기들 중에는 음파탐지법을 사용하는 종류가 발견되지 않았다. 약한 전기를 발생하는 전기물고기는 전기를 이용하여 신호를 보낸다. 물론 강한 전기를 사용하여 먹이를 기절시키는 것들 즉 전기뱀장어, 전기가오리 등은 독자적으로 그것을 개발했다.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약한 전기물고기들은 서로 관련이 없다. 그들이 살고 있는 물 속은 진흙이 너무 많아서 눈으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기장으로 어떻게 느끼는 지는 알 수가 없다. 물고기의 근육조각들은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그 근육들을 차례로 수축시켜 몸에서 사인곡선을 만들고, 그 힘으로 전진한다. 강한 것이든 약한 것이든, 전기 물고기에서 그 근육들은 전기적인 의미에서 배터리가 된다. 그 배터리의 각 조각들이 전압을 발생시킨다. 이 전압은 물고기의 몸길이 방향으로 근육조각들이 직렬 연결됨에 따라 자꾸 올라가서, 강한 전기 물고기인 전기뱀장어의 경우 650볼트 1암페어의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전기장 탐사법의 원리는 말 그대로 물리학 수준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전기 물고기가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수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약한 전기물고기의 경우를 보면, 적응 수렴에 대한 이해가 간다. 전류는 물고기의 몸 앞 절반에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물 속에서 커브를 그리며 물고기의 뒷부분 절반, 즉 꼬리 부분으로 되돌아 간다. 그 곡선들은 몸 옆으로 줄지어 나있는 옆줄 구멍 앞부분으로 나와 뒷부분으로 들어간다. 각각의 구멍에는 전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작은 전압계들이 들어 있다. 바위나 먹이감이 나타나면 전기장을 나타내는 곡선이 변형된다. 변형된 곡선에 해당되는 구멍의 전압계에 이 사실이 기록된다.
그들은 봍의 물고기들이 갖고 있는 뛰어난 영법, 즉 몸 전체로 파동을 만들어 물을 밀어내는 방법을 포기해야 했다. 그들은 몸 전체를 단단하게 하는 대신 체축 방향으로 길게 뻗은 하나의 지느러미를 만들어, 이것을 움직이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몸 전체로 파동을 만드는 대신 지느러미로 파동을 만드는 것이다. 느릿하게 움직이지만, 빠른 움직임을 포기할 만한 가치가 확실히 있었다.
놀라운 것은 남아메리카의 약한 전기 물고기가 찾아낸 해결 방법은 아프리카의 물고기가 찾아낸 방법과 거의 똑같다. 다만 아프리카의 물고기는 긴 지느러미가 등에 달렸고, 남아메리카의 그것은 배에 달렸다. 세부적인 면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야말로 수렴진화의 특징이다.
수렴진화의 실례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매미의 발생 주기이다. 매미는 성체로서 단 몇 주동안만 생존하지만, 유충-번데기가 아니라 애벌레로서-으로 보내는 시간은 13년 또는 17년이다. 이들은 그 기간을 땅 속에서 은둔한 후, 거의 같은 순간에 성충이 부화하여 나온다.
매미에는 세 가지 종이 있으며 각기 모두 17년 변종과 13년 변종을 갖고 있다. 13년 변종과 17년 변종으로의 분화가 각각 독립적으로 최소한 세 차례 일어난 것이다. 서로 다른 세 종류의 매미들이 각기 독자적으로 그 주기에 도달했다.
대규모의 적응 수렴의 예는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대륙들이 서로 떨어진 채 오랜 세월이 흘렀을 경우에 발견된다. 각 대륙에서 서로 관련이 없는 동물들이 같은 생활방식을 채택한다는 사실이다. 대륙이 이동하는 시간은 동물이 진화하는 시간만큼 느리다.
1억년 전에는 남아메리카 대륙의 동쪽에 아프리카 대륙이 붙어 있었고 남쪽에는 남극대륙이 이어져 있었다. 남극대륙은 오세아니아대륙과 이어져 있었고, 인도는 마다가스카르 섬을 가운데 두고 아프리카와 이어져 있었다. 이를 곤드와나라고 하는데, 북반구에는 북아메리카, 그린랜드, 유럽,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가 하나로 뭉쳐 로라시아라는 초대륙이 있었다.
남반구의 곤드와나가 갈라지기 시작한 것은 공룡의 시대라 부르는 중생대였다. 세 지역으로 갈라져 각자의 진화를 걷게 된다. 지금은 멸종된 남아메리카의 거대한 육상 나무늘보 giant ground sloth 를 닮은 동물이 구대륙에는 아무 것도 없다. 남아메리카에는 멸종된 자이언트 기니피그가 있었다.
호주에 있는 알을 낳는 포유류 –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 를 제외하면, 현대의 포유류는 두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대류와 태반류이다. 유대류는 오세아니아 대륙을 점령했고, 태반류는 구대륙을 점령했다.
생활방식으로 프레어리 prairie (미시시피 강 연안의 대초원), 팜파스 pampas(남아메리카, 아르헨티나의 대초원), 사바나 savannah (미국 남동부의 나무가 없는 평원) 등의 여러가지 대초원을 이용하는 생활이다. 이 생활방식을 영위하는 동물에는 여러 종류의 말과 아메리카 들소가 포함된다.
초식동물은 매우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어서 항상 포식자를 경계한다. 그들은 대개 가늘고 긴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진화 과정에서 특별히 길고 단단해진 발가락 끝으로 달린다. 이것이 발굽으로 변했다. 들소는 네 다리 모두 발 끝에 두 개의 커다란 발가락이 있다. 쪼개진 발굽이다. 말은 두 개의 발가락 대신 딱 한 개의 발가락으로만 달린다.
남아메리카 대륙에는 코뿔소를 닮은 괴물이 있었다. 지금의 코뿔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곳에서 그들의 뼈 골격을 보면, 거대한 몸집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같다. 리톱턴스라고 불리는 동물의 발 모양은 현재 말과 흡사하지만, 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초원에서의 생활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이고, 말과 리톱턴스는 초원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똑같은 특성을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시켜 온 것이다.
호주의 캥거루는 네 발로 뛰는 대신에 두 다리로 뛰고 커다란 꼬리로 균형을 잡는 고난도 기술을 완성했다.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맹수에게 눈을 돌리면, 수렴진화의 기막힌 예를 볼 수 있다. 늑대, 들개, 하이에나등 개과와 사자, 호랑이, 표범, 치타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이 있다. 검치호랑이 Smilodon를 보면, 위턱에서 아래로 뻗어나온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송곳니가 있다. 최근까지 오세아니아 대륙과 신대륙에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맹수와 개과에 속하는 동물이 없었다. 퓨마와 재규어는 구대륙의 고양이로부터 최근에 진화되어 나온 것이었다. 두 대륙 모두 유대류로서 그에 상응하는 종류가 있었다.
호주에는 주머니늑대(테즈매니아늑대)가 있었는데, 어마어마하게 도살되었다. 딩고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딩고는 최근에 인간이 호주로 들여온 진짜 개다. 주머니늑대와 개가 다른 점은 골반과 뒷다리가 약간 개와 다르다는 정도이다.
검치호랑이를 빼닮은 틸라코스밀러스 Thylacinus가 있다. 틸라코스밀러스는 아가리를 검치호랑이보다 더 넓게 벌릴 수 있었다.
##대륙별 동물의 비교는 156면 참조#
개미핥기의 특징은 대사율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포유류의 대사율은 신체의 크기와 관계가 있다. 작은 동물일수록 높은 대사율을 갖는다. 개미핥기는 큰 몸집에 비해 대사율이 극히 낮다. 개미를 주식으로 하는 공통점 외에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대사율이 낮다.
개미들 가운데도 수렴진화의 예가 있다. 대부분의 개미집단이 고정된 집에서 정착생활을 하지만, 많은 수의 군대를 이끌고 다니며 다른 집단을 약탈하는 종류가 있다. 이를 군대개미라 부른다. 아프리카에서는 행군개미 dorylus라 불리우는데,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군대개미가 있다.
행군개미와 군대개미는 아주 큰 무리를 이룬다. 군대개미는 개체수가 백만 가까이 되며, 행군개미는 2천만 가까이 된다. 이들이 진행하면, 바퀴벌레 한 마리 남기지 않고 쓸어버린다.
개미 연구의 권위자 에드워드 O. 윌슨은 사회생물학을 저서로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무서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행군개미의 집단은 2천만 개의 턱과 침을 가진 무게 20kg의 한마리 동물이라는 것이다. 개미테가 가는 행로는 3분의 1미터 남짓하다.
5. 형질발현과 기록 보존
모든 생물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따스한 호흡, 불, 생명의 불꽃 이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 언어, 지시문이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체 속에 들어있는 10억에 달하는 불연속적인 문자를 생각하라.
유전자의 정보저장 기술은 디지털 방식이다.
유전이란 물과 잉크가 섞이는 것과 같다는 생각과, 그것이 아니라 유전자는 중간에 뒤섞이거나 소멸되지 않는 입자의 형태로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는 생각을 구분하는 것은 진화론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감을 섞는 것과 같은 유전을 전제로 하면 세대가 거듭됨에 따라 다양성은 감소할 것이고, 획일성은 자꾸 증가할 것이다.
버드나무 씨, 개미, 그리고 다른 모든 살아 있는 세포들 속에 들어있는 주요 저장 매체는 전기적인 재료가 아니라 화학적인 재료다. 어떤 분자들은 무한한 길이의 긴 사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즉 중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용된다.
중합체 사슬을 구성하는 단위 분자에 이질성이 생기면, 그 중합체는 이론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살아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특별한 중합체를 폴리뉴클레오티드라 부른다.
백합꽃 씨 한 개 또는 도룡뇽의 정자 한마리에 들어 있는 DNA는 브리테니커 백과사전 60배 분량의 정보를 저장하기에 충분한 수용능력이 있다. 아메바라는 이름의 원생생물의 DNA는 백과사전 1000배만큼의 정보가 들어있다. 그러나 엄청난 유전 정보중 극히 적은 분량만이 실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가령 인간의 세포는 그 중 1%만을 실제로 사용한다. 세균은 인간의 세포보다 정보 수용능력이 작다. 대략 인간의 1000분의 1인데, 아마 그 정보의 대부분을 활용할 것이다. 그래서 기생할 여지가 없다. 세균의 DNA는 신약성서 한 권만을 수록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은 같은 형태의 DNA 주소체계를 가지고 있다. 종이 다르면 주소체계도 다르다. 사람은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침팬지는 48개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정자나 난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어떤 한 정자 속에 있는 모든 장소는 다른 나머지 정자 속에 들어있는 특정한 장소들에 대응한다.
DNA 암호의 번역과정에는 그 유명한 세 글자로 된 유전 암호가 개입한다. DNA의 문자 3개로 이루어진 트리플렛코드는 총 64개(4*4*4)가 있고 각각은 20개의 아미노산들 중 어느 한 가지나 아니면 읽는 것을 중지하라는 신호로 번역된다. 64개의 코드 중 읽는 것을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리는 것은 3가지다. 대부분의 아미노산이 한 개 이상의 트리플렛코드에 대응한다.
세포 하나에는 수많은 정교한 기계들이 들어있다. 효소라고 불리는 단백질 분자들은 각각이 특정한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기계라고 부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단백질 기계는 각기 고유한 화합물을 생산한다. 이를 위해 세포 주위에 떠다니는 원료 물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원료도 대개는 다른 단백질 기계가 만들어 놓은 생산물이다. 이 단백질 기계들은 대개 6천 개의 원자로 이루어지며, 분자치고는 매우 큰 종류에 속한다. 세포 하나에는 이런 거대한 분자들이 대략 백만 개 정도 들어 있고, 그 종류는 2천가지에 달한다.
간세포는 자기의 DNA ROM에서 신장세포를 만드는 데 해당하는 유전자는 읽지 않는다.
DNA의 정보는 정자나 난자를 만드는 세포의 DNA로 수직적으로 전달된다. 계속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므로, 이것을 보존용 DNA라 부른다. 이 보존용 DNA가 전달되는 세포들의 계보를 생식원세포 계보 germ line 이라 부른다. 생식원세포는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세포들의 집합이다. DNA는 또한 수평적으로 전달된다. 생식원세포가 아닌, 간세포나 피붸포 따위에 전달되고, 그러한 세포들 속에서 다시 RNA에 전달된다. 그 다음 단백질에 전달되고, 그 결과 배의 발생 과정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치고 최종적으로 성체의 형태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자연선택이란 경쟁하는 DNA가 종 전체의 보존에서 수직적으로 전달될 때 어떤 것은 성공을 거두고 어떤 것은 실패하는 것을 말한다. 종 전체의 보존용 DNA 속에서 수직적으로 전달되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성공이지만, 성공의 평가 기준은 대개 유전자가 수평적 전달에 의해 신체에 어떤 작용을 나타내는가에 달려 있다.
소와 강낭콩(그밖의 모든 생물도)은 히스톤 H4 유전자라는 거의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그것의 내용은 306개의 DNA 문자로 되어 있다. 서로 다른 종은 염색체의 주소체계가 달라서 주소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소의 DNA에 들어있는 306개의 문자열이 강낭콩의 306개의 문자열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소와강낭콩은 그 306개의 문자열 중 단지 두 개만 차이가 난다. 소와 강낭콩의 공통조상이 정확히는 아니어도, 화석증거에 의함 그 시기가 10억년 전과 20억년 전 사이일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대략 15억년 전이라고 가정하면, 이 두 생물은 306개의 문자 중에서 305개를 보존했다. 이 기간동안 복제된 횟수는 2백억 번 정도는 될 것이다.
히스톤 DNA는 단순히 복제만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선택의 영향도 받는다. 히스톤은 생존을 위해서 꼭 필요한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다. 이것은 염색체의 구성 성분이다.
우리는 단지 DNA의 변종들 중 성공적인 것의 후손들을 볼 뿐이다. 개체를 죽음으로 이끈 DNA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는 돌연변이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 왜냐하면 돌연변이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변종이 만들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자연선택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어떤 새로운 변종을 수용하고 다른 것은 도태시키는 일이다. 돌연변이 속도는 진화가 일어나는 속도가 가질 수 있는 최대 한계선이다.
자연선택이 없는 상태에서 DNA가 얼마나 정확히 복제되는가 하면, 그것은 5백만 세대가 복제되는 동안 그 내용의 1%가 잘돗되는 정도다 .
DNA 복제 과정에는 여러가지 에러 수정 공정이 개입되어 있다. 사람의 세포 속에서는 하루에 대략 5,000개의 DNA 문자가 사라지지만 수리 메커니즘에 의해 즉시 복구된다.
어떤 사물이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이 금방 생겨났든지 아니면 과거에 생겨났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내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존재방식이 있는 것같다.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있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 이슬과 같은 존재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쉽게 생겨날 수 없지만, 일단 한번 생겨나면 오래 가는 바위와 같은 존재방식이다.
DNA는 두 가지 존재방식 모두에 있어 탁월하다. DNA 분자 자체는 물리적 성질이 이슬과 같다. 조건만 갖춰지면 그것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생겨난다. 대부분이 몇 개월 안에 망가진다. 하지만 DNA가 갖고 있는 문자들의 배열형태는 가장 단단한 바위와 같은 내구성이 있다. 그 형태는 수백만 년을 버틸 수 있고, 바로 그것이 DNA가 오늘날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슬은 새 것이 낡은 것으로부터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 이슬이 다른 이슬을 닮았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특별히 부모이슬을 닮은 것은 아니다. 이슬은 족보가 없고 어떤 정보를 전달할 수도 없다. 이슬은 저절로 만들어지지만, DNA의 정보는 복제에 의해 만들어진다.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법칙에 의해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어떤 존재, 복제자가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생명체에서 그 역할은 거의 전적으로 DNA 분자가 맡고 있다. 원시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복제자는 DNA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복제자는 훨씬 실수가 많았을 것이다. 새로 구성되는 복제품들은 모두 원료물질로 만들어지며, 그 원료는 주변에 있는 작은 구성 단위다. 복제자는 주형이나 틀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작은 구성 성분이 틀에 채워진 후 새로운 주형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틀에서 만들어진 주형은 떨어져 나와 이번에는 자기가 틀의 역할을 한다.
복제과정 중에 실수가 생기면 복제자 집단은 여러 종류가 뒤섞인 집단이 될 것이다. 잘못 복제된 것들중 일부는 조상의 자기복제능력을 잃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부모와 다른 자기복제능력을 얻을 것이다. 그래서 집단 내에서 실수로 만들어진 복제자가 차츰 자기의 복제품을 늘려갈 것이다.
새로운 주형이 틀에서 떨어져 나오는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점착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낡은 틀의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복제 과정 중의 실수로 복제자의 집단에서 다른 것보다 더 잘 들러붙는 변종이 생겨났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덜 들러붙는 복제자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따라서 점착성이 줄어드는 쪽으로 진행하는 진화경향이 있게 된다.
Q-베타라는 바이러스가 있는데, 대장균과 같은 장세균에 기생한다. Q-베타는 DNA를 갖고 있진 않지만 친척뻘인 한줄로 된 RNA 분자를 가지고 있다. 정상세포에서는 RNA의 지시에 의해 단백질 분자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RNA로부터 RNA를 복제할 수 있는 특별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그 도구를 RNA 복제효소(RNA 레플리케이즈)라고 부른다. 이러한 RNA 복제를 여러번 반복하여 발생하는 변종을 따로 모아둔다. 이를 V2라 부르기로 하는데, 이는 보통의 Q-베타 RNA 보다 훨씬 빠르게 복제된다.
캘리포니아의 레슬리 오겔과 실험팀은 V2 RNA를 출발점으로하여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RNA 합성을 방해하는 에티디움 브로마이드라는 독극물을 시험관에 집어 넣었고, 차츰 합성속도가 떨어지더니 내성이 생긴 새로운 RNA가 만들어졌다. 이들은 독의 농도를 계속 2배씩 올리면서, 최종적으로 10배의 독을 사용했는데도 내성이 생긴 내성 RNA V40을 만들었다. 시험관을 옮길 때까지 100개의 시험관을 사용했다.
눈과 피부와 골격과 발가락과 뇌와 본능, 이것들은 DNA 복제도구들이다. 그것들은 DNA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것들은 DNA의 차이에 의해 유래했다. 그것들은 자신들을 만든 DNA의 복제에 영향을 준다. 그것들은 그들의 신체가 생존하고 번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 신체는 바로 DNA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그것은 DNA와 같은 운명이다.
유전자의 변화가 생존 확률의 증가로 이어지는데 11개나 되는 인과관계의 사슬이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다른 모든 문자와 함께 복제되어 비버의 모든 세포 속에 들어간다. 그것은 발생중인 뇌세포에서 읽히고, RNA로 전사되어, 세포 속을 떠다닌다. 그 중 일부가 리보솜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에 결합한다. RNA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생산하고, 이것은 아미노산 배열 순서에 따라 특정한 형태로 꼬이고 접힌다. 이것들이 효소로 작용하여 유전자의 산물을 만들고, 그 산물은 세포막으로 제 갈길을 찾아간다. 원래의 DNA에서 약간 변화된 것 때문에 세포막의 성분이 화합물의 생산 속도가 변화한다. 이것이 이번에는 뇌세포가 다른 뇌세포와 연결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것이 신경망 연결과정에서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비버의 댐 만드는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다. 비버가 나뭇가지를 물고 헤엄을 칠 때 머리를 조금 더 높이 쳐들면, 나뭇가지에 묻은 흙이 덜 씻겨내려가고, 이 것이 댐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고, 지배적인 유전자가 된다. 이것들은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저자의 책에 나와있다.
6. 생명 탄생의 기적
기적이란, 그것이 어쨋든 일어난 사건이라면, 단지 엄청난 우연과의 조우일 뿐이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현대의 이론에서 핵심은 누적적인 자연선택이다.
신은 원래 있었다는 말은, DNA는 원래 있었다 혹은 생명은 원래부터 있었다라고 말하면 될 뿐이다.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는, 빈약한 인간의 상상력에 비해 너무 크지 않으면서도 냉철한 계산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어느 정도의 우연이 필요하다.
만약 생명이 탄생한 행성이 단 하나뿐이라면 그것은 우리 지구이다. 생명의 탄생이 우주에서 단 하나의 행성에서만 일어날 정도로 불가능한 사건이라면 그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한 행성은 바로 우리 지구다. 따라서 지구가 생명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는 없다.
자연발생확률 spontaneous generation probability SGP라는 것은, 실험실에서 분자가 자연발화할 경우 등에 사용된다. 이것이 10억분의 1이라면, 실험실에서 생명이 탄생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주의 행성이 10억*10억 개가 있다면, 그 중 한 곳에서 생명이 탄생할 확률은 엄청날 것이다.
생명탄생의 확률과 지능의 탄생이라는 확률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적절하게 시작되기만 하면, 그에 따른 지능의 진화에는 적은 양의 행운을 할당해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일단 시작되기만 하면, 그것은 지능의 진화를 불가피한 것 정도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눈먼 시계공의 기본 생각은 우리가 생명체나 그밖의 우주의 다른 것을 이해하려고 할 때, 어떤 설계자를 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설계자를 가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에, 설계자를 가정할 필요가 없는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유기분자의 원시스프이론은 처음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나온 이론이다.
또 하나의 새로운 이론이 있다.
무기광물질 이론
글래스고 대학의 화학자 그레이엄 케언스 스미스가 주장하는 것이다 ##라이얼 왓슨의 생명의 조류라는 책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
케언스 스미스는 DNA 단백질 기구가 비교적 최근이라는 30억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본다. 그 이전에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복제자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룩한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있었다. 최초의 복제자는 일단계 자연선택에 의해서 생겨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해야 한다.
화학은 무기화학과 유기화학으로 나뉘는데, 생물에 관련된 화학이 탄소-화학이고, 탄소원자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거의 무한한 종류의 거대 분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가진 원소로는 탄소말고도 규소가 있다.
케언스 스미스는 지구에 출현한 최초의 생명체는 규산염과 같은 스스로를 복제하는 무기 결정에 바탕을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DNA와 단백질은 모든 부분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지탱할 수 있는 안정되고 우아한 아치의 두 기둥이다. 따라서 초기에 어떤 받침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것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해야지, 그것들이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그 받침대는 초보적인 형태의 누적적인 자연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며, 그것의 성질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 어쨋거나 그 받침대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어떤 복제자를 기초로 한 것이어야 한다.
케언스 스미스는 최초의 복제자가 진흙이나 점토에서 발견되는 무기물의 결정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결정들은 서로 끼워맞춰질 대 어떤 방식을 선호하는가에 따라 전체 결정의 모양이 달라진다.
결정이 자체의 구조를 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결정은 용액 속에서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씨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것은 먼지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작은 결정일 수도 있다. 사진을 현상할 때 정착액으로 사용하는 하이포 용액은 티오황산나트륨 수용액을 말한다. 티오황산나트륨은 아주 뜨거운 물에 많이 녹인다. 그런 다음 용액을 식히는데, 먼지 하나라도 들어가서는 안된다. 이제 그 용액은 과포화상태가 되었고, 여차하면 결정을 만들겠지만, 결정을 만들 씨가 없다.
그런후 조그만 하이포결정 한조각을 넣으면, 결정이 눈에 띄게 자라날 것이다.
다이아몬드에서는 탄소 원자가 정사면체 모양으로 배열되어 극히 안정한 상태가 된다. 흑연에서는 탄소 원자가 평면 육각형의 형태로 배열되며, 그 평면이 층층이 쌓인다.
흑연은 층과 층사이의 결합이 약해서 서로 미끄러질 수 있다. 그래서 흑연은 윤활제로 사용된다.
하이포 용액처럼 어떤 물질이 과포화되어서 금방이라도 결정이 만들어지려는 상태에 있다고 가정하자. 그 물질이 탄소처럼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정을 만들 수 있다. 그 결정에 동글동글한 것과 납작한 결정을 넣으면, 납작한 결정은 납작한 결정들을 만들어내고, 동글동글한 결정은 그런 결정을 만들 것이다. 만약 어떤 한 종류가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빠르게 부러진다면, 그 과정은 일종의 자연선택이 될 것이다.
점토
진흙과 점토와 바위는 작은 결정들로 만들어져 있다. 그 결정들의 표면에 흠이 있으면, 그 위에 새로 생기는 층에도 그 형태가 그대로 복사된다.
점토의 어떤 성질이 자기와 같은 종류의 변종이 풍부해지게 만들 수 있을까?
점토는 강이나 냇물의 상류에서 바위가 풍화되어 물에 녹아 들어온 규산과 금속 이온 같은 화학적 구성단위로 만들어진다. 어떤 특정한 형태의 점토 결정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는 무엇보다도 물 흐름의 속도와 패턴에 달려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점토의 침전도 물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것들은 지하수가 흐르는 땅의 짜임새, 모양, 수위를 변화시킴으로써 무심코 이 일을 한다. 어떤 점토 변종이 우연히 토양의 구조를 바꿔서 지하수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성질을 갖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 결과 점토는 씻겨 내려갈 것이다. 이런 종류의 점토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어떤 것이 지하수의 흐름을 늦춰서 자기와 같은 종류의 점토가 더 많이 침전되도록 한다. 이런 점토는 성공적인 점토변종이 되는 것이다.
어떤 점토 변종이 아예 물의 흐름을 막아서 자기와 같은 점토결정이 침전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흐름에 이런 종류의 점토가 존재하면, 그 흐름에서는 댐이 만들어지고 그 댐 위쪽에는 흐름이 정지한 커다랗고 수심이 얕은 연못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물의 흐름은 진로를 바꿔 새로운 경로로 흘러갈 것이다. 그 고요한 연못에서는 더 많은 점토가 침전된다. 이제 물의 흐름이 바뀌어 연못들은 고립되었기 때문에 건기가 되면 연못은 말라붙는다. 햇볕 아래 점토는 말라붙고 갈라지낟. 그리고 점토의 맨 위층은 바람에 날려 먼지로 흩어진다. 각각의 먼지 입자들은 댐을 만드는 조상 점토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징을 물려받았다. 그 구조적 특징에서 댐을 만드는 성질이 유래한다. 먼지들이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아직 댐을 만드는 점토에 감염되지 않은 다른 흐름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단 그 점토 입자가 새 흐름에 들어가면 댐을 만드는 점토 결정이 자라기 시작한다.
이런 결정의 성장 과정에서 실수가 생기면, 그 이후에 생기는 층은 그 변화를 그대로 복제한다. 이런 것을 원시적인 누적적인 자연선택이라 할 수 있다.
결정들 중의 일부가 촉매 역할을 하여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일이 우연히 발생했을 경우, 그 새로운 물질은 결정들이 새로운 세대로 만들어 가는 것을 돕는 물질이다. 이들은 바로 복제되지는 않고, 원래의 복제자에 의해서 각 세대에서 그때그때 새로 만들어진다.
케언스 스미스는 그의 결정 복제자가 만든 도구들은 스스로 복제되지는 않으며, 이들 가운데는 유기분자가 많았을 것이라 믿고 있다. 무기화학 공업에서 유기 분자들이 자주 사용되는데, 그것은 액체의 유동성이나, 무기 입자의 성장 또는 균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몬트모릴로니트라는 점토 광물은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오스라는 유기분자가 소량 존재할 경우 잘 부러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카르복시메틸 셀룰로오스의 양이 더 적어지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나서 몬트모릴로니트 입자들이 서로 붙어 있도록 만든다. 탄닌이라는 유기분자는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진흙에 구멍을 뚫을 때 구멍을 더 쉽게 뚫으려고 사용한다. 석유 시추업자가 진흙의 점성을 변화시키고 구멍이 잘 뚫리는 정도를 조작하기 위해 유기분자를 사용할 수 있다면, 자기복제 능력이 있는 광물질이 누적적인 자연선택의 결과 같은 목적으로 유기분자를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D. M. Anderson은 점토광물이 유기생명체의 탄생을 돕게 된 다섯가지 기능을 열거했다. 흡착에 의해 반응물을 농축하는 것과 같은 기능이다. 유기물의 화학적 합성과 점토 광물의 표면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케언스 스미스는 점토 결정 복제자가 초기에 사용한 것이 단백질이나 당류, 그리고 무엇보다 RNA 같은 핵산이엇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RNA 같은 분자들은 음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점토입자를 끌어모아 겉을 둘러싸게 하는 성질이 있다.
마침내 RNA는 자기복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일단 새로운 자기복제 분자가 탄생하자 새로운 종류의 누적적인 자연선택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복제자는 본래 찬조 출연자였지만 진화를 계속하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DNA 암호를 완성하였다. 원래의 광물 복제자는 닳아빠진 주형처럼 버려졌다.
먼 미래의 어느날 지능을 갖춘 컴퓨터가 잃어버린 자신들의 기원에 관해 추론하는 일이 생기게 될까? 그 컴퓨터들 중 하나가 자신들의 신체를 구성하는 실리콘에 기초한 전자기적 원리에서 컴퓨터들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유기화학, 즉 탄소 생명체라는 아주 먼 옛적의 초창기 생명 형태에서 자신들이 만들어졌다는 이단적인 이론을 생각해 내게 될까? 그리고 컴퓨터는 저절로 생겨날 수 없으며 어떤 초기 형태의 누적적인 자연선택에서 유래한 것임을 깨닫게 될까?
우리의 눈을 볼 때 특정 주파수만 감지하게 된다.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의 조상들은 전자기파의 좁은 영역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그 좁은 영역만을 볼 수 있듯이 우리의 뇌는 크기와 시간의 좁은 영역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매일매일 실행할 수 있는 짧은 시간과 작은 규모의 사건 외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그것들을 넘어선 긴 시간과 큰 규모를 생각할 능력을 진화시키지 않았다. 크기로는 인간의 몸길이를, 시간으로는 인간의 수명을 기준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많다.
우리의 눈이 전자기파의 어떤 영역만을 볼 수 있게 진화한 것처럼 우리의 뇌는 자연선택에 의해 어떤 범위에 해당하는 위험과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게 진화하였다. 즉 인간의 생활에 유용한 범위에 들어가는 확률만을 마음 속에서 계산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들소를 향해 화살을 쏘았는데, 그 들소가 죽지 않아 뿔에 들이받히거나, 폭풍이 와서 나무 밑으로 피신했는데, 벼락으로 죽는 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몇 십년 동안 자주 겪는 일이다.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수백만년을 산다면, 위험이라는 것을 완전히 다르게 규정해야 한다. 50만년 동안 매일 도로를 가로질러 건넌다면 언젠가는 차에 치일 것이다.
진화는 우리의 뇌가 1세기가 조금 못되는 수명을 가진 생명체에 합당한 위험과 그것의 발생 확률에 대해 주관적인 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수 억 년의 수명을 갖는 외계인의 주관적 판단은 우리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화학자가 생각해 낸, 원시 복제자의 탄생에 관한 이론이 꽤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수십년의 생명을 가진 우리에게는 기적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우리의 뇌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지는 사건들에 관해 사고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경허맣는 사건, 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경험하는 사건들에 관해서만 사고하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대중매체가 발달한 환경에서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를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수십억이 있기 때문에 우연의 일치임에 틀림없는 사건도 실제로는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천성적으로 우리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나, 기껏해야 부족을 이루어 살던 조상들이 뉴스를 기대할 수 있었던, 마을 안에 있는 몇백 명 정도의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생명의 탄생을 실험하는 화학자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실험들이 수십억년이 아니라 몇년에 걸친 것일 뿐이고, 실험자가 수십억이 아니라 몇 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7. 건설적인 진화
자연선택이 무언가를 제거할 뿐인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를 부가할 수는 있다.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은 힘을 합쳐 오랜 지질학적 시간동안 부가와 삭제 과정을 거쳐 엄청난 복잡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복잡성의 구축에는 두 가지 중요한 방법이 있다. 하나는 서로 적응한 유전자형 coadapted genotypes 과 군비확장 경쟁 arms races 이 있다.
서로 적응한 유전자형에 살펴본다.
유전자가 특정한 효과를 가지는 것은 거기에 이미 유전자가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을 때뿐이다. 그런 배선을 가진 뇌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발생 중의 완전한 배가 있을 때뿐이다.
배 발생 과정 전체는 수천 개에 이르는 유전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협동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배는 발생중인 유기체 속에 들어있는 서로 협력하는 모든 유전자들에 의해 구축된다. 자연선택의 과정에서 유전자들은 항상 자신들이 포함되어 있는 환경 속에서 번영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선택된다.
유전자에 있어서 환경이란 각 유전자가 만나는 다른 모든 유전자이다. 성공한 유전자는 다른 몸안에서 만나게 되는 다른 유전자들에 의해 주어진 환경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일 것이다. 물론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는 결국 그러한 다른 유전자와 협동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진화하는 것은 유전자 자신이 아니라 유전자의 팀이다. 일단 한 팀이 유전자의 풀 속에서 우세를 저맣기 시작하면 그 팀은 필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상세한 음미는 242면 참조##
살을 베어무는 데 적합한 이빨을 만드는 유전자는 고기를 소화하는데 적합한 창자를 만드는 유전자가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유리하게 된다. 역으로 식물을 으깨기 좋은 이빨을 만드는 유전자는 식물을 소화하는 데 적합한 창자를 만드는 유전자가 우세한 상황에서 유리하게 될 것이다. 즉 육식유전자 팀은 함께 진화하기 쉽고, 초식유전자 팀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특정한 계통이 풀보다 고기를 취급하는 유전자 팀을 구축하기 시작하면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자기 강화의 길을 걷게 된다.
어떤 종의 DNA 운영체제는 몹시 오래 된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디스크 파일을 갖춘 컴퓨터와 흡사하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인트론과 엑손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에 찾을 수 있다. 유전자 속에서 염색체를 따라 발견되는 암호문자를 읽어보면, 액손이라 불리는 의미 있는 단편이 인트론이라 불리는 무의미한 부분에 의해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백질로 번역하기 위한 공식 운영체제에 의해 판독되기 시작할 때에만 실제로 일련의 엑손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1개의 완전한 유전자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어떤 동물의 경우 실제로 전체 유전자의 상당 부분이 한번도 읽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 의미가 없는 유전자이거나, 낡은 화석유전자인 것이다.
생물 종 중에서, 때때로 화석유전자가 1백만년 이상 되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모습을 드러내 재이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증거가 있다.
인가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염색체 상에 실려 있는 글로빈 유전자라 불리는 8개의 별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궁극적인 단계까지 파고 들어가면, 8개의 유전자는 모두 단일한 글로빈 유전자라는 선조에서 복제될 수 있었음이 확실하다. 약 11억년 전, 글로빈 유전자의 선조는 중복을 일으켜 두 개의 유전자가 되었다.최초의 중복에 의해 만들어진 이 두 개의 유전자 중 하나가 척추동물의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모든 유전자의 선조가 되었다. 다른 한쪽의 유전자는 근육 속에서 작용하는 단백질과 유연관계에 있는 미오글로빈을 만드는 모든 유전자의 조상이 되었다. 그 뒤 중복이 반복되면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 등의 글로빈이 형성될 수 있었다. 우리는 전 글로빈 유전자족의 완전한 계보를 구축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 분기점의 연대까지 결정할 수 있다(델타 글로빈과 베타 글로빈은 약 4천만년 전에, 엡실론 글로빈과 감마 글로빈은 약 1억 년 전에 분리되었다). 분자들은 오랜 과거의 분자들과 주요 부분의 조성을 공유하고 있다.
희귀하고 중요한 사건은 다른 종, 특히 극단적으로 유연관계가 먼 다른 종에서 우발적인 유전자의 조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완두과 식물의 뿌리에는 헤모글로빈이 있다. 그것은 다른 식물의 과에서는 절대 발견되지 않는다. 그것은 바이러스를 매개자로 삼아 동물과 교차감염에 의해 완두과에 들어온 것이 확실하다.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의 DNA는 핵의 염색체 상에 있는 주 DNA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복제하거나 증식한다. 정자는 미토콘드리아를 담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여성을 통해서만 배타적으로 전해진다.
진핵세포는 약 20억년 전에 몇 종류의 박테리아가 힘을 합쳐 형성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세포가 한때 서로 독립된 별개의 박테리아였다는 사실을 확인할 길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사람의 몸은 거대한 세포 집단이고 그 세포들은 모두 하나의 조상, 즉 수정란의 자손이다. 따라서 그들 모두는 사촌간이고 자식들이며 손자이고 삼촌이다.
우리들 각자를 구성하고 있는 10조 개의 세포는 수십 세대에 걸친 2분열에 의해 형성될 수 있었다. 이들 세포는 약 210가지의 다른 종류로 분류된다. 세포의 종류에 따라 유전자 집합의 다른 부분의 스위치가 켜진다. 간세포와 뇌세포가 다르고, 뼈세포와 근육세포가 다른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유전자는 세포막의 모습을 바꾼다. 그러면 세포는 거대한 집단으로 상호작용을 이루면서 대규모적인 그룹 효과를 낳아 팔이나 다리 비버의 댐 등을 만들게 된다.
유성생식을 하는 종들은 서로 익숙해 있는 여러 가지 유전자 조합을 교환하는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 의하면 종은 끊임없이 뒤섞여지는 유전자의 집합체이고 유전자는 그 종 안에서만 서로 만나며, 다른 종의 유전자와는 결코 만나지 않게 된다.
군비확장경쟁
진화에서 발견되는 전진성이 나타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군비확장경쟁이다. 누적선택은 동물들이 기상조건에 훌륭하게 적응하게 만들 뿐 아니라 먹이가 되는 초식동물들이 포식자보다 빠른 속도로 적응하게 만든다. 진화는 장기적인 기상변동을 뒤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먹이가 되는 생물의 진화적 변화는 포식자의 습성이나 무기의 장기적 변화를 뒤따르게 된다.
가젤의 관점에서 보면, 치타의 무기나 전술의 진화적 개선은 기후의 지속적인 악화와 마찬가지에 해당하며, 기후에 적응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치타의 개선을 뒤따르게 된다. 차이점은, 기상은 수 세기에 걸쳐 느린 속도로 변화할 뿐이며, 가젤에 대해서만 특별히 악의에 찬 방식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평균적 치타도 수세기에 걸쳐 변화한다. 계속되는 치타의 세대는, 해마다 바뀌는 기상조건의 연속적인 변화와 달리, 그 자체가 누적선택된다. 치타의 다리는 점점 빨라지고, 눈은 점차 예리해지고, 이빨은 계속 날카로워지게 될 것이다.
가젤 또한 세대를 거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달리고, 신속하게 반응하고, 키 큰 풀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등 능력을 개선하게 된다.
미국의 생물학자 라이 반 바렌에 의한, 붉은 여왕효과
자연선택은 전체의 경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 군비확장 경쟁이 계속 진행될수록 삼림 수관부의 나무들의 높이는 높아져 간다. 그러나 수목이 높아지는 현상 자체에 의해 얻는 이익은 커지지 않는다. 실제로는 성장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작 이익은 줄어드는 셈이다. 아무도 상승하지 않으면 모두의 복지가 나은 상태가 되지만, 누군가 하나라도 상승하면 모두 그렇게 따라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군비확장 경쟁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모든 생물체는 이종보다는 동종과의 경쟁에서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동종의 구성원은 같은 자원을 둘러싼 경쟁자이며, 경쟁의 정도는 다른 종의 구성원에 비해 훨씬 세세한 점까지 파급된다.
대칭 군비확장 경쟁은 대체적으로 서로 비슷한 일을 하려는 경쟁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군비확장 경쟁이다. 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싸우는 삼림의 수목 사이에서 벌어지는 군비확장 경쟁이다.
치타와 가젤의 군비확장경쟁은 비대칭이다. 비대칭군비확장 경쟁에 참여하는 쪽이 복잡한 병기 체계를 생성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도 붉은 여왕 효과가 나올 수가 있다. 어느 한쪽의 대미사일 방해장치가 설계 경쟁에서 훨씬 앞서 나갔다면, 다른 쪽은 미사일이 이용불가하고, 결국 제조중지되어 버릴 것이다.
생물계에서도 장구한 비대칭 군비확장 경쟁의 최종 산물을 다루는 경우에는 항상 복잡하게 세련화된 설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박쥐가 먹이로 삼는 곤충은 그에 필적하는 세련된 전자음향 장비를 갖추고 있다. 나방 중에서 일부는 박쥐와 같은 종류의 초음파를 발생시켜서 박쥐를 방해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동물은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거나 혹은 다른 동물을 잡아 먹는 데 실패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따라서 동물과 관계되는 막대한 숫자의 상세한 사실은 오직 우리가 그것을 길고도 괴로운 군비확장 경쟁의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의 적응적 색채 Animal Colovation라는 책의 저자 H.B.코트는 1940년에 군비확장을 묘사한 글에서, 방어하는 측에서는 스피드, 경계, 갑주, 가시, 굴뚫기 습성, 야행성, 유독물의 분비, 고약한 맛 등의 기술을, 공격하는 측에서는, 스피드, 불의의 공격, 잠복, 유혹, 시각의 예리함, 발톱, 이빨, 바늘, 독니 등의 대항 속성을 발전시켰다라고 적고 있다.
뇌화지수 EQ (encephalization quotient) - 미국의 뇌연구 권위자 해리 제인슨의 연구
뇌의 크기와 체중의 대수를 통해, 포유류 전체의 평균치에 대해 표준화하고, EQ1은 포유류 EQ의 평균치를 의미한다. 인간은 7이고, 하마는 0.3이다. 생쥐는 0.8, 다람쥐는 1.5이다. 원숭이는 평균보다 훨씬 높고, 유인원은 현저하게 높다. 곤충을 잡아먹는 원숭이나 과일을 따먹고 사는 원숭이는 나뭇잎을 먹는 원숭이보다 몸 크기에 비교해서 큰 뇌를 가지고 있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보다 수치가 약간 높다.
수백만 년을 경과하는 동안 뇌가 차츰 커지는 경향이 있다.
토끼가 여우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까닭은 토끼가 생명을 걸고 달리는 데 비해 여우는 저녁거리를 장만하기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자원을 다른 산업으로 돌린 여우는 같은 자원을 모두 사냥 장비에 쏟아부은 여우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토끼는 빨리 달리기 위한 장비에 모든 자원을 투자한 개체 쪽으로 경제적 유리함의 균형이 움직여간다.
몸이 통합되어 일관된 합목적성을 진화시킨 것은 유전자가 같은 종 내의 다른 유전자에 의해 제공된 환경 속에서 선택되기 때문이다.
8. 폭발과 나선
인간의 마음은 비유적 사고에 깊은 뿌리를 박고 있다. 우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어떤 프로세스에서도 어떻게든 작은 유사점을 찾아내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강박관념을 느낀다. 다윈은 생물체에 대해서만 진화를 한정적으로 적용했지만, 후계자들은 모든 사물 속에서 진화를 찾아내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우주의 형상 변화나 인간 문명의 발전 단계, 그리고 스커트 길이의 유행 속에서도 진화를 발견한다.
때로는 그러한 비유가 큰 결실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지나친 비약이나 박약한 근거로 도움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해가 되기까지 한다. 열광적인 비유란 무익한 편집광적 특징의 하나이다.
과학의 위대한 진보중 상당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머리를 가진 일부 사람들이 이미 밝혀진 문제와 아직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은 다른 문제 사이에 비유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의 피드백과 부의 피드백 - 부의 피드백은 대부분의 자동 제어와 자동 조절의 기본이 되는 원리이며, 와트의 증기 조속기가 가장 적절한 예이다.
이를 거꾸로 속도가 줄어들 때 더 속도를 줄이게 하고, 속도가 늘어날 때 더 속도가 늘어나게 하는 장치가 있다면 그것을 정의 피드백이라 하겠다.
이러한 정의 피드백은 불안정한 폭주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
공학자나 생체가 정의 피드백 시스템보다는 부의 피드백 시스템을 더 많이 이용한다. 소란스러운 회의장에서 어느 순간 정적이 찾아오는 것은 정의 피드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증가하는 피드백이 더 많이 목격되기는 하지만, 감소하는 피드백도 있다.
다윈은 생존과 존재를 위한 투쟁을 가장 강조했지만, 존재와 생존이 하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 목적이란 번식이었다. 생존이란 번식을 위한 투쟁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싸움의 다른 부분에서 성공은 이성에게 가장 매력적인 개체에게 돌아간다.
공작의 꼬리는 생존에 관한 한 당사자에게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수컷에게 주어지는 성적 매력의 증대가 그러한 약점을 능가하는 중요성을 갖는다고 시사했다.
피셔는 암컷의 선호를 수컷의 꼬리와 마찬가지로 의심의 여지없이 자연선택의 정당한 대상으로 취급함으로써 성 선택설을 구해냈다. 암컷의 선호는 암컷의 신경계의 표출이다. 암컷의 신경계는 그 유전자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피셔는 암컷의 선호가 수컷의 장식과 보조를 같이하며 진화했다고 생각했다.
아프리카산 천인조의 예를 들어보자. 천인조의 수컷은 어깨 부근이 선명한 오렌지 색을 띠는 호리호리하고 검은 새로, 주꼬리가 번식기에는 45cm까지 자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참새만한 크기에 불과하다. 이 새는 비가 오는 날에는 지상에서 하늘로 이륙할 수 없다. 이 새의 선조는 꼬리 길이가 약 7.5cm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쪽은 암컷이다. 천인조의 수컷은 5마리 정도의 암컷을 유혹한다.
암컷의 선호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암컷의 행동에서만 발현됨에도 불구하고, 그 유전자들은 수컷의 몸에도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수컷의 꼬리 길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암컷에서는 발현되지 않지만 암컷의 몸에도 존재한다.
어떤 남성이 긴 페니스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그의 아들 뿐 아니라 딸에게도 똑같이 그 유전자가 전해지지만, 아들은 그 유전자를 발현시키겠지만, 딸은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손자의 경우에, 딸이 낳은 외손자는 아들 쪽의 친손자와 마찬가지로 긴 페니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천인조의 경우에, 만약 내가 아버지로부터 긴 꼬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받았다면, 어머니 쪽으로부터는 긴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이어 받았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짧은 꼬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받았다면 짧은 꼬리를 좋아하게 만드는 유전자도 함께 받았을 것이다.
암컷에게도 같은 논법이 적용되어, 내가 꼬리가 긴 수컷을 좋아하는 암컷이라면, 틀림없이 나의 어머니도 꼬리가 긴 수컷을 좋아할 것이다. 따라서 나의 아버지는 어머니에 의해 선택된 이상, 필경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내가 긴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를 받았다면, 어쩌면 긴 꼬리를 가질 수 있는 유전자 역시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연관불균형은 공작이나 천인조의 꼬리와 같이 폭발적인 진화가 기묘하거나 불가사의한 일이 아니다.
꼬리 길이에 실용적인 최적치가 있다. 그 최적치는 성 선택에 의한 최적치와는 달리, 일상적인 편의성이라는 기준에서 이상적인 꼬리 길이이다. 7.5cm라는 것은 암컷을 유혹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관점에서 이상적인 꼬리 길이인 셈이다. 그러나 진정한 실용상의 최적치는 5cm일 것이다. 암컷을 유혹하는 길이와의 타협의 산물이 7.5cm인 셈이다.
꼬리가 짧은 자식을 낳는 돌연변이 암컷의 자식은 훨씬 효율적으로 비행할지는 모르지만, 개체군의 대다수를 이루는 암컷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다수파에 속하는 암컷들이 좋아하는 방향을 추종해야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연관 불균형, 즉 어떤 길이든 주어진 길이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그에 대응해서 같은 길이의 꼬리를 좋아하는 유전자와의 연대라는 점에 있다.
암컷이 특정 길이의 꼬리를 가진 수컷을 선택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복제를 선택하는 셈이다. 이것은 자기 강화과정의 본질적 요소이다.
녹색-수염 효과는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학문적인 농담같은 것이다. 이 말은 원래 W.D.해밀턴의 중요한 이론인 혈연 선택 이론의 핵심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된 것으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설명된 바 있다. 해밀턴은 근연 개체에 대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가 자연선택에서 유리하게 되고, 그 이유는 오직 그것과 완전히 동일한 유전자의 복제가 그 개체의 몸에 존재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에 의하면, 혈연관계는 유전자가 다른 개체의 몸에 있는 자신의 복제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에 유전자가 녹색-수염처럼 눈에 잘 띄는 배지를 가지게 하는 효과와, 보유자의 뇌에 영향을 미쳐서 녹색-수염을 가진 개체에 대해 이타적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효과를 가진다고 가정하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진화적 귀결은 당연하다. 녹색-수염을 가진 개체가 녹색-수명 개체를 도울 때마다, 이 차별적인 이타주의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항상 자신의 복제를 유리하게 만드는 셈이고, 필연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피셔의 성선택설 - 개체군 속의 암컷이 수컷의 특징에 강한 선호성을 가지는 경우, 필연적으로 각각의 수컷의 몸은 자신의 특징을 암컷이 좋아하게만드는 유전자의 복제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 수컷이 긴 꼬리를 받았다면, 필경 그는 모친으로부터 아버지의 긴 꼬리를 선택하게 만든 유전자도 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암컷이 수컷을 선택할 때 암컷의 선택을 결정하게 만드는 유전자는 수컷 속에 들어있는 자신의 유전자의 복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불안정한 균형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언제든 임의적이고 무작위적인 출발이 자기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나무 둥치를 잘랐을 때 어느 방향으로 넘어갈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단 한쪽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체이론 - 알렌 그라펜과 해밀턴 등은 암컷에 의해 이루어지는 선택이 실리적인 우생학상의 의미에서 그 암컷의 자식들에게 유리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새의 암컷은 마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의사처럼 기생충에 가장 감염되기 쉬운 수컷을 가려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색깔이 밝은 깃털은 수컷이 자신의 건강을 선전하기 위해 일부러 두드러지게 보이려는 방법이라고 한다.
수 세대에 걸쳐 암컷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일반적 기준은 수의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지표, 즉 밝은 눈, 광택있는 깃털 등이다.
스웨덴의 말테 앤더슨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인위적으로 꼬리를 길게 만든 수컷이 인위적으로 꼬리를 짧게 한 수컷의 거의 네 배나 많은 암컷을 유인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의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순수한 관점에서 수송수단을 살펴 본다면, 어느 종류의 개선을 향한 역사적 경향이 존재한다는 점과 하이파이 음성 증폭장치의 성능에서는 부인할 수 없을 만큼의 점진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락프로그램의 질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지만, 화질은 오늘날이 과거에 비해 훨씬 깨끗하다.
정의 피드백의 증거로는, 스타라는 단어가 굉장한 명성을 얻은 배우를 의미하지만, 이제는 보통배우를 의미하는 말이 되면서, 슈퍼스타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그 뒤는 메가스타, 하이퍼스타로 에스컬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셰프는 부엌의 책임자 또는 장을 뜻하지만, 이제는 햄버거 굽는 사람이라도 셰프라는 말을 쓴다. 그래서 셰프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9. 구분론에 구멍을 내다
진화생물학자들 내부에는 폭넓은 선전이 이루어진 일파가 있는데, 그 주창자들은 자신을 구분론자라고 부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이전 세대의 학자들에게 점진론자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진화적인 시간 척도에서는 칼륨-아르곤 시계와 같은 다른 종류의 시계가 필요하다. 칼륨-아르곤 시계는 속도가 극히 느리기 때문에 고고학이나 역사학의 시간 규모에 사용되기 보다는, 진화라는 시간 척도 단위에 적합하다. 그밖에 루비듐-스트론튬 시계나 우라늄-토륨-납 시계가 있다.
사람의 머리뼈는 500cc의 뇌 용량을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같은 선조로부터 1,400cc의 평균 뇌 용량을 가진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로 발전했다. 약 900cc의 증가가 겨우 3백만 년 이내에 달성된 셈이다. 뇌는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3백만 년 동안의 세대 수를 계산하면, 1세기를 4세대라 할 경우 1세대에 1천분의 1cc 이하로 증가한 셈이다. 아나톨 프랑스의 뇌 크기는 1000cc 이하였다. 2000cc 용량의 뇌로는 올리버 크롬웰이 인용되고 있다.
다윈 이래 진화학자들은 비록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화석을 연대순으로 늘어놓아도 거의 변화를 식별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운 계열을 형성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화석화는 매우 우연한 사건이며, 더욱이 그러한 화석을 발견하는 일은 한층 더 우연적인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면이 사라진 영화필름을 손에 넣은 것과 같은 셈이다.
1972년 스티블 제이 굴드와 나일즈 엘드리지는 구분론을 발표했는데, 이후 종래의 이론과 전혀 다른 이론인 것처럼 주장되어 왔다. 화석 사이의 공백은 화석의 불완정성 때문이 아니라,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캄브리아기의 암석층은 약 6억 년 이전의 오랜 과거에 존재했는데, 주요한 무척추 동물의 대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래 된 지층이다. 그 화석의 상당 부분이 최초로 나타난 시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 화석들은 이미 상당히 진화한 상태이다. 그것은 마치 그 화석들이 진화의 역사와는 무관하게 누군가에 의해 그곳에 심어진 듯한 인상을 준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보이는 출현은 창조론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공백이 발생하게 된 이유중 하나는, 이 시대의 대다수 동물의 몸이 부드러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화석화할 수 있는 껍질이나 뼈가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점이다.
대돌연변이가 그 과정에 있었다고 볼 것인가? 대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진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대돌연변이가 특정한 종의 유전자 풀에 결합되어 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자연선택에 의해 항상 제거되는지 여부이다.
대돌연변이의 잘 알려진 예로는 초파리의 촉각지가 있다. 촉각지를 가진 파리는 촉각이 다리처럼 발생한 기형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촉각이 없고 촉각이 있어야할 자리에 여분의 한 쌍의 다리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DNA의 복사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며 실제의 돌연변이이다. 촉각지를 가진 파리는 움직임이 둔하고 생활능력도 저하되므로 야생상태에서는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다.
도약론자들의 대돌연변이 진화론은 문제점으로, 만약 새로운 종이 실제 한 단계의 돌연변이를 통해 태어난다면, 그 새로운 종의 구성원은 배우자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피셔의 비유를 보면, 초점이 맞지만 완전히 맞지는 않는 경우의 생물이 초점의 변화를 줄 때 어떨까하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든 큰 폭의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에 상의 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질 경우 개선될 확률은 거의 정확하게 2분의 1이라고 설파했다.
## 이 부분에 도킨스의 설명이 327면에 있지만, 망원경을 많이 다루어본 사람은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하므로 생략##
부모의 경우에는 분명 번식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 살았을 테고, 따라서 분명 훌륭한 조정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돌연변이가 커짐에 따라 점점 이익이 적어지는 점에 도달하며, 반대로 계속 그 크기가 감소하는 돌연변이를 생각하고 있다면 점차 돌연변이가 유리해질 수 있는 확률이 50%가 되는 점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므로 돌연변이가 크면 클수록 유해하고 그에 따라 어느 종의 진화에 결합될 가능성은 작아진다.
극단적인 돌연변이를 생각하면, 부모가 전혀 눈을 갖지 않았거나,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피부만 있었는데, 돌연변이로 인하여 초점을 바꿔주는 수정체, 조리개를 죄어주는 홍채, 수백만이나 되는 3색의 시세포로 이루어진 망막,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정확하게 뇌에 접속해 주고 양쪽 눈을 이용한 시각으로 입체적인 총천연색 시각을 제공하는 신경의 자식이 태어날 수가 있을까.
모든 뱀은 그 조상보다 훨씬 많은 척추뼈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뱀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근연 동물보다 훨씬 많은 척추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뱀은 종류에 따라 척추뼈의 숫자가 달라서, 척추뼈 숫자가 공통의 선조로부터 진화하는 과정에서 변화했다고 보인다. 척추뼈 하나를 추가하는데는 거기에 부수되는 일련의 신경, 혈관, 근육 등이 필요하다. 뱀의 진화의 경우에는 척추는 분수가 아닌 정수 값으로 변화했을 것이다.
최종 산물인 성체만을 관찰하는 경우에는 대돌연변이로 보일 뿐이다. 배 발생의 과정을 살펴보면, 배에 대한 명령에서 나타나는 아주 작은 변화가 성체가 되었을 때 외견상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미소 돌연변이임이 판명된다.
구분평형설은 가끔 도약진화와 혼동을 일으키고, 대돌연변이나 진정한 도약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종분화
종분화가 어려운 문제로 생각되는 이유는, 단일한 선조를 가진다고 생각되는 어떤 종의 구성원들은 모두 서로 교잡이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딸종이 발아하기 시작할 때면 언제든 이 발아는 교잡에 의해 방해받을 위험이 있다.
사자나 호랑이의 선조종이 아프리카든 아시아든 흩어지고, 다른 종과 만날 수 없게 되면, 교잡의 가능성도 없다. 두 대륙의 동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면, 더 이상 교잡은 두 종이 서로 분화해서 완전히 다른 종이 되는 과정에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교잡에 대해 장벽으로 작용하는 지리적 분리는 사막이나 산맥, 강, 때로는 자동차 도로로 격리된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스페인산 뒤쥐는 몽골산 뒤쥐와 교잡할 수 없다. 이는 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종분화가 초기의 지리적 격리에 의해 유래한다는 이론은 상당히 오랫동안 주류파인 정통적 네오 다윈주의의 토대를 이뤄왔으며, 오늘날에도 새로운 종이 형성되는 주요 과정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이굴드와 대중영합파들이 택한 길은, 자신들의 생각을 다윈의 생각이나 네오 다윈주의의 총합설과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것인양 떠들어댔다. 굴드는 특히 다윈의 진화관이 점진설이 그들 자신의 독발적이고 변덕스럽고 산발적인 구분설과 대립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굴드는 자신들의 설과 오래된 대격변설이나 도약설과의 사이에서 유사성을 찾기까지 했다.
대격변설론자의 관점에 의하면, 전진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는 화석 기록은, 실제로는 각기 대격변적인 대량 멸종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 불연속적인 일련의 창조를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대격변 중에서 가장 최근의 것이 노아의 홍수였다고 한다.
엘드리지와 굴드는, 모든 점진적인 변화를 항상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극히 짧은 폭발로 압축시키려 했던 것에 불과하다. 그들은 진화가 비교적 짧은 폭발적인 활동기에 매우 급속하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화학자 G. 레드야드 스테빈스는, 몸집이 더 큰 개체가 향유하는 이익을 정확한 수치로 나타내려고 했다. 그는 몸집이 더 큰 개체가 향유하는 이익을 정확한 수학적 수치로 나타내려고 한 것이다. 스테빈스의 계산으로 쥐의 크기인 40g에서 코끼리 크기인 600만g으로 진화하기까지 1만 2천 세대가 걸린다. 쥐의 한 세대보다 길고, 코끼리의 세대보다는 짧은 5년을 한 세대의 길이로 잡는다면, 6만 년이 걸린다. 6만 년이라는 시간은 화석 기록의 연대를 추정하는 통상의 지질학적 방법으로 측정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이다. 그에 의하면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데 10만년 정도가 걸릴 때 고생물학자는 그것을 돌연한 발생이라든가 순간적인 발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오늘날 생물학자들 중에 진정한 도약론자는 없다. 도약론자가 아니면 점진론자일 수밖에 없으므로, 엘드리지와 굴드가 아무리 다른 모습으로 치장하려 들어도 결국 점진론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진화의 속도에 대해서 속도일정론과 속도가변론이 있다. 속도가변설 중에는 속도불연속가변설과 속도연속가변설이 있다.
속도연속가변론은 진화가 매우 빠른 상태에서 매우 느린 상태나 정지상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화에 있어서 정체기가 실재하는 현상인지를 실러캔스 Latimeria(중생대 백악기에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남아프리카 근해에서 발견된 어류)를 들어 말해본다. 실러캔스는 2억 5천만 년 훨씬 전에 번성했으며,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38년에 1.5미터 크기로 어선에 잡혔다. 그것은 화석이 된 선조가 살았던 수억 년 이전의 시대에서부터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이것들이 조건이 변하지 않는 심해에서 능숙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굳이 진화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구분론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이 어류는 자연선택압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육 상태의 동물이나 식물을 선택적으로 육종해서 진화를 일으키는 경우 우리는 실패하지 않으며, 초기에 어려운 시기를 겪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동물이나 식물은 선택적 육종에 즉시 따른다. 그리고 육종가는 그 동식물의 종 내부에 타고난 반진화적 힘이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한다. 그러나 선택적 육종을 수세대에 걸쳐 진행시킬 경우, 이용 가능한 유전적 차이를 모두 써버리게 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차이가 바닥이 난다. 그럴 경우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구분론자가 다른 다윈주의 학파와 다른 점은 오직 한가지, 즉 정체기를 적극적인 힘을 가진 무엇으로, 단순한 진화적 변화의 결여가 아니라 진화적 변화에 대한 능동적인 저항으로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다윈이 진화의 점진성을 힘주어 강조한 것은 그가 반론을 제기했던 대상, 즉 19세기에 만연하고 있던 진화에 대한 잘못된 개념 때문이었다. 점진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19세기의 문맥에서는 도약의 반대였다. 엘드리지와 굴드는 20세기 말의 문맥으로 점진적이라는 말을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구분평형설은 다윈주의에 대한 대단치 않은 주석이다.
세상에는 결사적으로 다윈주의를 믿지 않으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종교적인 이유에서 진화 그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또 하나는 진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 이유로 인해 다윈설이 가지는 메커니즘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매스미디어라고 부르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들은 다윈주의가 이미 오래 전에 확립되어 체제가 정비된 이론이기 때문에 군침도는 먹이인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평판 높은 학자가 현재의 다윈설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비판의 암실르 토해 놓으면, 결과적으로 그 사실은 열심히 과장되어 완전히 균형을 잃을만큼 부풀려지게 마련이다.
엘드리지와 굴드는 속삭이지 않았다. 그들은 뛰어난 능변으로 크게 외쳤다.
10. 진정한 생명의 나무
진화생물학자에게 있어서 생물의 분류는 무언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으며, 더욱이 그것은 다른 종류의 분류학에는 적용될 수 없는 특별한 성격의 중요성이 있다.
런던의 동물원은 코뿔소를 코끼리철장에 넣는데, 그것은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튼튼한 울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응용생물학자는 동물을 유해한 종류와 유익한 종류, 그리고 중성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 하나만이 유일한 시스템을 가진다. 완전한 정보가 주어질 때 완벽한 의견 일치를 거쳐 옳다, 잘못이다는 판단이 그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유일무이한 시스템이란 진화적 관계에 토대를 둔 시스템이다. 그것을 분기분류학 cladistic taxonomy 이라 한다.
분기분류학에서는 생물체를 그룹으로 나누는 궁극적인 기준을 유연관계가 가까운 정도, 공통 조상의 상대적인 새로움에 두고 있다.
즉, 조류는 조류에 속하는 모든 동물이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유래하고, 더욱이 그 공통 조상은 어떠한 비조류의 조상과도 구별된다는 점에서 비조류와 구분된다. 또 조류와 포유류는 아주 멀리 떨어진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어서, 뱀, 도마뱀, 뉴질랜드산 큰 도마뱀을 비롯해 그 밖에 많은 동물들과 그 조상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동물들은 모두 양막류라고 불린다. 따라서 조류도 포유류도 모두 양막류인 셈이다. 파충류라는 말은 분기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진정한 분류학 용어가 아니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조류와 포유류를 제외한 모든 양막류라는 예외에 의해 정의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포유류 내에서 쥐와 생쥐는 새로운 공통 조상을 서로 공유하고 있고, 호랑이와 사자도 새로운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 또한 침팬지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생물체가 서로 아무런 유연관계를 갖지 않는 경우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 생명이 지구상에서만 유일하게 탄생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분기분류학은 계층적이다. 계층적이라는 것은 생물의 분류시스템은 끊임없이 분기를 계속할 뿐 두번 다시 수렴하는 일이 없는 가지를 가진 나무로 표현된다는 의미이다. 진화가 전해 내려오는 패턴이 계층적이기 때문이다.
언어도 동물과 같은 방식으로 진화한다. 공통의 조상에서 시작되어 최근에 이르러서야 분기한 언어, 예를 들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등은 그보다 훨씬 전에 분기한 아일랜드어와 같은 언어에 비해 서로 많은 유사점을 가진다. 그러나 언어는 분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로 합쳐지기도 한다. 영어는 아득한 과거에 분기한 게르만어와 로망스어의 잡종이다.
개인적인 서류를 정리할 때, 중간 부류에 속하는 것들은 몇 년씩이나 책상 위를 굴러다니다가 결국 휴지통 속으로 들어간다. 잡동사니라는 범주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으나, 이 범주는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생물의 분류학에는 잡동사니 동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멸종된 동물을 고려에 넣는 순간, 어떠한 중간형도 없다는 우리의 믿음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된다. 현생 조류와 포유류와 같은 현생 비조류 사이의 구별이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공통 조상으로 수렴되는 중간형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기묘한 선택성을 가진 전염병이 창궐해 중간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잃는다면, 키가 큰 사람이나 작은 사람은 조류와 포유류의 차이와 마찬가지로 뚜렷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동물원 원장은 필요 이상으로 남아도는 침팬지를 처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고 있지만, 사육사나 입장권 판매원을 같은 식으로 처치한다면 비인도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침팬지에 대한 이런 류의 차별의 합리적 근거가 분명히 설명되는 경우는 없다. 기독교 사상에 영향을 받은 이런 태도에는 인간이라는 종 중심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1개의 수정란에 대한 중절수술보다 지성을 가진 침팬지의 성체가 생체해부된다는 사실보다 더 큰 도덕적 우려나 의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은 5백만 년 전일 것이고, 침팬지와 오랑우탄의 공통 조상이 살고 있었던 때보다 가깝다. 침팬지와 원숭이의 공통 조상이 살고 있었던 때보다 3백만 년이나 가까울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유전자의 99% 이상을 공유하고 있다.
인가의 권리를 자명한 무엇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듯 위험한 중간형이 살아남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순전히 행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구분론자, 특히 나일즈 엘들지가 종을 진정한 실체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비구분론자에게 있어서 종이 정의될 수 있는 것은 괴이한 중간형이 모두 죽고 없기 때문이다. 종이란 결코 확실히 결정된 출발점을 갖지 않으며, 때때로 분명히 정해진 끝을 가질 뿐이다. 그 이유는 흔히 종은 결정적으로 종말을 맞이하지 않으며 점진적으로 새로운 종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구분론자는 종이 명확한 종말을 가지거나, 최소한 급속하게 종말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았고, 완만하게 새로운 종으로 변화하면서 소멸하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때 생존했던 거의 대부분의 종이 멸종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새로운 종이 최소한 절멸하는 속도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도로 새로 태어나 결과적으로 그 구성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종의 풀이 나타나게 된다.
종 선택이 복잡한 적응의 진화를 설명하는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복잡한 적응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종의 성질이 아니라 개체의 성질이기 때문이다. 종이 눈이나 심장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종 속에 들어있는 개체가 그런 기관을 갖는다. 어떤 종이 형편없는 시력 때문에 멸종했다면, 그것은 필경 형편없는 시력때문에 그 종의 모든 개체가 죽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미국의 진화학자 에그버트 리는, 개체의 이익과 종의 이익이 대립할 때, 개체의 이익이 반드시 우선한다고 인식했다. 다른 한편으로 개체에 대한 최선의 이익이 종의 최선과 일치하는 그룹내지는 종이 그 속에 존재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제안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익이 배치되는 개체가 멸종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렇게 되면 개체가 자신의 복리를 희생하도록 요구받지 않는 쪽이 유리한 것이다.
유성생식의 존재는 다윈주의자에게 큰 이론적 어려움을 제기한다. 유성적으로 번식하는 종은 무성적으로 번식하는 종보다 빨리 진화할 수 있다.
무성적인 종이 출현했다 하더라도 멸종하는 경향을 갖는 이유는 변화하는 환경에 뒤지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유성생식을 하는 종이 멸종하지 앟는 경향을 갖는 것은 환경의 변화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류학자를 괴롭히는 가장 흥미로운 문제는 진화적 수렴이다. 무척 흡사한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계의 다른 장소에서 살고 있는 유연관계가 없는 두 종류의 동물이 얼마나 비슷한가에 대한 것이다. 군대개미의 문제, 전기물고기, 늑대와 테즈메이니아산 유대류의 주머니 늑대 등이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박테리아는 다른 것으로 보여도, 분자적인 기반에까지 내려가 보면 놀랄 만큼 균일하다. 이것은 유전 암호 그 자체에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 있다. 유전적 사전은 각기 3가지 문자로 이루어진 64개의 DNA 단어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모든 생물의 외관은 아무리 달라보여도 유전자 수준에서는 완전히 동일한 언어를 말하고 있다. 유전암호는 보편적이다. 이것은 모든 생물체가 오지 ㄱ하나의 공통 선조로부터 유래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이다.
분자생물학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동물학자가 유연관계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경우는 막대한 수에 달하는 해부학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동물에 한해서였다. 분자생물학은 갑작스럽게 유사성이라는 새로운 보물창고를 열어젖혔고, 해부학과 발생학이 제공하는 불충분한 목록에 그것을 첨가했다. 이후 분류학은 완전히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생물은 같은 사전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 공통 사전을 사용해서 동일한 문장을 만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날 분류학자는 머리뼈나 다리뼈를 비교하는 것과 마찬가지 정확도로 분자의 문장을 비교할 수 있다. 단백질과 DNA 문장이 아주 비슷하면 유연관계가 가깝고, 그 문장이 다를수록 유연관계는 더 멀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문장은 모두 64개의 단어밖에 들어있지 않은, 보편적 사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립론자에 의하면, 분자 수준에서 진행되는 진화적 변화의 대부분은 중립적이라는 것이다. 즉 그 변화는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임의적이다. 모든 동물은 그 세포 안에 써넣어진 대량의 유전적 텍스트를 가지고 있고, 그 텍스트의 대부분은, 중립설에 의하면, 동물을 그 특유한 생활양식에 적응시키는 것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분류학자의 기본적 가정에 의하면, 특정 분자를 비교했을 때 유연관계가 가까운 무리는 유연관계가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리보다 훨씬 비슷한 문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절약의 원리 parsimony principle 라 부른다.
뉴질랜드의 생물학자 그룹은 5 개의 서로 다른 단백질 분자를 사용해서 11종류의 동물을 독립적으로 다섯 차례 분류했다. 양, 붉은털 원숭이, 말, 캥거루, 쥐, 토끼, 개, 돼지, 사람, 소, 침팬지였다. 5가지의 분자 모두가 사람, 챔팬지, 원숭이를 가까이 놓은 점에서는 일치했지만, 헤모글로빈 B에 의하면 개가, 피브리노펩티드 B에 의하면 쥐와 토끼가, 헤모글로빈 A에 의하면 쥐, 토끼, 개로 구성되는 하나의 무리가 사람, 침팬지, 원숭이 무리 옆에 배열된다.
순수-유사 측정학파, 변형분기론자, 평균거리측정파
분기론자에게 있어서 분기에 강박관념이라도 가지는 듯 집착한다. 그들은 계통이 분기하는 순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 계통이 분기한 잉후 어느 정도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클레이드라는 것은 특정한 조상에서 유래하는 모든 생물체를 포함하는 집합이다.
11. 경쟁 이론들의 종말
다윈주의에 유리한 증거가 없다 하더라도 여전히 어떤 경쟁이론보다 다윈주의를 선택하는 것이 정당하다.
단백질 분포에 관한 많은 사실은 다윈 선택보다 중립적인 유전자 돌연변이에 기인하는 것 같다.
다윈 선택에 의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생명의 특성을 든다면, 생물의 적응적 복잡성이다. 생물체는 자신의 환경 속에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잘 적응되어 있지만, 그 적응 방법은 무수히 많아서 단 한 차례의 우연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훌륭하게 설계된 눈의 여러 특징 중에서 두세 가지 정도는 한 차례의 운좋은 사건으로 발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눈의 모든 부분이 본다는 행위에 잘 적응했으며, 다른 한편 그 부분들이 서로 훌륭하게 적응해 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초반에 라마르크주의가 제안된 때만 해도 다윈주의는 등장하기 전이었다. 라마르크는 당시 접할 수 있었던 진화의 메커니즘으로는 최상의 이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최소한 영어권에서는 그의 이름이 진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이론의 대명사가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는 진화가 생명이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획득형질이 결코 유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네스 호에 지금도 플레이소사우루스가 살고 있다는 설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증거를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 중 한마리가 발견되더라도 내 세계관이 산산조각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약 공중에 떠있는 사람을 본다면 물리학을 부정하기에 앞서 자신이 환각이나 눈 속임수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부터 할 것이다.
한 개의 세포가 성체가 되는 과정을 둘러싸고 전통적으로 두 가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전성설과 후성설이다. 나는 이 이론들의 현대판에 청사진설과 요리법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난자론자라 불리는 전성론자도 있었으며, 정자론자보다 많았다.
현대의 전성설은 수정란 속에 들어 있는 DNA는 성체의 청사진, 즉 설계도와 마찬가지라고 간주한다.
요리법 설에 따르면, 요리의 한 단어를 베이킹파우더에서 이스트로 바꿀 경우 발생하는 결과물은 전혀 다를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구조는 케이크 모양이겠지만...
혹은 케이크를 굽는 온도를 350도에서 450도로 바꾼 경우도 상상해 보라. 유전자는 양적 효과를 발휘하고 돌연변이는 그 양적 효과의 크기를 바꾼다.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면 그 자체가 대단한 일이겠지만, 모든 획득형질이 개선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획득 형질의 거의 대부분은 손상이기 때문에 만약 획득 형질이 무차별적으로 유전된다면 진화가 일반적인 적응적 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부러진 다리나 천연두 흔적, 단단하게 굳어진 다리 피부나 햇볕에 그을린 피부 역시 다음 세대에 전해질 것이다. 계속되는 세대는 차츰 노후하게 될 것이다. 매세대는 누적된 쇠퇴나 손상이라는 무겁고 귀찮은 짐을 떠안고 힘겹게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 사용되는 피부의 특정부위가 왜 두껍게 되는 것인가. 얇아져야 마땅한 것이다. 다윈주의자는 해답을 이미 알고 있다. 마찰을 받은 피부가 두꺼워지는 까닭은 그 조상이 과거에 받은 자연선택에 의해 우연히 피부를 두텁게 만드는 방법으로 마모에 대처한 개체가 유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은 조상 세대에서 햇빛을 받으면 피부색이 갈색이 되는 방향으로 반응한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동물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일에 능숙해진다. 동물은 자신에게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를 학습하게 된다. 또한 동물의 뇌는 자신의 세계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어떤 행위가 이익이 되고 어떤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지에 대해 거대한 기억의 도서관을 구축한다.
실제 동물은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보다 유리한 것을 학습한다. 동물은 과거에 고통을 당한 행위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통은 물질이 아니다. 뇌가 아프다고 느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립론자들은, 같은 분자의 변이체, 예를 들어 아미노산 배열이 미세하게 다른 헤모글로빈의 일부 변이체도 서로 완전히 동일하게 기능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떤 헤모글로빈의 변이체에서 다른 대체 변이체로의 돌연변이는 자연선택에 관한 한 중립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와 대립해서 선택론자라 불리는 또하나의 유전학파는 분자 사슬상의 모든 점에 이르는 극미한 수준에서까지 자연선택이 효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중립설이 적응적 진화에 대한 설명으로 자연선택을 대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고, 현실에서 관찰할 수 있는 진화적 변화의 거의 모두가 적응적인가 하는 물음이 있다.
그런데 요리법에 특정 재료에 대해 서체를 달리하여 써여 있다고 하여도 결과물은 똑같을 것이지만, 분자생물학자는 세세한 부분에 관심을 두는 활판공과 같다. 자연선택은 그런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적응의 진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한 우리도 마찬가지다.
중립적인 진화로는 적응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
돌연변이설은 다윈설의 대체이론으로 각광을 받았다. 드 브리스는 돌연변이야말로 진화의 추진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 돌연변이가 진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그것으로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선택없이 돌연변이가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다.
돌연변이는 돌연변이원에 의해 유발된다. X선이나 우주선, 방사성 물질, 그 밖에 여러가지 화학물질에 의해 야기된다.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염색체 내의 모든 유전자 자리는 저마다 특정한 돌연변이율을 가지고 있다. 헌팅턴무도병의 유전자를 만들어낼 돌연변이율은 약 20만분의 1이다. X선과 같은 돌연변이원이 존재한다면, 일반적인 돌연변이율은 급증하게 된다.
염색체 상의 각 유전자 자리에서는, 특정 방향의 돌연변이가 그 역방향의 돌연변이에 비해 쉽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은 돌연변이압이라고 알려진 현상을 일으키고 그 현상에 의해 진화적 결과를 낳는다.
진정한 다윈주의자라면 비록 어느 염색체의 어느 유전자가 언제든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해도, 그 돌연변이로 인해 몸이 받는 결과는 배 발생의 과정에 엄격하게 제약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것이다.
배발생과정이 진화에 부여하는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발생상의 제약을 반다윈주의적인 힘인 양 큰 소리로 떠드는 자들이 있다.
돌연변이는 이미 존재하는 배 발생 과정에 변화를 더할 수 있을 뿐이라는 의미에서 임의적이지 않다.
돌연변이는 적응적 개선의 방향으로 체계적으로 편향되어 있지 않으며, 다른 모든 측면에서는 임의적이지 않지만, 적응적 유리함이라는 측면에서 임의적인 셈이다. 진화를 유리함이라는 측면에서 임의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힘은 선택, 오직 선택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전학자 가브리엘 도버가 주장하는 분자 구동설 molecular drive
그에 의하면 각 단계에서 특정 계통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 계통은 기관이 다 만들어진 이후에야 그 기관의 용도를 알 수 있다. 그 계통이 밟는 하나하나의 단계는 임의적이라고 한다. 새롭게 진화한 형질은 기능적으로 임의적이기 때문에, 그 동물의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형질에 유리한 장소를 떠돌면서 적응을 한다. 2단계에서 다시 새로운 장소를 찾아가서 적응을 한다.
이 주장은 자연선택론을 뒤집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생명의 본질은 거대한 척도에서 볼 때 통계적인 불가능성에 있다. 따라서 생명에 대한 모든 설명은 우연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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