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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9일 일요일

풀하우스 -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스티븐 제이 굴드

서평

풀하우스라는 말은 포커 게임에서 자기 손에 들어오는 패가 같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를 일컫는 말인데, 저자도 그런 뜻으로 사용한다. 다만 풀하우스라는 패가 나올 정도로 희박한 확률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계통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의 풀하우스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중의법적인 사용을 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평균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제대로 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평균값에도 최빈값, 중간값, 전체의 평균이라는 세 가지 개념이 있고, 그것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제대로 된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평균과 변이라는 개념으로 어떤 상태의 변화를 파악하려면 전체 구성원의 포지션과 일부만의 변화인지 전체적인 변화인지를 종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구에서 4할 타자가 없어진 것이 진화를 그만 두고 퇴보한 것인지 거의 책 반권에 걸쳐서 야구의 각종 통계를 이용하고 있는데, 결국 경기력 향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야구 실력들이 좋아져서 오른쪽 벽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경우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1982년 나이 마흔 살 때 복부중피종이라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중피종은 불치병이며, 진단 후 중간값 생존율이 8개월 이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지만, 오랜 통계를 다룬 경험으로, 중간값과 생존률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고서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통계의 허상을 알게 해주고, 거기에 현실감을 더해 준다.
그 후반부 반권에서는 진화와 관련된 일반인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각종 사례를 들면서 역시 통계학적 기법을 사용하므로, 오히려 진화론보다는 통계학의 기법을 잠시 엿보는 재미가 있다.

1.    플라톤에서 다윈까지 우수성의 확산

가.  헉슬리의 체스판

토마스 헉슬리 세계는 체스판이다. 체스의 말들은 삼라만상이고, 경기 규칙은 우리가 대자연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상대방 선수는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항상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해나간다.
헉슬리가 상상했던 체스판 건너편의 적수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자연의 근본 속성에 우리의 편협한 사회적, 정신적 관습이 합쳐진 괴물이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와 싸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 주제가 현실적, 철학적으로 우리의 관심사와 얽혀 있을수록 우리는 균형 감각을 잃는다.
최초로 척추동물의 화석이 정확하게 재구성된 것은 19세기 초반 퀴비에 – G. B. Cuvier – 시대였다.
일등 항해사를 싫어했던 한 선장이 모종의 사건 이후 <일등 항해사가 오늘 술에 취했다>라고 항해 일지에 적었다. 그 항해사는 전에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기에 선장에게 그 문구를 삭제해 달라고 애걸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러자 항해사는 다음날 자기가 일지를 쓰면서 <선장은 오늘 취하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각 시대마다 대표 생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의 대표 생물은 여전히 살아남아 잘 번성하고 있지만, 생물도감에서는 마치 그 전의 대표생물들이 사라진 것처럼 착각하게 그리고 있다.

나.  오해와 편견에 포위된 다윈

프로이트는 과학의 역사에 일어난 모든 혁신의 공통점은 절대적 확신이라는 인간의 오만을 차례로 뒤엎어 나간 것이라는 통찰력있는 말을 했다.
진화에는 예정된 결과를 향해 진행되는 근본적인 경향 또는 추진력이 있으며, 그 힘이 생명의 역사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최고의 결과를 낳았다는 오류를 가지고 논의를 전개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해부학적 복잡성, 신경의 정교함, 습성의 다양성과 유연성 등 호모사피엔스를 생명 전체의 꼭대기에 올려놓기 위해 명백하게 날조된 온갖 기준으로 생물은 어떤 증가 경향을 보이는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지구 시간의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존재라는 지질학의 발견을 좋게 왜곡하는 방법은 진화의 방향을 인간을 향해 예정된 진보라고 해명하는 수밖에 없다.
진화란 어떤 목표 지점을 향해서 뻗어 있는 고속도로나 하나의 꼭대기를 가진 사다리가 아니라 셀 수 없이 무성한 가지들을 가진 나무이다. 따라서 광범위한 생명계 전체의 평균적인 경향으로 진화를 파악한다.
다른 생물이 인류보다 못하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다윈은 링컨과 같은 날에 태어났고, 1859년 종의 기원의 출판과 함께 혁명의 막을 공식적으로 열었다.
다윈 혁명은 인류의 오만함이 뿌리째 뽑혀 생명이란 예측불가능하고 방향이 없다는 진화론의 명백한 의미가 이해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다.  경향에 대한 설명

인간은 경향을 알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망 때문에 우리는 종종 실재하지도 않는 방향성을 찾아내거나 입증되지 않는 원인을 추론해 낸다. 경향은 사고의 전형적인 오류들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확률에 대해 잘 모르는데다 사건들에서 반드시 패턴을 찾고 싶어 하는 습성이 있어서, 단순히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사건들에서 분명한 경향을 잡아 그 원인을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전히 무작위적인 결과에서도 규칙성이 자주 나타날 수 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
농구에서 연속해서 슛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오해가 있다. 첫 골 이후 두 번 째 골을 성공시킬 확률은 여전히 올라가지 않는다. 확률계산에 의하면 마이클 조던이 20번의 시도에서 한 번은 여섯 번 연속 득점할 수 있다(성공률 60% 확률로 4.7%이다).
사람들이 경향을 바라볼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어떤 방향성은 맞게 찾아냈으나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어떤 것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잘못 가정하는 것이다. 인과관계의 오류이다.
외견상의 방향성 또는 경향은 사실 한 시스템 안에서 변이의 정도가 축소되거나 확장된 부차적 결과이지 어떤 것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여 간 결과가 아님을 깨닫지 못하는 데서 오류가 생겨난다.
따라서 경계선의 확장과 위축을 전체 덩어리의 확장과 위축으로 착각하면 완전히 엉뚱한 해석을 내릴 수 있다.
마크 트웨인과 디즈엘일리가 세 가지 종류의 날조라고 한 유명한 말은 거짓말, 터무니 없는 거짓말, 통계이다.
평균과 최빈값과 중간값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소수의 생물들은 변이가 열려 있는 쪽으로만 계속 복잡성을 진화시켜 왔다. 그러나 최빈값은 유구한 생명의 역사 기간 내내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는 어떤 기준에 비추어 보아도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구에서 가장 성공적인 생물일 것이다.
분류는 객관적으로 잘 구분되어 있는 세계를 명확한 범주들 안에 기계적으로 정돈하는 것이 아니다. 분류는 자연에 대한 인류의 결정이며, 자연의 근본 질서에 대한 인류의 개입이다.
사물의 분류 문제에 관련해서 우리는 플라톤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하나의 이상형이나 평균을 그 시스템의 본질로 추상화하고 전체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체들 사이의 변이를 무시하거나 평가 절하하고 있다.
플라톤 이후 다윈의 세계에 와서야 비로소 변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산출된 평균은 추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이전의 전도된 시각에 마음이 홀려, 변이란 무의미하고 우연한 사건들의 집합일 뿐이며, 본질에 대한 최선의 접근인 평균을 계산할 때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시스템 내에서 일어나는 변이의 확장과 축소를 평균 또는 극단이 어디론가 움직여 가는 것으로 곡해하는 것은 플라톤의 유산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플라톤의 세계에서는 변이가 우연한 것이고 본질이 더 높은 현실이었지만, 다윈의 혁명에서는 오히려 변이가 확고한 현실로서 가치를 갖고, 기술적으로 본질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되던 평균은 정신적 추상이 되었다.

2.    죽음과 말 변이의 중요성에 대하여

가.  죽음 개인적인 이야기

1982년 마흔 살에 복부중피종에 걸렸다. 이 경험으로 <중간값으로는 알 수 없다>라는 책을 썼다.
중피종은 불치병이며, 진단 후 중간값 생존율이 8개월 이하라는 논문들이 대다수였다.
정신적 안정과 강인한 의지의 잠재적 힘은 신비로운 것이 아니다. 또 긍정적인 태도를 갖자는 운동이 생각지 않게 발휘하는 잔인성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개인적 절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내면 깊은 곳에서 긍정적 사고를 불러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꾸짖는 식으로 교활하게 변질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격과 기질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성격을 근본적으로 개조할 필요가 있음을 알아도 그렇게 쉽게 고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초대한 적도 없고 반갑지도 않은 사건에 휘말렸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잘 대처하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못하느냐고 누가 감히 책망할 수 있겠는가.
내가 올바른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통계학 교육과 자연사에 대한 지식 덕분이었다. 나는 변이를 자연의 기본 속성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 평균이라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 그것이 개체에는 적용될 수 없는 추상적인 숫자일 뿐 아니라 대체로 각 개체의 상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평균을 기본 사실로, 변이는 강한 중심 경향성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특정 값을 계산하는 데에만 필요한 도구로 본다.
중심 경향성의 값을 한 개인에게 일어날 확률이 가장 큰 사건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중심 경향성은 추상적인 것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변이이다.
중간값은 이 병에 걸린 사람의 절반은 진단 후 8개월 이내에 죽는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론 조작 전문가들이 하는 일은 자신들을 고용한 거물들을 위해 선전용으로 어떤 척도가 가장 좋은 지를 고르는 것이다.

나.  -horese – 생명의 작은 농담

말의 진화에 관한 이론은 일반적으로 가장 잘못 알려진 오류 중의 하나이다. 말의 진화 계통은 가장 먼저 발견된 것으로 유명하다.
토머스 헉슬리는 말의 진화 순서를 최초로 제안했지만, 오류가 있었기 때문에, 1876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국의 선구적인 포유류 고생물학자였던 오스니엘 마시로부터 말의 진화도를 건네 받았다. 이 도표에서 발가락 수가 감소했다. 최초의 말은 앞발에 네 개의 발가락이, 뒷발에 세 개의 발가락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하나의 발가락과 그 옆에 흔적만 남은 작은 두 발가락으로 변했다. 어금니 치관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초기의 고양이 크기에서 덩치 큰 클라이즈데일 정도의 크기로 변했다.


  마시 이후 고생물학의 지도자였던 윌리엄 매튜가 20세기 초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팜플렛 용으로 만든 도표는 가장 유명한 도표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계통도는 너무나 편협하고 오해의 여지가 크다. 히라코테리움에서 에쿠스까지 이르는 계보는 지난 5,500만 년에 걸쳐 엄청나게 복잡한 패턴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진화의 얽히고 설킨 가지들 중에서 단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들이 말의 진화와 관련된 중심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에쿠스는 현재 생존하는 단 하나의 말속이며, 따라서 한 계통의 마지막 점으로 볼 수 있는 유일한 현생동물이다.
진화는 한 집단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전환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법이 없다(향상진화-anagenesis). 진화는 정교하고 복잡하게 갈라지는 가지처럼 분지진화-cladogenesis 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향이란 하나의 길을 따라 전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 분화 사건에서 다음 종의 분화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복잡한 전환 또는 옆길로 들어서는 과정이다.
말의 계통에 대한 진화의 진정한 도표는 1988년에 맥퍼든이 그린 계통도이다.

진정으로 성공한 포유류는 어떤 것일까? 종의 수와 드넓은 서식지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 박쥐, 사슴(공식 용어로 말하면 설치목, 익수목, 우제목 중의 사슴과) 등이다. 이들은 그 수와 생태학적 확산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포유류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이들의 성공을 보여주는 도해는 없다.
진화의 가지들이 멸종에 의해 떨어져 나가고 오직 한 계통만이 살아남았을 때 우리는 이 미미한 잔재를 유일한 정점으로 보기 쉽다.
진화의 경향이라고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그렇게 실패한 집단의 이야기이다.  전체 시스템 내의 변이가 가장 중요하고 추상적 개념이나 표본들은 변이가 있는 전체를 나타내기 위해 선택된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기 전에는 진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오늘날의 경골어류에 대한 헉슬리의 글 이 어류들은 진화의 주 계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은 그것들이 척추동물 집단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단으로 전체 종의 50%가 경골어류라는 사실을 몰각한 말이다. 그것들은 영장류 종을 모두 합친 것의 100, 모든 포유류를 합친 것의 5배에 이른다.
지구에 등장했던 종들의 99% 이상이 현재 멸종되어 없다.

에쿠스는 북아메리카 선조의 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멸했으며, 현생 말은 모두 구대륙의 잔존 말들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단속평형설 – Punctuated equilibrium
포유류는 목이라는 20여 개의 주요 갈래로 나누어진다. 말은 발에 홀수의 발가락을 가진 대형 초식동물인 기제목에 속한다. 짝수의 발가락은 우제목이다. 기제목은 오직 세 개의 생존 집단, (8), 코뿔소(5), (4)을 가지며 총 17종이다.
기제목은 한때 포유류 역사의 거인이었으나 지금은 그저 흥미롭고, 그중 한 종이 인류 역사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에 경의를 받고 하는 동물원에 흩어져 있는 패잔병들이다.
코뿔소는 한때 모든 포유류 무리 중에서 가장 수가 많고 다양했으며, 광범위한 지역에서 살았다. 개보다 크지 않은 작고 맵시있는 형태, 하마와 비슷하게 강에서 사는 살찐 형태, 왜소한 형태, 역사상 가장 큰 인드리코테레스 등이 있었다. 말은 구대륙에 살던 열여섯 종이 모두 사라졌다.
기제목의 쇠퇴와는 대조적으로 우제목의 지배력은 상승했다. 가축들, , 염소, 사슴, 영양, 돼지, 낙타, 기린, 함 등이 대형 포유류 중에서 가장 가짓수가 많은 목이 된 것이다.
말은 겨우 살아남은 잔존자 중의 잔존자인데도 그들의 이야기는 진보라는 허상을 만들어 낸다.

3.    4할 타자의 딜레마

가.  야구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

조 디마지오가 이룩한 56경기 연속 안타와 테드 윌리암스가 기록한 한 시즌 평균 타율 4 6리는 야구의 역사 속에서 이정표가 될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제 4할대 타자가 사라졌다.

나.  4할 타자는 더 이상 없다.

원인은 투구 실력의 향상, 수비 실력의 향상, 구단의 관리 능력 향상 등을 들 수 있다.

다.  야구의 전반적 수준 향상

야구는 인류가 성취할 수 있는 최고 수준까지 향상되어 왔을 것이다.
더 큰 모집단과 더 나은 훈련 – 1900년 미국의 인구는 7,600만 명이었고, 메이저리그에 나갈 수 있는 선수는 백인뿐이었다.
야규 선수들의 키와 몸무게가 계속 증가해 왔다.
다른 스포츠에서 기록이 계속 향상되어 왔다.

라.  4할 타자와 오른쪽 꼬리

## 타자 1명의 진보에 비해, 수비수 9명의 진보는 수비수의 실력 향상의 복합적인 실수 상쇄의 가능성으로 인하여 퇴보된 결과가 아닐까##
4할 타자가 사라진 것에 대한 기나긴 논란은 처음부터 깊고 깊은 오류였던 것 같다. 우리는 처음부터 잘못했다. 그 외의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무의식적으로 범한 오류일 것이다. 평균타율 4할을 따로 떼어 정의할 수 있는 것으로, 그것이 사라지면 반드시 그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필요한 하나의 실체로 취급해 왔다.
평균 타율 4할은 모든 선수들의 타율을 표시한 전체 분포의 오른쪽 꼬리일 뿐이지 그 자체가 따로 정의될 수 있고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00년에 대한 지구촌의 흥분을 기억해 보자. 2000년이 1999년과 천문학적으로나 우주적으로 아무 것도 다를 게 없었다.
실제로 모든 규칙의 변화는 타자에게 유리했다. 투수의 트릭 투구도 금지되었으며, 이전처럼 멋대로 공 표면을 상하게 하거나, 반질반질하게 하거나 공에 침을 뱉는 것도 금지되었다.

마.  4할 타자의 절멸

야구의 초창기에 경기 수준은 걸음마 단계였고,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구가 있었다. 1890년대에는 투수가 1루 수비를 맡기 시작했고, 브루클린 팀은 외야수의 홈 송구를 내야수가 중계하는 컷오프 방식을 개발했고, 보스턴 빈터스 팀은 치고 달리기와 주자가 타자에게 보내는 사인을 창안했다.
경기 수준이 향상되고 종 모양 곡선이 오른쪽 벽으로 이동하면, 오른쪽 꼬리의 변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평균이 벽 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변이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4.    생명의 역사는 진보가 아니다.

가.  자연선택의 핵심

모든 생물은 생존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자손들은 다 다르며 변하지 않는 원형에서 찍어낸 복제품이 아니다.
이 변이들의 적어도 일부는 미래 세대에 전달된다.
대부분의 자손들이 죽어야 한다면 생존자들은 국지적으로 변하는 환경에서 우연히 가장 적합한 특성을 가진 개체들이다. 유전이 일어난다면 살아남은 개체들의 자손은 성공적이었던 부모를 닮을 것이다. 오랜 세월 이렇게 유리한 변이가 축적되면 진화적 변화가 일어난다.
시베리아의 날씨가 추워지며 털이 많이 난 메머드가 살아남는 것을 생각해 보자. 털이 난 메머드가 털 없는 코끼리보다 전우주적으로 더 낫거나 전반적으로 더 우월한 것은 아니다. 즉 자연선택은 눈 앞에 있는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만을 낳을 수 있다.
국지적인 적응의 어떤 면도 일반적 진보를 보장하지 않는다. 자연선택은 지역적인 적응을 강화시킬 뿐이다.
다윈 종의기원 맨 마지막 페이지 자연선택은 오로지 각 개체에 의해, 개체를 위해 작동하므로 모든 정신과 물질적 자질은 완성을 향해 진보되어 갈 것이다
에머슨 어리석은 일관성은 소심한 바보나 할 짓이다
다윈은 생존경쟁과 적자생존이라는 두 종류의 투쟁을 구분하였다. 생존경쟁은 제한된 자원에 대한 개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직접적인 것과 물리적인 환경의 혹독함에 대한 투쟁이라는 것이다.
생물적인 경쟁은 진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더 빨리 달린다든지,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주어진 환경의 조건을 극복하는 더 나은 생체역학이 자연선택될 것이다.
35억년 전에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박테리아뿐이었지만, 지금은 떡갈나무, 사마귀, 하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생명의 역사를 이렇게 보면 진보가 가장 먼저 눈에 띠는 특징임을 누가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구는 아직도 박테리아로 초만원이고, 곤충들은 다세포 동물 위에 군림하고 있다(포유류는 4000종 밖에 되지 않으나 곤충은 분류된 것만 100만 종이다).
진보에 대한 주장은 경향을 어디론가 움직여 가는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진부한 사고의 전형이다. 생명의 무한한 다양성으로부터 우리는 평균복잡성, 가장 복잡한 생물과 같은 기본적인 값을 뽑아내고 이 실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증가했는가를 추적한다. 우리는 이 증가의 경향을 진보라고 명명하는 것이다.

나.  예비적 고찰

생명 형태의 복잡성의 역사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 변이로 가득 찬 시스템 전체의 변화 패턴으로 봐야 한다. 최소 복잡성의 왼쪽 벽 바로 옆에서 박테리아의 형태로 시작되었고, 40억 년이 흐른 지금 그 생명은 똑 같은 위치에서 똑 같은 형태로 남아 있으므로, 풀하우스의 견지에서 복잡한 생물들은 오른 쪽으로 많은 변이가 있었지만 미미하게 이어진다고 본다.
술주정뱅이는 항상 도랑에 빠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항상 도랑을 향해 움직여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진화적 경로에 특별한 이점이나 그에 대한 모종의 내재적 경향이 없는데도 생물의 어떤 평균 또는 최대값은 그 방향으로 움직여 나갈 수 있다.
코프의 법칙 대부분의 계통들이 몸의 크기가 증가하는 진화 경향이 있다는 관찰.
동물계에 속한 어느 문에서나 크기가 증가한 것을 보면 큰 크기가 주는 선택적 이점이 하나나 그 이상 있음이 분명하다.
큰 신체의 이점으로는 먹이를 잡거나 포식자를 쫓아버리는 능력, 생식적 성공, 체내 환경 조절 능력, 단위 체적당 체온 조절 능력의 향상 등이 제안되었다.##이런 것은 오류이라는 저자의 결론##
우리가 마음 속 깊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우리의 철학 때문에 부정하는 척하지 말자 퍼스를 인용한 윌슨의 말
앤소니 아놀드, 켈리, 파커 크기 증가의 경향은 없다. 크기에 따른 수명의 연장, 종 분화나 멸종 속도의 증가 징후도 없다.
종이 커간다는 것은 진화의 시조가 항상 왼쪽 벽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멸종 후 작은 것만 살아남았다가, 왼쪽 벽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유공충
스탠리의 법칙 - 1988년의 논문에서 평균이나 최대값들의 증가가 왼쪽 벽 근처 시작점에서 멀어지는 비정향진화(非定向進化)로 가장 잘 설명되는 것을 스탠리의 법칙으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비전문화의 법칙 코프가 제안한 것으로, 대단히 성공적으로 번성한 계통의 시조들은 폭넓은 서식지와 기후를 견뎌낼 수 있다는 점에서, 특정 행동이나 생활 방식에 고도로 복잡한 적응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전문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공작의 꼬리나 유칼리만 먹는 코알라를 보라).
몸집이 작은 종들은 먹이가 귀할 때에도 살아남지만 큰 종들은 죽는다.

다.  박테리아의 힘

생명은 왼쪽 벽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이 자연발생적인 조건에서 탄생한 최소한의 복잡성을 왼쪽 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 박테리아 형태는 장기적으로 안정성이 있다. 원핵생물은 핵,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등의 세포내 소기관이 없는 세균류라고 부르는 박테리아 집단과 남조류로 불리는 집단이 있다. 남조류는 광합성을 하는 세균인데, 지금은 시아노박테리아라고 불리고 있다.
생명은 박테리아 형태로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고, 아직도 왼쪽 벽의 위치에 있다. 즉 최빈값은 박테리아가 될 것이다.
생명이 성공적으로 팽창해 감에 따라 분포 곡선은 계속해서 오른 쪽으로 기울어져 갈 수밖에 없다.
분포 전체의 꼬리에 불과한 최대값으로 분포 전체의 성질을 규정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경향이다. 오른쪽 꼬리는 아주 작은 것이며 아주 소수의 종들만이 그것에 속한다.
원인은 벽과 변이의 확장이다. 오른쪽 꼬리는 하나의 결과일 뿐이지 원인은 아니다. 왼쪽 벽에서 시작하고 변이가 계속 증가했기 때문에 오른쪽 꼬리가 생기고 성장하게 된 것이다.
한 시스템에 진보를 슬그머니 끌어들이는 방법도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경험상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화석 기록에 의하면 생명은 35억 년 전 박테리아로 시작했다. 진핵생물이 등장한 것은 18억 년 전이다. 최초의 다세포 동물이 화석 기록에 등장한 것은 5 8천만 년 전쯤이다. 박테리아는 그 동안에도 변함없이 생명의 역사를 채워가고 있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박테리아가 외부 물질을 붙잡아 고정시킨 퇴적물의 층이다.
서양 문화는 역사적으로 성서에서 규정한 이분법을 선호했기 때문에 생물을 식물과 동물로 나눈다. 생물학 연구 분야도 동물학과 식물학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에서는 모든 단세포 생물을 억지로라도 어느 한쪽에 끼워 넣어야 했다. 따라서 짚신벌레와 아메바는 움직이면서 먹이를 잡아먹기 때문에 동물이 되었고, 광합성을 하는 단세포는 식물이 되었다. 광합성을 하면서 움직이는 생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박테리아는 질긴 세포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식물 영역에 배속되었다. 관습에 의해 우리는 창자 속의 세균을 식물상-flora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분류에 의하면, 식물, 균류, 동물 세 종류의 다세포 생물계를 맨 위에 두고, 단세포 진핵생물 즉 원생생물계를 중간에 두고, 아래에 원핵생물 즉 모네라계를 두어 세균류와 남조류 박테리아를 둔다.
유전자 해석이 완료되면서 박테리아는 일반적 박테리아 광합성 남조류, 대장균, 병원성 세균 와 시원세균(始原細菌)으로 나누어진다. 메타노겐이라는 메탄가스 생산자, 높은 농도의 염분에 내성을 가진 호염성 박테리아, 끓는 점에서 생존하는 호열성 박테리아 들이다.
우리 몸에서 물을 뺀 무게의 꼭 10퍼센트는 박테리아의 무게다. 인류의 피부 1cm2에는 몇 십 만 마리의 미생물이 붙어 있으며, 가장 비옥한 토양 한 숟가락에는 1조 마리의 박테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섭씨 72도 이상 되는 온도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은 박테리아뿐이다.
원래 진핵세포의 광합성 기구인 엽록체의 조상은 광합성 박테리아였다.
식물은 필수영양분으로 질소를 필요로 하지만 대기 중에 있는 자유 질소를 스스로 이용할 수는 없다. 이 자유 질소를 고정시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는 것이 콩과식물의 뿌리에 혹을 만들어 공생하는 리조비움이라는 박테리아다.
다세포 생물 계통의 시조가 되는 종은 왼쪽 벽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잡성이 증가하는 방향과 감소하는 방향 중 어디로도 진화할 수 있었다.
복잡성에는 형태적, 발생적, 기능적 측면이 있다. 쓰레기 더미는 형태적으로는 아주 복잡하지만 기능적으로는 대단히 단순하다-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음식 부스러기를 찾기 위해 쓰레기 조각 속을 헤매야 하는 갈매기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아주 복잡할 수도 있다.
메더워-Medawar 의 표현에 의하면, 과학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예술이다.
포유류의 척추를 검사했을 때, 아주 다른 근본 원인에 따른 두 가지 기본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조종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동적인 것이다. 조종된 경향은 개개의 요소가 편향을 가지고 진화하기 때문에 시스템 전체가 그쪽으로 움직인다고 하는 전통적 관점에 해당하고, 수동적인 경향은 부수적인 결과로 발생하므로 개별 종이 선호하는 특별한 방향은 없다고 한다.
멕시-McShea – 등뼈의 최소복잡성은 아마도 변하지 않았고 포유류 계통들에서 조상과 자손을 비교한 결과는 종분화에 있어 어떤 편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버제스 혈암층의 연체동물 화석과 다른 캄브리아기 동물상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인 연구에 의하면, 생명 역사 초기에 해부학적인 다양성이 이미 최고 수준에 달했다. 그 뒤에 대부분이 멸종되고 생명의 다양성이 가지고 있던 최초의 가능성 중 극히 일부의 가능성으로 축소 안정되었다.
어느 이름 없는 작은 물고기 하나가 육상에서 몸무게를 지탱할만한 지트러미를 진화시키지 못했더라면 아마 육상 척추동물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거대한 운석이 6,500만 년 전에 공룡을 멸종시키지 않았더라면 아마 포유류는 아직도 공룡 세계의 한구석 후미진 틈에 숨어 사는 왜소한 생물에 불과했을 것이다.

5.    에필로그 인간의 문화에 대하여

다윈의 자연사이론이 인간 사회와 기술의 역사에도 다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환원주의적인 가정이다.
종 수준과 그 상위 수준에서 일어나는 다윈적 진화는 지속적이고 불가역적이다. 일단 한 종이 조상 종과 분리되면 영원히 다른 상태로 남게 된다. 문화적 변화는 다른 전통의 융합과 접합을 통해 상승 발전할 수 있다.
다윈적 진화는 간접적이고 비효율적인 과정인 자연선택을 통해 일어난다. 일단 무작위적 변이가 변화의 원료로 제공되어, 자연선택이 대부분의 변이들을 솎아버리고 국지적 환경 변화에 우연히 더 잘 적응된 개체들을 보존시킨다.
문화적 변화는 근본적으로 라마르크적 방법을 따른다. 획등형질의 유전.
문화적 변화는 기술적인 진보를 향한 조종된 경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학의 오른쪽 벽 지구에 있는 8천종의 새들이 이미 다 발견되고 부류되었지만, 딱정벌레는 몇 십만 종이 분류되어도 아직 몇 백만 종이 남아있다.
정해진 중력의 법칙을 따라 이 행성이 끝없이 회전하는 동안, 아주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경이로운 무한한 생물종들이 진화해 왔고, 진화하고 있고, 진화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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