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체스판 - 브레진스키
The Grand Chessboard - Zbigniew Brzezinski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한국, 터키, 이란 등은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추축이다.
남한의 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가 중요하고 역동적인 게임 참가자인 반면,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는 비록 중요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게임 참가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서평
미국의 세계전략, 누군들 알고 싶지 않을까? 특히 그것이 자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수록... 브레진스키의 이 책은 미국의 최고전략가를 지냈던 브레진스키가 차후의 미국 정치지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물론 이 내용들은 해당 국가가 미국의 속내를 볼 수 있는 좋은 창이 되겠지만, 과연 이런 비밀한 내용을 공개해도 되는지가 의심스러운 면도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한국의 운동권이나 좌파계열에서는, 미국은 한국을 절대로 못버린다는 확신으로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강학상의 아카데믹함을 넘어서 실제 정치 현실에서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집행자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소중한 책이라 보인다. 지구상의 과학이나 여타의 가치 중에서 정치적인 면이 차지하는 비중을 새롭게 알 수 있도록 해 준다.
서문
약 500년 전 세계의 대륙들이 서로 정치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래로 유라시아는 계속해서 세계 권력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20세기의 마지막 10년 동안 세계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경험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유라시아에 속하지 않은 강국이 유라시아 국제 관계의 주요한 거중 조정자로서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권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유라시아 서쪽 주변부에 해당하는 유럽은 아직 세계적인 정치, 경제적 힘을 보유하고 있고, 동쪽의 아시아는 최근 경제적 성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정치적 영향력도 증대되고 있다.
이런 패권적이고 적대적인 유라시아 강국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미국이 세계 일등적 지위 global primacy 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으로 남아 있다.
유라시아는 세계 일등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체스판이며, 그 투쟁은 지정학적 이익을 전략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에서 지정학적 전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돌프 히틀러와 조세프 스탈린이 1940년 11월에 가진 비밀협상에서 미국을 유라시아로부터 배제하는 데 합의했던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1. 새로운 형태의 헤게모니
1898년 미서전쟁은 미국사에서 최초의 정복 전쟁으로 기록된다. 미국은 이후 하와이를 넘어 필린핀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미국은 19세기와 20세기 사이의 분수령을 넘으면서 이미 두 개의 대양을 겨냥한 해양전략을 발전시켰다.
20세기 들어 파나마 운하의 개통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아우르는 미 해군의 교통로를 마련함으로써 미국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강화해 주었다.
미국의 증대된 지정학적 야심에 기초를 제공해 준 것은 미국 경제의 급속한 산업화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미국의 경제력은 이미 전세계 총생산량의 33%를 차지하면서, 영국을 크게 앞질러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의 국제문제에 대해 최초로 미국적 원리에 따라 해결을 추구하는 외교적 노력이 경주되었다. 윌슨의 14개조는 미국의 힘에 기초한 이상주의를 유럽의 지정학에 불어 넣은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세계대전이라기보다는 유럽 전쟁이었다. 이 전쟁의 자기파괴적인 성격은 세계 다른 지역에 대한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우월이 끝나 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미국을 대륙섬 continental island로 보는 관점에 기초한 미국의 안보 개념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의 미국과 소련의 승리는 비유럽국가로서 유럽이 끝내 이루지 못한 세계 일등적 지위를 대신 추구하게 되었다. 이후 50년간은 세계 일등적 지위를 추구하는 미 소의 양극 경쟁이 지배하였다. 이들은 한 번만 더 승리를 거두면 더 이상 앞길을 막는 국가가 없는 가운데 극심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펼쳤다.
냉전을 마감할 무렵, 또 하나의 전선이 유라시아 대륙 남부 지역에 형성되었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미국은 서둘러 양면 공세를 취했다. 소련군을 수렁에 빠뜨리기 위해 아프가시스탄 내의 저항 세력을 직접 지원하는 한편, 소련의 정치 군사력이 더 이상 페르시아만 쪽으로 남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 지역의 미국 군사력을 강화시켰다.
이러한 봉쇄는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정치적 생동성, 이데올로기적 유연성, 경제적 역동성 그리고 문화적 호소력 등 비군사적 요소가 결정적인 차원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맹방은 미국에 비해 현격한 약세를 보인 반면, 소련은 결코 중국을 종속국처럼 다룰 수 없었다.
사실상 미국과 소련의 격차를 오랫동안 은폐시켜 준 것은 소련의 군사력과 이에 대한 서구 진영의 공포심이었다.
러시아를 기아의 땅이라고 인식하던 중국인은 노골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멸감을 표시했다.
로마 제국의 영토는 기원 후 211년경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
로마 제국은 중앙집중적 정치체였으며, 그 자체로 자급자족적인 체제였다.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에는 외국에 주둔한 로마 군병의 수가 30만 명을 넘을 정도였다.
미국은 1996년 더 많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29만 6천명의 직업 군인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다.
로마의 제국적 권력은 별다른 도전을 받지 않은 채 약 300년 동안 지속되었다.
카르타고와 파르디아 제국으로부터 도전이 있기는 했지만, 외부세계는 대체로 문화적으로 열등하고 야만스러운데다 잘 조직되어 있지도 않아 간헐적인 도발 정도의 역량밖에는 갖추고 있지 못했다.
로마 제국의 붕괴원인은, 제국이 너무 커져서 하나의 중심에서 통치하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로마 제국이 동서로 분열됨으로써 자동적으로 권력의 독점적 특성이 파괴되었다. 제국적 오만의 시대가 지속되어 위대함에 대한 의지가 좀먹게 되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젝구 체제를 사회적 희생없이는 지탱할 수 없게 되었는데, 시민들이 더 이상 그러한 희생을 감수하려 들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카르타고와 로마 사이의 포에니 전쟁 시기인 기원전 221년까지 진나라는 통일 오아조를 만들었고, 그 뒤를 이은 한나라는 기원전 140년경부터 부상하였는데, 이 시기 5700만명 이상의 인구가 한나라의 통치 하에 있었다.
한 제국은 기원 후 220년 세 개의 독립 국가로 분단되면서 이후 중국 역사는 부패와 분열이 뒤를 잇는 통일과 팽창을 되풀이했다.
기원 후 589년 삼국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제국 체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였지만, 중국이 가장 제국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은 만주족 치하의 청나라였다. 당시 중국의 통치력은 오늘날의 극동 러시아 지역에서부터 남부 시베리아를 거쳐 바이칼호 근처의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거대한 지역에 미쳤다. 남쪽으로는 인도양과 라오스, 베트남에까지 이르고 있었다.(지도1-3)
중앙집중적인 정치적 권위는 매우 효과적인 우편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었다. 전체 제국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각기 1주일, 2주일, 3주일 그리고 4주일이 걸리는 네 개의 지대로 분류되었다.
중국의 통합성은 강력하고 깊게 부리 박힌 문화적 우월감에 의해 강화 지속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우월감은 유교에 의해 더욱 증대되었는데, 유교는 조화와 서열, 절도를 강조하는 철학으로 중국 제국의 유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중국 제국은 로마와 마찬가지로 지역 강국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제국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전세계적으로 그 적수가 될만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은 수적으로 적은 패권국가가 일정 기간 훨씬 많은 수의 이민족을 지배했던 여타 제국과는 달랐다. 인구 수가 적은 국가의 경우 일단 패권이 잠식당하면 제국적 복원은 불가능하였다.
현재적 관점에서 세계 강국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경우는 몽고 제국이다. 몽고 제국에 무릎을 꿇은 나라 중에는 폴란드 왕국과 헝가리 왕국, 신성로마제국, 러시아의 공국들, 바그다드의 칼리프 왕국, 중국의 송나라가 포함되어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 행사했던 몽고 제국의 중앙 집중적 지배력의 규모는 훗날 중국고 소련이 스탈린주의적 단결력을 발휘할 때에 와서야 비로소 그 비교의 대상을 찾을 수 있다.
로마와 중국은 제국의 정치 경제적 구조는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고, 중심의 문화적 우월감은 매우 중요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몽고는 군사적 정복에 직접적으로 의존했고, 정복 지역의 환경에 적응하거나 심지어 동화되기까지 하였다.
징기스칸의 손자 가운데 한 명은 중국의 황제가 되어 열렬한 유교 전파자가 되었고, 또 다른 손자는 페르시아의 술탄으로서 열렬한 이슬람 숭배자가 되었다.
영토가 너무 커져서, 몇 개의 자족적 하위 단위로 제국을 분리 통치하려던 시도는 몽고의 지배자가 해당 지역의 피지배 문화에 더욱더 빨리 동화하게 되어, 제국의 해체가 가속화되었다. 1206년부터 1405년까지 약 200년 지속되었던 이 거대한 대륙제국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유럽은 세계적 권력의중심이 되었다. 약 300년에 걸쳐서 유라시아 대륙의 조그만 북서부 변방 지역이 해양력을 발휘하여 세계 지배를 달성하게 되었는데, 결코 많은 인구를 가진 나라들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서유럽 지배하에 있지 않던 국가는 오로지 중국, 러시아, 오토만 제국, 에디오피아 뿐이었다.
대체로 17세기 중반까지 에스파냐는 유럽의 최강 국가였다. 교황의 중재에 의한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사이의 식민지 세계 분할은 1494년의 토르데실랴스 조약, 1529년의 사라고사 조약이 체결될 정도의 강국이었다.
에스파냐의 선발적 지위는 점차 프랑스에 넘어갔다. 1815년까지 프랑스는 유럽 최강의 국가였다.
다음 세기에 들어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영국이 전세계의 해양을 지배하였다. 런던은 세계의 금융 무역의 중심지가 되었고, 영국 해군은 파도를 지배하게 되었다. 영국은 대륙을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절묘한 세력 균형 외교에 의존하여, 러시아와 독일의 대륙 지배를 막기 위한 영불협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문화적 우월성은 제국적 중심을 수호하기 위하여 커다란 군사력에 의존해야 하는 필요성을 그만큼 감소시켰다. 1914년까지 기껏 수천 명의 영국 군인과 민간 공무원이 지배한 면적은 1100만 평방마일에 달했고, 비영국계 인구는 거의 4억 명에 육박했다.
오늘날 미국의 세계 권력이 미치고 있는 정도와범위는 단연 독보적이다. 미국은 전세계의 모든 해양과 바다를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륙 양면에 걸쳐 해안을 통제할 수 있는 군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미국의 경제력은 혼자서 세계 총생산의 505 이상을 담당했다. 일본과 독일의 선전 이후에도 세계 총제조품 중 30% 정도를 차지하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기술적으로 경쟁 상대 없는 군사 체제를 창출해 내었고, 이 군사 체제는 전세계에 효력이 미치는 유일한 군사 체제이다.
미국은 네 가지 결정적 영역에서 최고 강국으로 우뚝 서있다.
군사적으로 미국은 경쟁 상대 없는 세계적 힘을 지니고 있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세계 성장의 기관차이다.
기술적으로 첨단 분야의 기술 혁신에서 압도적인 주도권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적으로 전세계 젊은이에게 경쟁 상대 없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 네 가지의 결합이 미국을 종합적인 의미에서 유일한 세계 초강국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미국 중심적 세계 체제
미국은 민주적인 원리와 제도가 지닌 호소력을 십분 활용하여 미국에 의존적인 외국 엘리트에게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는 세계 시장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미국의 기업 모델은 전세계적인 자유 무역과 규제 없는 경쟁을 특징으로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발전에 대한 미국의 강조는, 개인적 성공의 추구가 자유를 신장시키고 부를 창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상주의와 이기주의의 혼합은 강력한 결합물로 나타난다. 개인적 자기 성취는 신이 부여한 권리임과 동시에 모범을 보이고 부를 창출함으로써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북대서양조약기구는 가장 생산적이고 영향력 있는 유럽 국가를 미국에 연결시킴으로써 미국을 유럽 내에서 벌어지는 일에까지 참여하게 만든다.
쌍무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본과의 정치, 군사적 유대는 일본을 본질적으로 미국의 보호국으로 묶어 주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아시아 경제를 미국에 연결시켜 놓고 있다.
APEC와 같은 기구에 참여하여, 이 지역의 주요한 참가국으로 간여하고 있다.
IMF와 세계은행은 현실적으로 미국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 기원 자체가 1944년의 브레튼우즈 회의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가 행사되는 워싱턴의 민주적 방식에 관여하기 위해, 워싱턴에는 1천 개의 등록된 압력 단체가 있고, 인종 공동체인 유태인, 그리스인, 아르메니아인 로비 단체가 효율적인 조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 유라시아의 체스판
유라시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목표이다. 500년 동안 세계는 유라시아 강국에 의해 지배되었다. 미국의 세계 일등적 지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러한 위치를 지속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무엘 헌팅턴은 “미국이 영향을 미치는 세계와 달리, 미국이 일등적 지위를 구가하지 않는 세계는 더 많은 폭력과 무질서 그리고 더 적은 민주주의와 겡제 성장이 존재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일등적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전세계의 자유, 민주주의, 개방 경제, 그리고 국제 질서에 핵심적인 일이다”라고 적고 있다.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나라는 아프리카는 자동적으로 복속되고, 서반구와 오세아니아가 이 중앙 대륙의 주변부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인구의 75%가 유라시아에 살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물리적 부가 기업 혹은 자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유라시아는 세계 총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에너지 자원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유라시아에는 미국 다음으로 경제 규모가 큰 6개 국가와 미국 다음으로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6개 국가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공식적 핵 보유국이 유라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한 국가를 제외하면 모든 비공식적 핵보유국도 유라시아에 자리 잡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라시아의 힘은 미국의 힘을 압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유라시아는 정치적으로 하나가 되기에 너무 크다.
유라시아 체스판에는 두 명의 게임 참가자만이 아니라, 여러 명의 참가자가 있다. 주요한 게임 참가자는 동서남북에 포진하고 있다.
이 중앙부가 서쪽을 축출하고 독단적인 단일 주체가 되거나, 남쪽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게 되거나, 동쪽의 주요한 게임 참가자와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면, 미국의 일등적 지위는 극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정학과 지정 전략
제국의 건설은 핵심적인 지리적 자산, 이를테면 지브롤터 해협이나 수에즈 운하 혹은 싱가포르 등의 장악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륙국가와 해양국가 중 어디가 중요한지 토론이 있었고, 해롤드 맥킨더 Harold Mackinder 는 20세기 초엽 유라시아의 추축지대 Pivot area 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시베리아 전체와 중앙아시아의 대부분을 그 지대로 포함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중동부 유럽을 심장부 heartland 라고 지칭하면서, 이 지역이 대륙적 지배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는 심장부를 지배한다.
심장부를 지배하는 자는 대륙을 지배한다.
대륙을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한다.
미국의 두 가지 전략은,
역동적으로 지정 전략을 구사하여 국제적 역학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유라시아 국가를 변별해 내고, 각국의 정치 엘리트가 추구하는 중요한 대외 정책 목표를 파악하며, 다른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들의 행동과 지역적 환경에 촉매 역할을 할 만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닌 중요한 유라시아 국가를 지목할 것
위의 국가들을 통제하거나 포섭하고, 그들의 노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미국의 특수 정책을 수립할 것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와 지정학적 추축
로버트 브라우닝은, 인간의 행동 범위는 그 자신의 이해 범위를 뛰어 넘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신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정학적 추축이란 그 국가가 지니는 중요성이 자신의 힘과 동기로부터 도출되기보다는 그 국가가 자리 잡고 있는 민감한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도출되는 경우를 말한다.
탈냉전 시대에 유라시아의 주요한 지정학적 추축을 변별해 내고 그들을 보호하는 것은 미국의 전지구적 지정 전략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의 국제정세로 볼 때, 유라시아의 지도 위에서 적어도 다섯 개의 중요한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와 다섯 개의 지정학적 추축을 변별해 낼 수 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가 중요하고 역동적인 게임 참가자인 반면, 영국, 일본, 인도네시아는 비록 중요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게임 참가자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남한, 터키, 이란 등은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추축이다.
터키와 이란은 어느 정도 그들의 제한된 역량을 동원하여 지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랑스는 통합 유럽에 대한 독자적인 지정 전략적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개념과는 상인한 것이다. 프랑스는 러시아와 미국을 대립 시키고, 영국과 독일을 맞부딪치게 만드는 책략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독불 동맹에 의존함으로써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려고 한다.
독일은 점차 자신이 경제 발전의 기관차이자 유럽연합의 지도국으로서 지위를 지닌다는 사실을 의식해 가고 있다.
영국은 지정 전략을 구사하는 게임 참가자가 아니다. 영국이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은 너무나 좁다. 영국은 유럽의 미래에 대한 야심적인 비전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며, 유럽 대륙의 균형자적 역할도 감축되었다. 대체로 런던은 유럽 내의 게임에서 철수한 상황이다.
영국은 영연방을 통해 일정정도 세계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더 이상 부단히 움직이는 열강도, 야심적인 비전을 갖고 움직이는 나라도 아니다.
영국은 은퇴한 게임 참가자이다.
폴란드는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가 되기에는 너무 약하다. 유일한 선택은 서쪽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유라시아 체스판의 주요 공간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한 지정 전략적 경쟁국으로 남는다.
중국은 주요한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이며,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는 관점에 비추어 훨씬 더 큰 야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경제적 역동성은 중국에게 더 큰 물리력과 점증하는 야망을 부추기고 있다.
거대 중국이 부상하게 되면 대만 문제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며, 필연적으로 미국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련의 해제로 생긴 중국 서쪽의 일련 국가에 대해서 중국 지도자들은 결코 무관심하지 않다.
일본은 명확히 세계의 주요 강국이며, 일본은 분명 일급의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역적 지배력에 대한 열망을 피하면서, 미국의 보호 아래 있기를 선호한다. 일본은 아시아 본토의 정치에 휘말려 들기를 원치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가 아닌 이유는 간단하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가 가장 중요한 국가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인 경제적 낙후성과 국내 정정의 불안정, 도서들의 산재성 그리고 금융권 내에서 소수의 화교가 중심 역할을 차지하는 데 따른 인종적 갈등 등으로 인해 이 지역 안에서조차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받고 있다.
인도는 지역 강국의 자리에 올라서고 있으며, 자국을 잠재적인 세계적 게임 참가자로 인식하고 있다. 인도는 스스로 중국의 경쟁국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는 반공식적인 핵 보유국이다. 핵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파키스탄을 위협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중국의 핵 역량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는 인접 국가는 물론 인도양에 관해서도 자신의 지역적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지정 전략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라시아 체스판 위에 새로이 형성된 공간으로서 지정학적 추축이라고 할 만하다. 우크라이나의 존재 자체가 러시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없이 유라시아의 제국이 될 수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배력을 회복하게 되면 5200만명의 인구와 주요 지하자원, 더불어 흑해로 통하는 길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제국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제한된 규모와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에너지 자원과 더불어 지정학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아제르 바이잔이 모스코바의 지배에 들어간다면 중앙아시아 국가의 독립 자체가 거의 무의미해진다. 러시아 영토를 거치지 않는 송유관에 의해 서방 시장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러시아와 서방에는 핵심적인 지역이다.
터키와 이란은 러시아 세력이 후퇴한 상황을 이용하여 카스피 해와 중앙 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의 증대를 꾀하고 있다. 이 두 국가가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모두 심대한 국내 문제에 직면해 있어 지역적 역학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그 역량이 제한되어 있다.
터키와 이란은 지정 전략적 게임 참가자는 아니지만 일차적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추축이다.
터키는 흑해 지역을 안정시키고 있고, 흑해로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길목을 장악하고 있으며, 코카서스 지역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대한 반대축을 제공해 준다.
이란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과는 상관없이 러시아의 장기적 위협에 맞서 페르시아 만에 걸린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남한은 극동 지역의 지정학적 추축이다. 남한이 미국과 맺고 있는 밀접한 관계는 미군이 일본에 대규모로 주둔하지 않고서도 일본을 보호하며, 일본이 독립적인 군사 강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한의 증대된 경제력으로 인해 남한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공간이 되었고, 남한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값진 것이 되었다.
차후 상황이 변한다면, 대만, 타이, 파키스탄 그리고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이 지정학적 추축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비판적 선택과 잠재적 도전
미국은 유럽연합에서 프랑스보다는 독일이 유럽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기를 바라고 있다.
흑해의 크리미아 반도로부터 동쪽으로는 러시아의 남부 변경과 중국의 신장에 이르는 지역, 아래쪽으로는 인도양과 서쪽의 홍해에 이르는 지역, 북쪽으로는 동지중해에 이르는 지역에는 약 4억의 인구가 25개 국가에 걸쳐 분포되어 있고, 이들 국가는 종교적으로 뿐만 아니라 인종적으로 이질성을 안고 있으며, 어떤 국가도 정치적 안정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이 거대한 지역은 민족 국가간의 전쟁 그리고 지리한 인종적 종교적 폭력 사태로 말미암아 주요한 전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이 분재의 도화선이 되고 있으나, 정치적 응집체의 부재와 강력한 단일 이슬람 국가의 부재로 인해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은 지정학적 핵을 갖고 있지 못하며 단지 산발적인 폭력의 양상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미군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그것이 없이는 미일 방위 협력이 현재와 같기 힘들다. 왜냐하면 일본이 군사적으로 지금보다 더 자립적이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통일을 향한 어떤 운동도 미군의 계속적인 남한 주둔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 한국은 영구히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으려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중국이 자신의 결정적인 무게를 한반도 통일 쪽에 실어 주는 대신 강력하게 요구할 대가이기도 하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이다. 즉 반패권 동맹이다.
중국과 일본의 동맹은 생산성이 가장 높은 두 국민을 결합시키고 통합력 있는 반미 이념의 형태로 아시아주의를 활요할 것인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독일과 러시아의 결탁, 프랑스와 러시아의 결탁 가능성 또한 선례가 있는 것이고, 희박한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3. 민주적 교두보
유럽은 이미 전세계에서 가장 다층적으로 조직된 지역이다. 유럽이 정치적 통합에 성공하면 4억 인구의 단일체가 출현하여, 세계 강국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서양 동맹은 미일 동맹과는 달리 유라시아 대륙에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과 군사력이 직접 행사될 수 있도록 해 준다. 문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유럽적 유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럽의 내적 동력이 쇠퇴하는 현상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유럽 여러 국가에서 자신감의 위기와 창조력의 상실 그리고 더 큰 세계적 딜레마에 고립적이고 도피적으로 대처하려는 내향적 전망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인은 미국의 패권을 개탄하지만 그 그늘 아래서 안락함을 즐기고 있다.
오늘날 서유럽은 문제가 많고, 초점이없으며, 안이함에 젖은 채 어떠한 거대한 비전도 나누어 갖지 못한 불안정한 사회의 인상을 준다.
영광과 구원
프랑스는 유럽을 통한 부활을 꿈꾸며, 독일은 유럽을 통한 구원을 희망한다. 프랑스적 관점에서 영국의 핵 억지력은 미국이 지닌 억지력의 연장일 뿐이다. 프랑스의 시각에서, 프랑스는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진정한 유럽 국가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대륙적 지도 국가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해 주는 것이다
역사적 숙명감에 의해 형성되고 독특한 문화적 자부심에 의해 강화된 이처럼 각별한 소망감은 주요한 정책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가 자신의 영향권 안에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요한 지정학적 공간은 지도와 같다.
남쪽 국가들의 확실한 지원과 독일의 확실한 후원에 의해서만 프랑스 주도 하에 독립적 통합 유럽을 건설한다는 목표가 효율적으로 추구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지정학적 궤도 내에서 가장 관리하기 어려운 나라가 갈수록 강력해지는 독일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랑스의 딜레마 - 어떻게 미국의 도움으로 안보를 지키며, 워싱턴의 정치적 지도력에서 벗어날 것인지, 독일을 유럽연합에 참여시키는 동시에 독일을 제어하지 않으면 안된다.
독일을 제외한 어떤 유럽 국가도 프랑스와 같은 야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독일이 프랑스를 인정할 때라는 것은, 프랑스가 세계 강국으로 느껴지고, 미국이 할 수 있었던 안전보장을 프랑스가 제공해 줄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독일은 프랑스가 지닌 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경제적으로 프랑스는 독일보다 훨씬 약하며, 군사적으로 유능한 것도 아니다. 프랑스의 힘은 아프리카의 위성 국가들 내에서 발생하는 쿠데타를 분쇄시키기에는 충분하지만, 유럽을 보호해 줄 수는 없으며,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까지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프랑스는 중급 수준의 유럽 국가에 불과하다.
독일 통일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패배이면서, 프랑스의 지정학적 패배였다. 통일은 독일로 하여금 자동으로 서유럽의 최강국으로 만들어 주었고, 부분적인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 시켜 주었다.
중부 유럽에 대한 독일의 역할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는 1990년대 중반 독일과 폴란드의 화해로 마련되었다. 오데르-나이스 경계선을 폴란드와의 영구한 국경선으로 공식 인정하였고, 독일과 폴란드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1995년 폴란드는 러시아를 제치고 독일에 있어 동방 제일의 교역국이 되었다.
폴란드를 통해 독일의 영향력은 발트해 연안국으로 북진하고,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로 동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바이마르 삼각 관계는 유럽 대륙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축을 창조했다. 이것은 민족적 정서가 매우 강한 3개 국가의 1억 8천만 인구를 포괄하는 것이다.
미국의 중심목표
다양하고 완강한 민족적 전통으로 인해 유럽은 결코 단일 민족 국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유럽은 서로 간에 공유하고 있는 민주적 가치를 반영하는 공통의 정치 제도를 통해 자신의 이해를 보편화하고, 유라시아 공간에 동거하는 다른 국가들에 그 흡수력을 발휘할 수 있다.
독일의 볼프강 샤우블은, 독일은 더 이상 동방에 대한 서방의 방벽이 아니다. 우리는 유럽의 중심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보전은 범대서양적 연결 구조에 핵심적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없는 유럽은 대외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거의 즉각적으로 정치적 균열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지적처럼, 하나의 초강대국에 기초한 15개의 의존적 국가로 이루어진 동맹이 진정한 유럽과 병존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일단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면 프랑스와 폴란드는 동일한 지정학적 전망을 공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프랑스가 민주적 독일을 끝까지 유럽에 묶어 두는 중요한 업무를 분담하는 동반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프랑스는 미국의 대유럽 정책에서 기초적 지정 전략에 장애가 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하지 못하며 유럽의 지도국이 될 만큼 강력하지도 않다.
프랑스가 북아프리카와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모로코와 튀니지의 핵심 동반자이며 알제리에게는 안전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는 500만 명에 이르는 이슬람교도가 거주하고 있다.
독일의 지배적 역할은 부정될 수 없지만, 유럽에서 독일의 지도적 지위를 공인하는 데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떠한 북대서양조약기국 국가도 미국과 독일이 함께 압력을 가한다면 그것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유럽의 역사적 시간표
광의의 유럽은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된 문명을 공유하고 있다. 협의의 유럽은 서유럽으로서 로마와 그 역사적 유산에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불안정한 지역은 서유럽과 러시아 모두에게 흡입 효과를 발휘하여 필연적으로 긴장과 경쟁을 낳는다.
이 중 서구 베드로 전통을 공유하며 선진적이고 정치적인 안정을 보이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그리고 슬로베니아 등은 유럽과 대성양 안보 체제의 성원이 될 자격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
차후에는, 발틱공화국과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의 가입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국가들이 시간표 상으로 점차 확대되는 과정을 보일 것이고, 이 과정에서 프랑스-독일-폴란드의 협력이, 특히 방위 영역에서 상당 수준 강화될 것이다. 차후 우크라이나가 이 삼각동맹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2010년까지는 약 2억 3천만 인구를 포괄하는 이 4개 국가의 정치적 공조가 유럽의 지정 전략적 깊이를 고양하는 동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요컨대 얄타의 유럽은 갔고, 이제 베르사이유의 유럽으로 회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4. 블랙홀
1991년 후반 세계 최대의 영토를 지닌 국가의 해체는 유라시아 중심부에 블랙홀을 남겨 놓았다. 지정학자들이 그토록 중요시해 왔던 심장부가 갑자기 세계 지도 위에서 사라져 버리는 듯했다.
러시아가 처한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
중소 블록은 약 10년간 지속되었고, 소비에트연방은 약 70년간 존속되었다.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는 단지 2주일 동안에 해체되었고, 그 국경은 과거 1800년대 초 그들이 거주하던 코카서스 지방과 1800년대 중반의 중앙아시아로, 서쪽 국경은 1600년대 공포의 왕 이반의 통치 시대로 축소되었다.
코카서스의 상실은 새로이 부상하는 터키의 영향력에 대한 공포를 낳고, 중앙아시아의 상실은 이 지역의 거대한 에너지 자원 및 지하자원과 관련한 박탈감과 더불어 이슬람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은 러시아가 범슬라브적 정통성과 관련된 공통적 표준의 유일하고 거룩한 담당자라는 러시아적 요구의 핵심을 위협하는 것이었다.
분리된 국가는 12개로, 5200만의 인구를 지닌 우크라이나에서부터 350만 인구에 불과한 아르메니아에이르기까지 극히 다양하다.
러시아의 공식적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40%의 신생아만이 건강한 생활환경에서 태어나고, 취학 1년째 아동 가운데 약 5분의 1이 심리적 퇴행을 겪고 있으며, 남성 인구의 평균 수명은 57.3세로 낮아졌고,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능가하고 있다.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한 잉후 러시아는 서부 국경 방면에서 심각한 지정학적 영향력의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발트 해 연안 국가들의 독립에 따라, 리가 항구와 탈린 항구의 상실로 부동항의 문제가 생겼고, 아직도 영향력이 있는 벨로루시 역시 민족주의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붕괴로 폴란드를 위시한 국가들이 급속히 나토와유럽연합 쪽으로 기울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상실이다. 300년에 걸친 러시아 제국의 역사로부터 우크라이나의 결별은 잠재적으로 풍부한 농공업 기반의 상실과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러시아인과 매우 유사한 5200만 인구의 상실이다. 우크라이나가 독립하면서 흑해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권도 끝나고 말았다.
1991년 이전 흑해는 러시아 해군력이 지중해로 진출하기 위한 출발점이었다.
소련 붕괴 이전 카스피 해는 이란 영토에 속한 약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소련의 호수였다. 강력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지닌 아제르바이잔이 독립함에 따라, 그리고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독립함에 따라, 러시아는 카스피 해를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막대한 자연 자원을 가진 카자흐스탄의 2천만 인구는 카자흐인과 슬라브인으로 양분되어 있는데, 이들간의 언어적, 민족적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비교적 동질적인 2500만의 인구를 지니면서, 과거 역사의 영광을 유달리 강조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경우는 갈수록 탈식민지적 지위를 더욱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12억 인구의 역동적 에너지와 결합된 중국의 경제력은 두 국가간의 역사적 등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시베리아의 광활한 공간은 거의 중국의 식민 정책에 추파를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정 전략의 요술경
소련 체제 붕괴 이후, 미국이 러시아 지도부에 고의적으로 취한 우호적인 태도는, 러시아 외교 부서 내의 서구화론자에 대한 격려의 원천이었다. 러시아 지도부의 친미적 성향은 강화되었으며 사적인 멤버십에 유혹되었다.
성숙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개념은 듣기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기만적인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세계적 권력을 나누어가질 의향도 없었고, 그럴 수도 없었다. 새로운 러시아는 너무 약하고, 공산 지배로 인하여 너무나 황폐해 있었으며, 사회적으로 너무나 뒤떨어져 있었다. 워싱턴의 관점에서 볼 때 독일, 일본 그리고 중국은 최소한 러시아와 동등한 중요성과 영향력을 지닌다.
러시아는 나토의 확대로 러시아가 유럽 바깥에 방치되어 정치적으로 추방되고, 유럽 문명의 제도권 안에 속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을 우려한다.
우크라이나가 긴요하다. 우크라이나가 어떤 형태로든 재통합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많은 러시아 정치 엘리트의 신조로 남아 있다. 이 점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고 있다.
1996년 초 러시아 두마는 소련의 해체가 무효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또다른 독립공화체의 형성을 시도하였다.
통합이라는 모스코바의 개념을 반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 특히 강하다.
우크라니아 없이는 독립국가연합이나 유라시아주의에 기초한 제국적 복원은 더 이상 실현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없는 제국이란 더욱더 아시아화한 러시아, 유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러시아를 의미한다.
인접 외국 우선 정책이 지닌 지정학적 부적절성은 러시아가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만큼 정치적으로 강력하지 못하고, 신생국을 유인할 만큼 경제적으로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민주적 러시아를 위해 미국과의 세계적 평등성을 만들어 내지 못한 서구 지향적 정책의 실패는 민주주의자의 쇠퇴를 가져 왔다.
비록 이란과 중국과의 반패권 동맹을 형성하고자 했지만, 이란과 중국은 모두 불안정하고 취약한 러시아와 전략적 운명을 같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러시아는 반패권 동맹을 위한 진정으로 가치 있는 파트너가 되기에는 너무나 제공할 것이 없다.
유일한 대안의 딜레마
러시아의 유일한 지정 전략적 옵션은 유럽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러시아는 파트너가 되기에는 너무 약하고, 돌봐줄 환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하다.
미국과 연결된 근대적이고 부유하고 민주적인 유럽 이상으로 러시아에게 이익을 제공해 줄 옵션은 없다.
러시아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유선 제국적 전통과의 명확한 단절이 요구되며, 유럽이 미국과 정치 안보적 연대를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서 어떠한 방해 공작을 벌여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 민주적이고 민족적이며, 진정으로 근대적인 유럽적 러시아를 향한 뚜렷한 비전과 선택을 지닌 정치적으로 위대한 행동과 특출한 지도자를 요구한다. 그것은 단기간에 이룩되지는 않을 것이다.
진정으로 비제국적인 러시아는 여전히 강대국이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신생국의 정치 경제적 안정이 러시아로 하여금 역사적으로 자신을 재규정하게 만드는 주요한 변수이다. 이들 국가 중에서 특히 중요한 세 나라는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그리고 우크라이나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서방 세계가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카스피 해와 중앙아시아에 접근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 중 가장 핵심적이고 인구가 많은 우즈베키스탄은 러시아가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고자 할 때 중요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독립은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의 생존에 핵심적이며 러시아의 압력에 가장 덜 취약한 편이다.
5. 유라시아의 발칸
유라시아의 발칸은 세계적 불안정의 중심 지대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장방형의 지역, 유럽의 동남쪽과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의일부와 페르시아만 지역 그리고 중동지역 등을 포괄한다. 이곳은 정치적 실체들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훨씬 강력한 인접 국가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실제로도 끌어 들이고 있는데, 인접한 강대국들은 어느 한 국가가 이 지역의 지배권을 차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발칸은 가장 산업화된 양극단을 연결하는 교통 체계에 걸터앉아 잇으므로 해서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다. 러시아, 터키, 이란의 안보적 관점이나 역사적 야심의 견지에서 볼 때에도 중요성을 지니다. 아울러 중국 역시 이 지역에 대한 정치적 관심을 갈수록 더 표명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거대한 매장량을 지닌 천연가스와 원유에 덧붙여 금을 포함한 중요한 광물 자원이 이 지역에 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인종적 가마솥
유라시아의 발칸은 현재 9개국과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는 2개 후보 국가를 포함한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리고 그루지아, 아프가니스탄이다. 후보 국가란 터키와 이란이다.
코카서스 지역의 3개 국가,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은 역사가 깊은 민족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의 민족주의는 강렬하고 확산 가능성이 높으며, 외부적 갈등은 그들의 복지에 주요한 도전이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에 속한 5개 국가는 이와 대조적으로 건국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강력한 부족적 인종적 정체성 등으로 인해 내적인 분열이 가장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유라시아의 발칸은 인종적 모자이크이다. 각국의 국경은 소비에트 공화국들이 공식적으로 출범할 당시인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걸쳐 소련의 지도 제작자들이 임의로 그린 것이다. 한번도 소련에 속한 적이 없었던 아프가니스탄만이 예외이다.
중앙아시아 민족주의자들이 단일한 정치적 실체로 융합하고자 했던 투르케스탄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5개의 독립된 공화국으로 설립하게 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카스피 해와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이 담긴 병에 접근하는 통로를 막고 있는 코르크 마개라고 묘사될 수 있다.
그루지아는 인구 600만 명 중 30%가 소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수부족 국가들이 분리를 시도하고, 러시아는 이를 지원하는 형태이다.
문화적 언어적 측면에서 볼 때 중앙아시아의 5개 신생 독립 국가 중 4개 국가가 투르크 세계에 속해 있다. 타지키스탄인은 페르시아인이며, 아프가니스탄은 파탄인, 타지크인, 파슈토인 그리고 페르시아인의 모자이크적 합성체이다. 이 5개 국가중 카자흐스탄과 우주베키스탄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적으로 카자흐스탄은 방패이며 우즈베키스탄은 이 지역의 다양한 민족적 각성에 정신적 원천이 되고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1800만 인구중 35%는 러시아인이며, 20%는 비카자흐인이라는 사실은 이 나라를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상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지역적 패권 국가로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비록 카자흐스탄보다 작고 자연 자원도 적지만, 인구적 동질성이 높다. 우즈벡인이 우즈베키스탄의 75%를 차지하고, 수도인 타쉬켄트에는 소수의 러시아인만이 있다. 이 나라의 정치 엘리트는 타무르 제국의 후예로 자처하고 있다. 타무르의 수도였던 사마르칸트는 종교, 천문, 예술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깊은 역사 의식과 종교적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만이 상대적인 인종적 결집성을 보이고 있다. 450만 인구의 75%가 투르크멘인이며, 러시아인과 우즈벡인이 각 105를 차지한다.
키르기즈스탄의 500만 인구는 훨씬 다양하다. 키르기즈인은 전체 인구의 55%이고, 우즈벡인은 13%, 러시아인은 15%이다. 독립 이전 러시아인은 테크노엔지니어 지신인들이었지만, 이들의 엑소더스는 이 나라의 경제를 훼손시켰다. 풍부한 광물 자원과 수려한 자연 경관으로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 불리기도 하지만, 중국과 카자흐스탄 사이에 끼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독자적인 운신이 곤란하다.
타지키스탄은 650만 인구 중 3분의 2 이하가 타지흐인이고, 25% 이상이 우즈벡인이다.
사실상 이미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라비아가 부추기는 이슬람 부흥 운동은 새로운 민족주의를 위한 추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며, 새로운 민족주의는 러시아 밑으로 들어가는 어떠한 재통합에도 강력히 반대할 것이다.
러시아에 있는 이슬람 교도의수는 2천만 명에 달하고, 러시아 인구 전체의 13%에 달한다.
터키에 있어서, 근대화론자는 터키를 유럽 국가로 간주하고 서쪽을 바라보고 있다. 이슬람주의자는 중동과 이슬람 공동체에 기대고 있으며, 역사적 전통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자는 카스피 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의 투르크인에게서 역사적 사명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이 케말파샤의 혁명 이래 최초로 터키의 지역적 역할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기하고 있다.
비록 6500만 명의 터키 인구는 투르크인이 80%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약 20%는 쿠르드인이다.
이란은 6500만 명 중 반 정도가 페르시아인이고, 4분의 1은 아제르바이잔인이며, 나머지는 쿠르드인, 발루치인, 투르크멘인, 아랍인 등이다.
중층적 경쟁
러시아인은 투르크인에게 거의 강박 관념에 가까운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투르크인과 이란인 역시 이 지역에서 오랜 경쟁자이다.
러시아의 야심은 훨씬 큰 폭을 가지고 있다. 제국적 통치에 대한 기억이 상대적으로 생생한 편이고, 이 지역에 수백만 명의 러시아인이 거주하며, 크렘린의 열망도 크기 때문이다.
터키는 비록 실력이 부족하지만, 이 지역에 거주하는 투르크인의 인종적 언어적 정체성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란의 야심은 아직 모호하다. 페르시아 제국은 오토만 제국보다도 더 먼 기억을 가지고 있다. 비록 현재 이란의 지정학적 야심은 아제르바이잔과 아프가니스탄을 겨냥한 것으로서 터키의 야심에 비해 작은 것이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모든 이슬람 교도가 종교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목표가 아직 덜 분명하다.
우크라이나에 있어 주된 쟁점은 향후 독립국가연합의 성격이다. 아제르바이잔 원유의 서방 수출 통로가 되고 싶어하는 그루지아의 노력을 지원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일차 지정학적 목표는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의 정치적 복속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의 복속은 중앙아시아를 서방 세계, 특히 터키로부터 봉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완강하게 저항하는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햘력 또한 증대시켜 줄 것이다.
대외적 문제에 관한 한 그루지아와 아르메니아는 모두 유럽과 연대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과 더불어 경제적 발전을 가속하고 독립을 확고히 하기 위하여 미국, 유럽, 일본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의 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애쓰고 있다.
1995년 축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을 잇는 새 철도가 개통되었는데, 이것은 러시아 전체를 주변화시키면서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직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모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를 열망한다.
아제르바이잔의 원유와 가스에 대한 서방 세계의 장기적 투자가 약 130억 달러에 달하고, 카자흐스탄의 경우는 2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데(1996년), 이것은 러시아의 재정적 옵션을 제한하고 있다.
지배도 아니고 배제도 아닌
미국은 유라시아의 이 지역에서 지배적이 되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며, 개입을 하지 않기에는 너무나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의 모든 국가는 그들의 생존을 위해 미국의 개입을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일차적 이해 관계는 단일 국가가 이 지정학적 공간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이 지역에 대한 세계 공동체의 금융 경제적 접근이 방해받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 지역의 발전에 역동적인 경제 참여를 하는 것이 이 지역의 안정에 긴요하다. 러시아가 배타적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정학적 지원을 받아야 할 나라들은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등으로서 모두 지정학적 추축이다.
6. 극동의 닻
유라시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효율적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극동 지역에 닻을 내리고 있어야 한다.
도서 국가인 일본과의 관계는 미국의 정책에 핵심적이다.
하지만 본토 중국과의 협력 관계 역시 미국의 유라시아 지정 전략에 긴요하다.
중국에 있어 미국은 자연스러운 동맹국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아시아 본토에 아무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고, 역사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잠식하려던 일본에 맞섰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일본은 지난 세기의 주적이었다.
중국어로 가난한 땅을 의미하는 러시아는 오랫동안 불신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인도 역시 잠재적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고, 대만과도 강한 유대를 지니고 있으며,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이다.
일본에게 미국은 우산과도 같다. 그러나 그 우산의 존재가 일본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세계적 국가이자 동시에 보호 국가라는 역설을 만들어 냈다.
오늘날 극동은 특출난 경제적 역동성과 더불어 늘어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경험하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이 유례가 없는 것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가 전세계 총생산에 기여하는 비율은 4%에 불과했다. 당시 북미 지역은 35~40%였다. 1990년대 중반 시점에서 볼 때, 이 비율은 25%로 올라섰다.
경제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산업화로 비상하는 단계에서 영국은 50년이 걸리고, 미국이 1인당 GNP를 배가하기까지 거의 50년이 걸린 데 비해, 중국과 남한은 불과 약 10년 만에 똑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역적으로 어떤 거대한 분열이 발생하지 않는 한 4반세기 이내에 아시아는 총GNP에서 북미와 유럽 모두를 능가하게 될 것 같다.
아시아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어 가는 것과 동시에 정치적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아시아는 지역적 정치 발전에 두드러진 결함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는 유럽에서처럼 전통적인 영토적, 인종적, 민족적 분쟁을 희석 흡수 봉쇄할 수 있는 다변적 협력 구조가 없다.
아시아의 대중적 민주주의는 대중 매체에 대한 갑작스런 접근에 힘입어 가열되고 있고, 경제 성장과 사회적 부의 격차로 인해 팽창되는 사회적 기대감으로 더욱 높은 휘발성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의 군비 규모는 1995년 이미 유럽과 중동을 뛰어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
한국의 분단과 북한 내부의 불안정은 갑작스런 폭발이 반도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이어서 미국이 개입하고 일본이 간접으로 결부될 수 있는 위험한 가능성을 드리우고 있다.
이 지역에서 역학 관계 또한 불균형하다.
핵무기와 거대한 무장 병력을 지닌 중국은 명백히 지배적인 군사 대국이다. 중국 해군은 이미 능동적 원양 방어 offshore active defense 전략을 채택하고 향후 15년 이내에 대양 전략을 획득할 것이다.
표6-1에서 괄호 안의 숫자는 신예기종이다.
일본의 군사력 또한 증대되고 있으며, 질적인 면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역의 세력 균형의 부재는 호주와 인도네시아로 하여금 상호 군사 협력을 증대시키도록 만들었다.
중국 :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적인
중국은 선사 시대 이래 그 자체로 하나의 구별되고 자랑스런 문명을 이루어 왔다. 철학, 문화, 예술, 사회적 기술, 기술적 발명 그리고 정치 권력 등 모든 영역에서 이 문명은 고도의 선진성을 보여 주었다. 약 1600년경까지 중국은 농업생산성, 산업혁명 그리고 생활 수준 등의 측면에서 세계를 선도했다.
지난 150년간 중국이 위대함에서 몰락한 것은 중국의 우수성에 대한 신성 모독이고, 모든 중국인에 대한 개인적 모욕이다.
영국은 아편 전쟁 이래로 중국의 품위를 수치스러울 정도로 떨어뜨렸고, 일본은 약탈 전쟁으로 중국 인민에게 극심한 피해를 안겨 주었으면서도 아직까지 회개하고 있지 않고, 러시아는 중국의 북쪽 영토를 지속적으로 잠식해 왔고, 미국은 일본을 지원하여 중국의 대외적 야심을 가로 막아왔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리라고 보는 견해는, 오래 전에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새로운 대국이 도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전망과 유사하다.
역사적으로 긴 긴간에 걸쳐 놓은 경제 성장률이 지속되려면, 효율적인 국가 지도력, 정치적 안정, 사회적인 자기 절제, 높은 저축률, 많은 해외 자금의 유입 그리고 지역적 안정 등이 교묘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중국의 지역적 불균형에 대한 분노는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상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 정치의 미래가 중국의 장래를 회의적으로 보게 한다. 공산주의는 이미 관료적 이익의 추구를 위한 것이 되고 있다. 중국의 정치 엘리트는 자기 만족적이고, 경직되어 있으며, 독점적이고 관용성이 없는 위계 체제로 조직되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기 고립은 세계적 국가를 향한 중국의 야심은 물론 지역적 일등 국가를 향한 중국의 야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여전히 상대적 빈곤 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중국의 총샌산이 3배가 되더라도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서 하위 국가에 머물 것이며, 상당수의 인구가 절대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나 지리적으로 볼 때 중국인이 완강하게 대만의 재통합을 요구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대만 문제는 계속해서 중국 민족주의를 선동하고 미중 관계를 껄끄럽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동맹을 체결하고, 버마에 군사력을 파견하는 문제에서, 지정 전략적 과녁이 되는 것은 인도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이해 관계는 역사적 배경을 지닌 지리적 요인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통일 한국에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중국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통일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의 비동맹적 완충 지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분단 한국이 최선이며, 북한 체제의 존속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몽고는 더 이상 러시아의 위성 국가가 아니며, 중국은 몽고의 공식적인 독립을 마지못해 승인했다.
지도는 지역적 지배 국가로서의 중국과 세계적 강국으로서의 중국이 가질 수 있는 잠재적 범위를 보여 준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진정한 거인이 된 중국은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 통일을 후원하는 한편, 러시아 극동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러시아와 인도가 동맹을 맺을 충분한 지정학적 근거가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 및 버마와의 긴밀한 군사 협력을 유지하되 인도와의 직접 충돌은 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공개적인 반서양 감정을 활용하여 동남아시아 지도자들을 길들여 왔다.
남한과의 관계 향상 역시 자신의 중심 목표에 더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먼저 제방을 튼튼히 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의 역사와 대중 감정을 감안할 때 중한 관계의 향상 자체는 일본의 지역적 역할을 축소시키고, 중국과 한국 사이의 전통적 관계를 복원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일본: 지역적이 아니라 국제적인
일본은 세계적 불안정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적 자원과 교역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작은 교란에도 취약한 나라이다. 유라시아 극서 지역에서 독일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독일은 유로 동맹국과 대등한 지위를 향유하고, 북대서양조약 아래서 미국과 공식적이고 쌍무적인 방위의 의무를 진다. 미일안보조약은 일본 방위에 대한 미국의 의무를 명문화하였지만, 미국의 방위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을 동원한다는 규정은 두지 않았다.
일본에 있어 근본적 딜레마는 역사적 절박성을 안고 있다. 지배적인 지역 강국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적 기반이 없이 진정으로 세계적인 국가가 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미국의 지정 전략적 적응
미국은 일본의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국제적 방향으로 돌리고, 중국의 힘을 어떻게 하면 지역적 적응의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인가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중국은 별다른 전략적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같이 강력한 국가라 할지라도 쉽게 복속시키기에는 잠재적으로 너무나 부유하고, 지리적으로 너무나 퍼져 있으며, 정말로 너무나 크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너무나 약하고, 정치적으로 너무나 쪼개져 있다.
미국은 원래 분리된 대만에 대해 어떤 특별한 이익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무력 충돌시 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개입해야만 한다.
한국의 미래는 미일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한 미군은 반도에 남아 있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일방적 철수라 할지라도 새로운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일본 내 미군사력의 종언을 가져 오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이 남한을 포기한다고 할 때, 일본인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지속하리라고 보기 어렵고, 급속한 일본의 재무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재통일 역시 심각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미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통일을 묵인할 수는 없다. 한국의 통일이 점진적이라면, 중국은 정치적으로 계속 방해할 것이고, 폭발적으로 통일된다면, 중국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없는 통일 한국은 처음에는 중립 형태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현상 유지시키는 것이 좋다고 볼 것이다.
통일이 수반하는 복잡성은 한국과 일본의 진정한 화해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주일 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시 표와 그래프 출처 알수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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